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동화작가 아와 나오코
일본에서 아와 나오코의 작품을 읽어 보지 못한 어른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아와 나오코가 쓴 「새」와 「여우의 창」 등을 교과서에서 보고 자란 지금 일본의 엄마 아빠 들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주저 없이 아와 나오코의 동화책을 선물한다. 어릴 적 교과서와 책에서 접했던 그녀의 이야기가 자신들의 꿈과 상상력을 한껏 키워 주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세대를 뛰어넘어 폭넓게 사랑받고 있는 아와 나오코는 일본인들이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동화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특히 『손수건 위의 꽃밭』처럼 신비롭고도 세련된 판타지 작품은 1973년 처음 발표된 이후, 오늘날까지도 널리 읽히며 현실에서 잠시 비껴나고픈 어른들은 물론이고, 끝없는 상상력을 지닌 아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고 있다. 입속에서 춤을 추듯 매끄럽게 흘러가는 아름다운 문장과 그녀만의 독특한 세계관으로 그려 낸 『손수건 위의 꽃밭』은 유행처럼 쏟아져 나온 수많은 판타지 동화 속에서 전혀 다른 재미와 감동을 안겨 줄 것이다.
아와 나오코는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면서 평범한 일상에서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끌어냅니다. 그러면서도 우리 자신 속에 숨은 욕망이나 슬픔을 짜 넣는 재주를 지녔습니다. _「옮긴이의 말」중에서
모두 안에 숨어 있는 금기를 깨려는 욕망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하지 말라’는 금기의 말은 오히려 ‘꼭 해 보고 싶다’는 충동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절대 따 먹지 말라고 했던 에덴동산의 사과도, 무슨 일이 있어도 열어 보면 안 된다던 판도라의 상자도 하지 말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끊임없이 마음을 뒤흔드는 욕망의 대상이 되었다. 금기를 깨고자 하는 욕망은 이렇듯 우리의 마음 한곳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손수건 위의 꽃밭』은 평범한 이들의 이러한 금기에 대한 갈망에서 시작된다. 편지를 배달하러 갔다가 우연히 보게 된 낡은 술 단지, 그 안에 신기한 소인 가족이 살고 있으며 그들이 날마다 손수건 위에서 국화꽃을 피워 향기로운 국화주를 담가 주는 것을 보고 우체부 요시오는 깜짝 놀란다. 소인들이 만들어 낸 술은 그 어디에서도 맛보지 못한 환상적인 맛이었다. 술 단지의 주인인 할머니는 자신이 한동안 자리를 비울 것이라며, 요시오에게 술 단지의 보관을 부탁하는 대신 마음대로 국화주를 만들어 마시라고 제안한다. 물론 조건이 있었다. 소인들의 존재를 비밀에 부쳐야 하고, 절대로 돈을 받고 국화주를 팔아서는 안 된다는 두 가지 조건. 그러나 요시오의 아내 에미코가 술 단지의 비밀을 알게 되고, 국화주를 얻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요시오와 에미코는 슬그머니 할머니와 한 약속을 잊어버리고 돈과 국화주를 바꾸게 되는데…….
진정한 판타지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색다른 마법 속으로
요시오 부부가 변해 가는 모습은 우리에게 전혀 낯설지 않다. 우리와 너무나 닮아 있기 때문이다. 금기를 어긴 바로 뒤에는 달콤한 대가가 주어지게 마련이고, 우리는 미처 그 뒷일까지는 헤아리지 못하기에 그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끝까지 이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도 바로 요시오와 에미코가 놓인 상황, 결정한 행동, 그리고 그들에게 돌아온 대가와 그 과정에서 고통받는 모습에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 겹쳐지는 까닭일 테다. 『손수건 위의 꽃밭』은 독자들에게 요시오와 에미코의 마음으로 위험과 유혹을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도록 끌어들이고 있다.
금기에 대한 갈망은 비단 어른들만의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어른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런 충동을 느낄 때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손수건 위의 꽃밭』은 권선징악 형태의 오랜 이야기들처럼 명확한 원인과 결과, 징벌과 상을 보여 주지 않는다. 요시오와 에미코가 결말 부분에서 겪게 되는 신비한 경험들도, 그게 징벌인지, 꿈인지, 환상인지 명확하지 않다. 다만 이 책은 아이들에게 요시오와 에미코, 소인들을 만나면서 욕망을 느끼고 금기를 넘어서는 아슬아슬한 경험을 아주 세련된 방식으로 제시할 뿐이다. 해서는 안 되는 일과 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아이들에게 『손수건 위의 꽃밭』은 결코 쉬이 모범 답안을 안겨 주지 않고, 스스로 생각할 힘을 길러 주는 똑똑한 나침반이 되어 줄 것이다.
한 장 한 장 읽어 나가는 동안 아이들은 선을 넘고자 하는 욕망 옆에는 그 선을 넘지 않도록 지켜 주는 파수꾼, 즉 이성과 절제의 미덕이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깨닫게 될 것이다. 현실이 아닌 또 하나의 현실을 통해 지금의 현실을 이해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진정한 판타지 동화의 정의라고 한다면 『손수건 위의 꽃밭』은 진정한 판타지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 있는 동화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