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의 이야기를 전하는 자,
거짓된 너의 복화술사…
결핍과 배신으로 허기진 인생을 부와 명성으로 채우려는 순간
인간의 어리석음을 조롱하듯 울려 퍼지는 지옥의 레퀴엠
영화 <태양은 가득히>와 <리플리>의 원작자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삶을 다룬 평전 『아름다운 그림자』(2003)로 영국에서 휘트브레드 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미국에서 에드거 앨런 포 상을 수상한 앤드루 윌슨이 하드보일드 소설을 발표했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재주꾼 리플리』에 바치는 오마주인 『거짓말하는 혀』는 탐욕이 지나쳐 끝내 살인까지 범하는 인간의 나약하고 복잡한 내면을 입체적으로 그려내어 하이스미스의 정통을 잇는다고 평가받았다. 인물의 심리가 공간과 사물에까지 투영된 것 같은 묘사는 히치콕의 영화를 보듯 긴장된 분위기를 조성하고, 비열하고 악하나 가련한 인물들은 인간의 본성에 대해 다시 생각게 한다.
“이 도시에서 나는 어디를 가든 물음표와 조우했다.”
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하고 갓 졸업한 소설가 지망생 애덤 우즈는 자신을 버리고 다른 남자에게 간 연인과, 한 번도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은 아버지가 있는 영국을 떠나 베네치아로 향한다.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와 대작을 써서 금의환향할 야심에 부풀어 이국땅을 밟지만 기대했던 영어 가정교사 일이 갑자기 수포로 돌아가며 그의 계획은 시작부터 삐걱거린다.
하는 수 없이 애덤은 고든 크레이스의 집에 입주 가정부 겸 비서로 들어간다. 크레이스는 한때 베스트셀러 작가였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절필을 선언하고 베네치아의 낡은 저택에서 고미술품과 고서에 파묻혀 세상을 등진 채 살아가는 칠십대 노인.
저택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내딛지 않고 문명에 대해 회의하고 인간의 폭력성에 집착하는 크레이스의 폐쇄성과 기괴함에 놀라면서도 애덤은 착실하게 집안일을 하며 소설을 쓴다. 산더미처럼 쌓인 크레이스의 편지를 정리하던 어느 날, 그는 발신지가 영국인 정체불명의 협박 편지를 발견하고 크레이스의 과거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크레이스 몰래 답장을 쓰고 지난 신문기사를 들추면서 애덤은 크레이스의 제자이자 작가 지망생이었으나 자살로 생을 마친 크리스토퍼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리고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크레이스에게 거짓말을 하고 영국으로 간다.
협박 편지의 발신인인 크리스토퍼의 계부를 만난 애덤은 크리스토퍼의 사진을 보고 자신과 크리스토퍼가 쌍둥이처럼 닮았다는 데에 충격을 받는다. 더불어 크리스토퍼와 크레이스 두 사람이 동성애 관계였으며 크리스토퍼가 크레이스 때문에 자살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다.
소설보다는 크레이스의 흥미로운 삶에 관한 전기로 데뷔하는 편이 더 쉽게 성공하리란 생각이 든 애덤은, 오래전부터 크레이스에게 전기 출판 허락을 구하던 전기작가 라비니아 매든과 영국에서 접촉한다. 그리고 크레이스가 전기 출판을 수락했다고 매든에게 거짓말을 해서 전기 집필을 위한 밑자료를 받고는 경쟁자인 매든을 살해한다. 이미 크레이스의 전기가 가져다줄 명성과 부에 눈먼 애덤은 죄의식도 두려움도 느끼지 못한다.
“그것은 나의 이야기였다. 내 혀가 낳은 말들이었다.”
영국에서 돌아온 애덤은, 집은 난장판이고 크레이스는 다친 채 겁에 질려 있는 걸 발견한다. 크레이스는 예전 비서가 침입해 돈을 요구하고 폭행했다며 애덤에게 울며 매달린다. 겉으로 다정하게 크레이스를 달래고 보살피면서도 애덤은 속으로 크레이스에 대한 혐오감에 몸서리치며 자신이 집필할 전기의 성공에 협조하도록 크레이스를 협박할 기회만 노린다.
그러나 애덤 앞에 놓인 건 부도 명예도 아닌 파멸뿐. 자살보다 살인이 더 흥미로운 죽음이라고 여기는 크레이스가 놓은 함정이 지옥의 문처럼 시커멓게 입을 벌리고 그를 기다리고 있다.
이 책에 쏟아진 언론 서평
천재적인 상상력이 낳은 독특한 작품. 디킨스의 타락과 퇴폐, 히치콕의 긴장과 스릴이 그물처럼 얽혀 있다. 워싱턴 포스트
탄탄한 구성으로 음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작품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정통을 잇는다. 타임스
심리 스릴러 장르에서 새로운 거장의 탄생을 알리는 빼어난 데뷔 소설. 퍼블리셔스 위클리
앤드루 윌슨은, 베네치아의 음울한 저택에 은둔한 소설가가 놓은 교묘한 덫에 걸린 순진하고 젊은 작가에 대한 흡인력 있는 이야기로 헨리 제임스의 독보적인 영역을 침범했다. 그는 익숙한 주제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나는 벌써부터 이 작품을 영화로 다시 볼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 마이클 홀로이드(영화 <캐링턴>의 원작 『리턴 스트레이치』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