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시대와 지역, 세대를 초월하여 사랑받는 명작 『정글북』
『정글북』은 1894년 발표된 이후 시대와 지역, 성별과 인종, 세대를 가리지 않고 폭넓은 사랑을 받는 최고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이자,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더불어 가장 많이 읽히는 대표적인 아동문학이다. 또한 기존의 우화나 전래동화 등에서 사용되던 의인화 기법을 본격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동물문학의 새로운 장을 연 작품이기도 하다.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인도에서 보냈던 키플링이 인도의 정글과 그 정글을 지배하는 힘을 경험하며 느낀 다양하고 모순적인 모습을 담은 『정글북』은 선과 악, 강자와 약자, 친구와 적이 공존하는 정글을 통해 인간과 인생의 모습을 눈앞에 펼쳐 보여준다.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으로도 유명한 늑대소년 모글리의 이야기를 담은 ‘모글리의 형제들 ’ ‘카의 사냥’ ‘“호랑이다! 호랑이야!”’는 모글리의 모험심과 용맹함을 드러내면서도, 정글에서도 인간세계에서도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못한 채 ‘중간자´로 살아야 했던 늑대소년의 눈물을 그려낸다. 가장 많이 알려진 모글리 이야기 외에도, 해마다 겪는 인간의 잔인한 살육을 피해 온갖 역경을 헤치고 해상낙원을 찾아 나선 용감한 물개(’하얀 물개‘), 민첩함과 집요함으로 코브라를 처단하는 용맹한 몽구스(’리키티키타비‘), 아무도 본 적 없는 ´코끼리 무도회´를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한 맑고 순수한 영혼의 인도 소년 리틀 투마이(’코끼리들의 투마이‘) 등 원작에 실린 일곱 편의 이야기를 충실히 담아냈다. 또한 각 이야기의 시작과 끝에 삽입된 운문은 작품 안에서 다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들을 압축적으로 표현하며 작품을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격렬함과 신비함, 질서와 무질서, 거침없는 속도감과 생명의 어우러짐,
이 모든 이질적인 것들을 담고 있는 아름다운 소설
강인함, 용맹함, 충성스러움 등을 주제로 하여 19세기 제국주의 아래 성황을 누린 대부분의 아동문학 작품들이 머잖아 스러진 것과는 달리 오늘날까지 빛나는 『정글북』의 가장 큰 매력은 단선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언뜻 인간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듯 보이지만, 한편으론 남의 명예와 노동력을 착취하고 군중심리를 이용하는 인간들의 탐욕과 이기심도 보여준다. 수직적 질서와 절대복종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그것이 가져올 힘과 영광에 대한 믿음을 드러내지만, 동시에 그 위계의 어딘가에 위치한 개개의 생명에 대한 애착과 안타까움을 내비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정글북』이 21세기까지도 전 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임과 동시에 키플링에 대한 비평가들의 견해가 극과 극으로 엇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키플링의 『정글북』은 문명과 자연, 수치심과 자부심, 거침없는 속도감과 만물의 생명이 어우러지는 고요함, 질서와 무질서, 삶과 죽음 등 이 모든 이질적인 것들을 담고 있으며, 이것이야말로 애니메이션 <정글북>이 지니지 못하는 원작의 매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추천사
모든 아이들이 키플링의 이야기를 좋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좋은지 싫은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라도 키플링의 작품은 꼭 읽어야 한다. 모글리의 늑대 무리와 함께 달려보지 않은 아이는 인생에서 뭔가 큰 것을 놓치고 있는 셈이며, 그것은 다른 작가의 그 어떤 이야기로도 보충되지 않기 때문이다.
_ 로즈메리 서트클리프(소설가)
격렬함과 신비함, 수치심과 자부심, 거침없는 속도감과 만물의 생명이 어우러지는 고요함, 질서와 무질서, 태어남과 사그라짐, 『정글북』은 이 모든 이질적인 것들을 담고 있으며, 이것이야말로 원작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_ 손향숙(옮긴이)
본문 발췌
모글리는 뭔가 마음이 쿡쿡 쑤시는 것 같았다. 전에 느껴보지 못한 느낌이었다. 숨죽여 흐느끼는 모글리의 얼굴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게 뭐지? 이게 뭐야? 난 정글을 떠나고 싶지 않아. 이게 뭔지 모르겠어. 바기라, 나 죽는 거야?”
“아니야, 동생. 인간에게만 있는 눈물이라는 거지. 이제 정말 알겠다. 네가 더이상 인간의 새끼가 아니라 진정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이제부터 너는 정글에 들어오지 못해. 모글리, 그냥 떨어지게 놔둬. 눈물일 뿐이야.” 주저앉은 모글리는 하염없이 울었다.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_ ‘ 모글리의 형제들’ (본문 36~37쪽)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돌팔매가 더 거세지자 모글 리가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
“너의 형제라는 이 인간들도 짐승들 무리와 다를 바 없구나.” 침착하게 앉으며 아켈라가 말했다. “총을 쏜 걸 보면, 이 사람들도 널 추방하려는 걸 거라는 생각이 든다.”
“늑대! 늑대새끼! 꺼져!” 성스럽게 여기는 나륵풀의 가지를 흔들며 승려가 소리쳤다.
“또요? 지난번에는 내가 사람이라서 추방됐어요. 이번에는 내가 늑대라서라니요. 이제 가요, 아켈라.”
_ ‘“호랑이다! 호랑이야!”’ (본문 101쪽)
“해안에서 사람들이 총각 물개를 모두 죽이고 있어요.” 바다사자가 해안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네 친구들은 보통 때처럼 시끄러워. 늙은 케릭이 물개떼를 죽이는 걸 본 게로군. 케릭이 삼십 년 동안 해온 짓이야.”
“끔찍해요.”(중략)
“네 입장에서 보자면 정말 끔찍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너희 물개들이 해마다 오니까 인간들이 당연히 알게 되지. 사람이 전혀 없는 섬을 찾지 않는 한, 언제나 같은 일이 생길 거야.”
“그런 섬이 어디 있나요?”_ ‘하얀 물개’ (본문 12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