“이야기가 끝나고 마음이 무거워질 수도 있습니다만, 회피하지 말고 이 현실을 꼭 마주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_ 미야자키 아오이 (배우, 영화 <어둠의 아이들> 출연)
『피와 뼈』 의 재일 작가 양석일이 그린
세상에서 가장 불편한 진실!
인권의 사각지대를 파헤치며 폐부를 찌르는 참혹한 보고서
『어둠의 아이들』은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 『피와 뼈』로 유명한 재일 소설가 양석일 이 타이를 무대로 아동매매와 아동매춘, 장기밀매의 잔혹한 실상을 폭로한 충격적인 소설이다. 타이에 방문했다가 아동 학대의 현장을 목격한 작가는 사명감에 사로잡혀 이 소설을 쓰게 되었고, 표현의 한계를 모르는 특유의 날카로운 필치로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참혹하게 그려냈다. 『어둠의 아이들』은 양석일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영화화되었는데, 이번에는 일본의 대표적인 사회파 감독인 사카모토 준지가 메가폰을 잡았다. 상업적 기획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나>의 미야자키 아오이,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츠마부키 사토시, <하얀 거탑>의 에구치 요스케 등의 인기 배우들이 흔쾌히 출연을 승낙하며 열연을 펼친 영화는 원작이 전하는 강렬한 메시지에 시각적 파장을 더했다. 영화 <어둠의 아이들>의 충격적인 영상은 소설과 함께 3월 셋째 주에 공개될 예정이다.
그리고 책 출간과 영화 개봉을 기념해 일흔다섯 살의 노작가가 오랜만에 한국을 찾는다는 점에서 『어둠의 아이들』의 출간은 더욱 뜻 깊다 하겠다. 양석일은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등에서 젊은 지성들과의 만남을 가질 뿐 아니라 독자들과 함께 영화 시사회를 갖는 등 4월 1일부터 3일까지 사흘에 걸쳐 바쁜 행보를 가질 계획이다.
『피와 뼈』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 로 일본 사회를 뒤흔든
재일 소설가 양석일은 누구인가?
양석일의 작품세계 제2막을 여는 『어둠의 아이들』
십대 때부터 시인의 삶을 꿈꿨지만 그 꿈을 사십이 넘어 이룬 양석일은 그전까지 미술 인쇄업자, 택시운전사, 자기매트 판매원 등의 다양한 직업을 거치며 곤궁한 생활에 시달리는 굴곡진 삶을 살았다. 폭력적인 아버지와 자살로 생을 마감한 누나 등, 가족사 역시 평범하지 않다. 이러한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재일 한국인의 실존의식을 담은 작품을 주로 써온 작가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일본문단을 넘어 명실 공히 아시아의 주요 작가로 주목받아왔다. 작가 양석일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린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는 십 년간 도쿄에서 택시운전을 했던 경험을 토대로, 중심부에 편입되지 못하고 계속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는 재일 조선인의 디아스포라적 삶을 그린 작품이다. 『피와 뼈』는 실제 작가의 아버지를 모델로 한 ‘김준평’이라는 폭력적인 인물을 내세워, 일제라는 국가적 폭력에 시달리던 개인이 ‘남자-어른’으로서 ‘여자-아이’를 향해 또다른 폭력을 행사하는 폭력의 이중성을 해부한 그의 대표작이다. 이 두 작품은 그의 작가로서의 도정을 잘 말해준다.
새로운 세기에 접어들면서 작가는 시야를 넓혀 동시대의 문제에 주목하게 된다. 2002년에 발표한, 타이를 무대로 아동매매와 아동매춘의 실상을 해부한 『어둠의 아이들』로 양석일은 자신의 작품세계 제2막을 열었다. 이후 작가는 이라크 전쟁과 9•11 테러를 모티프로 한 『뉴욕 지하 공화국』(2006) 으로 화두를 이어나간다. 와세다 대학의 다카하시 도시오 교수는 양석일의 소설을 가리켜, 차별과 분단과 분쟁을 현대의 보편성으로 파악하고 그것을 넘을 수 있는 새로운 주체를 발견하는 진정한 ‘세계문학’이라 극찬한 바 있다.
“이 아이는 얼마입니까!”
가격표가 붙은 어린 생명, 그 존엄을 묻다
남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황금빛 사원과 궁전의 나라, 타이. 그 화려함 이면에는 아이들의 성性을 게걸스레 탐하는 어른들의 검은 욕망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소설은 가난에 찌들어 어린 딸 ‘센라’를 인신매매꾼에게 팔아넘기는 한 가족 이야기로 시작된다. 한국 원화로 고작 삼십육만 원 정도의 헐값에 팔려간 센라와 같은 소녀들은 매춘을 강요당하고, 오래지 않아 에이즈에 감염되어 쓰레기하치장에 버려지거나, 산 채로 장기를 적출당한다.
