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르소는 몰이해의 제물이고 지금 이 순간도 자기를 이해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자기를 이해해줄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인』 작품해설 중에서
『이인』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읽혔으며 지금도 꾸준히 읽히고 있는 작품 중 하나이다. 초보적인 수준의 단문에 구어체, 인과관계가 부족한 병렬적인 문장으로 이루어진 이 짧은 이야기를 사람들은 왜 이렇게 사랑해왔을까. 카뮈의 친구이자 『이인』에 관한 유명한 해설을 쓴 사르트르는 독특한 문체에서 드러난 작품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인』은 문장 하나하나가 섬이며, 세계는 없어졌다가 다시 태어나고, 독자들은 무에서 무로 위험천만한 건너뛰기를 한다. 카뮈가 이러한 문체와 구성을 택한 이유는, 다름 아닌 문장 단위의 고독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독자들이 이 낯설고 이상한 문장에 겨우 익숙해지고 나면 그다음 기다리는 것은 뫼르소라는 보다 낯설고 이상한 인물이다.
소설의 1부는 뫼르소가 어머니의 죽음을 통보받은 후 “태양 때문에” 한 아랍인을 살해하기까지 18일 동안 일어난 이야기이다. 2부는 그가 체포되어 재판을 받는 약 1년 동안의 이야기이다. 뫼르소는 양로원에서 지내던 어머니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를 치르기 위해 그곳으로 간다. 그는 어머니의 관 옆에서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눈물은 흘리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피곤한 몸에 충실하고, 어머니의 죽음은 어쩔 수 없는 일이며, 일어난 일은 자신의 잘못이 아님을 알고 있다. 그리고 해변의 뜨거운 ‘태양 때문’에 한 남자를 살해한 다음 재판정에서도 그는 자신의 감정에 덧칠을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어떠한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느끼고 말하는 그에게 위협을 느낀다. 그리고 독자들은 이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카뮈가 만든 복잡다단한 퍼즐 앞에 놓이게 된다.
뫼르소 자신은 자기를 “보통사람”으로 여기지만, 그는 결코 “보통사람”이 아니다. 아니다. 그는 결코 평범한 인간이 아니다. 그는 비범(非凡)한 인간이다. 전대미문의‘태양 살해범’보다 더 비범한 인간이 있을까? 그는 “남들과 같은” 사람이 아니라 “이상한” 인간이다. 그는 다른 인간, 즉 이인(異人)이다(아마도 이런‘이인’의 의미를 가장 잘 담고 있는 언어는 아랍어인 것 같다. ‘이인’을 아랍어로는‘El Gharib’라고 하는데, 이 말에는 “전대미문의 것”,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 “다름으로 인해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자”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작품 『이인』에는 여러 차원에서 두 뫼르소, 즉 이인(二人)의 뫼르소가 있다. 뫼르소는 이인이다. -『이인』 작품해설 중에서
B. T. 피치라는 평론가는 “『이인』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하면 해야 할 말은 남들이 이미 다 하지 않았을까, 남이 한 말을 되풀이하면서 새로운 발견이라도 한 듯 떠드는 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당연히 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주인공 뫼르소와 작품을 연구해왔고 또 그만큼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다. 소설이 발표된 지 70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수많은 논문과 평론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인』이 계속 새로운 번역으로 소개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제목 L’Etranger 한 단어에 담긴 의미도 풍부하다. 번역자 이기언 교수는 우리말 제목 ‘이인’의 중의성에 대해 위와 같이 설명했다. 150여 페이지의 짧은 소설이 이렇게 오랜 동안 많은 이들을 사유하게 만들고 그 문학적 영감과 매력을 전하며 우리 곁에 고전으로 남은 것이다.
『이인』은 쉽게 읽을 수는 있지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 결코 아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이인』텍스트는 고난도의 퍼즐과도 같다. 여기저기 분산되어 있는 낱말이나 표현들을 찾아내어 서로 꿰맞추다 보면, 그때에야 비로소 숨어 있던 의미가 드러난다. 얼핏 보기에는 아무런 의미 없는 일화인 듯하지만, 깊은 의미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퍼즐 맞추기에 도전해보기를. 물론 절대로 완성될 수 없는 퍼즐이라는 사실은 염두에 두고서 말이다. -『이인』 작품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