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전』과 『전우치전』은 시대의 변혁을 꿈꾼 영웅과 악동의 이야기다. 서자로 태어난 홍길동이 ‘호부호형呼父呼兄’을 꿈꾸며 벼슬길에 오르고 마침내 이상향인 율도국을 건설했다면, 전운치는 한恨이 아닌 유희하는 즐거움으로 호리병에 들고 나며 끝없이 변신하는 당대의 장난꾸러기였던 셈이다.
역사적 실존 인물이자 사회 혹은 체제 바깥에 위치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은 『홍길동전』과 『전우치전』은 도술이라는 환상적 상상으로 현실비판 의식을 보인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적서차별 문제에 맞서는 홍길동과 백성의 삶과 지배계층의 부정적인 모습에 저항하는 전운치의 모습은 조선시대를 넘어 오늘날까지 판타지와 사회 비판의 원천으로 자리잡고 있다.
◆ 불온함으로 시대를 비판하다
기본적으로 소설을 불온하다고 생각했기에 사대부들은 소설을 짓고 읽는 이들을 비판했다. 그런 소설류 가운데 ????홍길동전????과 ????전우치전????은 더욱 불온한 내용을 담고 있다. 홍길동과 전우치는 사회적 차별과 억압 또는 횡포를 에둘러 말하거나 용인하지 않는다. 되려 이런 사회를 직설적으로 비판할 뿐 아니라 오히려 조롱하기까지 한다. 도적盜賊으로 기록된 홍길동과 도인道人의 삶을 살았던 전우치는 사회 또는 체제의 울타리 밖에 위치하는 인물이다. 두 작품 간 다소 차이는 있지만 모두 허구의 세계 속에서 사회 또는 체제의 문제를 비판한다. 출신에 의해 능력이 제한되는 사회적 현실의 맥락 속에서 서사적 긴장이 야기되는 ????홍길동전????과 개인의 욕망 성취에 초점이 집중되는 ????전우치전???? 은 모두 판타지와 불온성의 조화로 한국고전문학사의 걸출한 사회소설로 자리잡는다.
◆ 왜 하필 도술인가?
????홍길동전????과 ????전우치전????은 모두 ‘도술’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도술을 통해 변신을 하고, 이로써 세상의 부조리를 비틀고 욕망을 성취하는 모습은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홍길동과 전우치가 도술로 세상을 변혁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에게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실제적인 힘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홍길동의 도술을 부정적 현실을 변화시키는 힘으로 긍정하는 ????홍길동전????과 달리 ????전우치전????에서 전우치의 도술은 세상을 현혹시키는 ‘사술邪術’로서 회의되고 부정된다. 다시 말해 전우치가 요망한 사술을 부리는 장난꾸러기로 그려진 것은 반의적으로 현실의 문제가 무엇이며 그런 현실 속에서 어떤 길을 추구해야 할지를 보여준다. ????홍길동전????과 ????전우치전????을 단순한 판타지만을 그리는 소설로 볼 것이 아니라 판타지와 현실 비판 의식을 긴밀하게 결합시킨 입체적으로 짜여진 소설로 읽어야 할 것이다.
◆ 조선시대 최고의 캐릭터
????홍길동전????과 ????전우치전????은 드라마나 영화로 숱하게 만들어지며 일반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고전이 되었다. ????홍길동전????은 <쾌도 홍길동>을 비롯해 <홍길동> <홍길동의 후예> 등으로 영상화되었고, ????전우치전???? 또한 최동훈 감독의 <전우치>가 620만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며 흥행했다. 홍길동은 책 속에 갇힌 인물이 아니라 한국인의 정서 속에서 살아 숨쉬는 생명력을 가진 것이다. 이는 ????홍길동전????과 ????전우치전????이 단순히 권선징악이라는 고전 특유의 교훈성에 그치지 않고, 변신이라는 소재를 이용해 매력적인 캐릭터를 창조해 시대를 아우르는 문화 아이콘으로서의 힘을 획득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역사적 실존 인물인 홍길동과 전우치의 공통점은 사회 혹은 체제 바깥의 인물이라는 점이다. 도적盜賊으로 기록된 홍길동은 물론 도인道人의 삶을 살았던 전우치 또한 사회 혹은 체제의 울타리 안에 편안히 머물 수 없는 그런 인물이었다. 비록 두 작품 사이에 일정한 차이는 있지만, 이런 이들을 허구의 세계로 불러내, 사회 혹은 체제의 문제를 비판한 불온한 소설이 바로『홍길동전』과『전우치전』이었던 것이다.
『홍길동전』과『전우치전』의 불온한 비판은 ‘도술’이라고 하는 환상적 상상에 의해 가능할 수 있었는데, ‘판타지’와 불온한 비판 의식의 절묘한 결합으로 인해『홍길동전』과『전우치전』이 우리 소설의 ‘전통’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고전 서사 가운데 판타지의 형상 세계를 보여주는 텍스트는 적지 않으나, 판타지가 현실 비판 의식과 긴밀하게 결합되어 형상화된 텍스트는 드물다. 그러므로『홍길동전』과『전우치전』에서 판타지만을 읽어내서도 안 되며 불온한 비판 의식만을 주목하고 강조해서도 안 된다. 이 둘의 적절하고 절묘한 결합을 통해 우리 소설사에 ‘사회소설’의 전통을 마련한 작품이『홍길동전』과『전우치전』인것이다. _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