‘아주 특별한 관광’을 꿈꾸며 세계 각지에서 찾아든 여행자들, 이들의 노리개로 전락한 아이들의 현실은 실로 충격적이다. 호르몬제 과다투여로 피를 토하며 죽어가는 소년, 에이즈 감염 후 산 채로 쓰레기장에 버려진 소녀, 심장 이식 수술의 대상자로 영문도 모른 채 병원에 끌려가는 소녀, 소아성애(paedophile) 취향의 독일인 부부에게 입양되어 떠나는 소년…… 이들의 행태가 구토와 역겨움을 불러일으킬 만큼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작가가 고발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양석일은 제3자의 입장에서 동정의 시선을 보내거나 고발의 목소리만 높이지 않고, 이 모든 것을 선진국 일본 스스로의 문제로 끌어안는 진일보한 태도를 보인다. 이런 작가의 입장은 일본인 NGO 활동가 오가와 게이코와 일본 신문사 타이 특파원 난부 히로유키가 아동매춘의 실상을 파헤치고, 일본 어린이의 장기 이식수술을 위해 타이 어린이의 생명이 밀매되는 현실에 극렬히 저항하는 모습을 통해 소설 속에 투영된다. 특히 동료를 잃고 그 자신도 일본 야쿠자와 타이 마피아에게 목숨을 위협당하면서도 수렁에 빠진 아이들을 구출해내고자 하는 의지를 결단코 꺾지 않는 오가와 게이코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 소설에서 나는 세상에 존재하는 어둠의 세계를 묘사했습니다. 세상에는 빛과 어둠이 있습니다만, 어둠에 사는 사람은 빛의 세계가 대단히 잘 보입니다. 그러나, 빛의 세계에 있는 사람에게는 어둠의 세계가 보이지 않을뿐더러, 보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빛의 세계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존재는, 여성, 아이들 같은 약자들입니다.”
_ 작가와의 인터뷰, 요미우리 신문(2009. 3. 1.)
‘아시아적 신체’와 양석일의 문학
동아시아인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을 경멸하며 일컫는 ‘깜둥이’ ‘쪽발이’ 같은 용어는 신체에 관계된 대표적인 차별어이다. 이런 어휘에서 비롯된 차별은 결정적 순간에 국가적 폭력으로 발전하고, 거대한 권력을 등에 업은 그 폭력은 사회 전반에 스며들어 또다른 형태의 폭력을 낳고, 결국에는 질서라는 명목으로 합리화된다. 양석일은 이런 차별을 ‘아시아적 신체’라는 고유의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과거 일본의 군국주의가 발현된 아시아에서 남성은 징용을 당하고 여성은 위안부로 징발되어 신체가 훼손되었다면, 『어둠의 아이들』의 아이들은 고도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으로 쾌락을 쫓는 제한 없는 산업성의 폐해를 고스란히 떠안은 신체이다.
‘아시아적 신체’와 더불어 양석일의 문학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영화와의 관계다.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를 시작으로 그의 대표작 『피와 뼈』는 같은 재일교포인 최양일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어 각종 영화제를 휩쓸었고, 재일 조선인의 삶을 통해 일본 전후 오십 년사를 관통한 『밤을 걸고』는 역시 재일교포 2세 김수진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작가는 유미리 원작의 영화 <가족 시네마>에 직접 배우로 출연한 독특한 이력도 있다.
『어둠의 아이들』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납치 사건을 그린 <KT>의 감독 사카모토 준지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영화 <어둠의 아이들>은 소재의 특수성과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미야자키 아오이, 츠마부키 사토시, 에구치 요스케 같은 인기 배우들의 열연과 영화가 가진 강렬함 덕분에 조기 종영되지 않고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08년 일본 개봉 당시 예술영화전용관을 중심으로 전국 7개 관에서 상영되던 영화는 곧 전국 120개 관이 넘게 확대 상영되는 기염을 토했다. 소설 역시 22쇄를 넘기며 많은 독자들을 각성시켰고, 실제로 일본 내 아동구호단체 자원봉사의 지원자 수가 늘어나는 효과를 낳기도 했다.
얼마 전 일어난 부산 여중생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윤리의식 문제와 인권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만큼, 다큐멘터리와 르포르타주를 뛰어넘는 소설 『어둠의 아이들』의 출간은 시의적절하게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 독자들에게 보낸 작가의 말처럼 이 작품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우리가 애써 외면해온 ‘어둠의 아이들’에 관한 문제의식을 한국 독자들도 공유하게 되길 기대한다.
이 책에 보내는 찬사
✰ 이토록 충격적인 작품은 없었다. 텔레비전, 신문, 잡지, 다큐멘터리, 르포르타주, 그 어디서도 말해주지 않았던 우리 현실을 정면으로 직시하게 하는 소설.
✰ 리얼한 묘사가 고통스러웠지만 단숨에 읽었다. 마지막은 진정 감동적이다.
✰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잔혹한 묘사에 모든 감각이 마비될 듯 무서웠다. 실로 무거운 주제에도전한 작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 절망에 휩싸여 생지옥을 견디고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니 죄책감과 무력감이 가슴을 옥죄어온다. 우리 모두가 무엇인가를 해야 할 때이다.
_ 일본 아마존 독자평
옮긴이 김응교
시인, 문학평론가. 연세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국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도쿄외국어 대학을 거쳐, 도쿄 대학 대학원에서 비교문학 비교문화를 공부하고, 와세다 대학에서 객원교수로 십 년간 한국학을 강의했다. 지은 책으로 시집 『씨앗/통조림』, 평론집『한국시와 사회적 상상력』『박두진의 상상력 연구』『시인 신동엽』『이찬과 한국근대문학』『한국 현대시의 매혹 韓国現代詩の魅惑』등이, 옮긴 책으로 『이십억 광년의 고독』『오스기 사카에 자서전』『겨울숲』『부활을 믿는 사람들』등이 있고, 『고은시선집』을 일본어로 옮기기도 했다.
▣ 발행일 | 2010년 4월 5일
▣ 쪽수 | 412p.
▣ 판형 | 140×210mm (무선)
▣ 값 | 11,800원
▣ ISBN | 978-89-546-1075-9 03830
▣ 담당 | 장선정 (031_955_2654| koiblue@munha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