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결국, 마음이다! 마음을 읽으면 시도 쉽다!
그리하여,
국어 교과서 시 읽기, 이렇게 하면 앞선다!
*‘국어 교과서 시 읽기’에서 ‘세상 모든 시 읽기’로의 길라잡이
시를 어려워하고 시를 두려워하는 이 땅의 모든 청소년들을 위해 여기 한 사람이 나섰다. 시를 읽고, 시를 쓰고, 시를 가르치며 사는, 시인임과 동시에 명지대 국문과 교수인 정끝별, 그가 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뜻이 서로 통한다는 의미의 ‘이심전심’에서 제목을 딴 이번 책 『시심전심』은 입시를 앞둔 중고등학생을 주 타깃으로 하고 있지만, 사실 시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이 읽어 마땅한 책이기도 하다. 시를 어려워하고 시를 두려워하는 이들이 비단 청소년들만은 아닐 터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청소년문학문화잡지 계간 『풋,』에서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원고를 전면적으로 수정, 보완하여 내용을 보다 탄탄하게 구성한데다 감각적으로 읽어나갈 수 있게 편집 방식에도 묘미를 둔 새로운 방식의 시 읽기 참고서다. 책 읽기도 훈련에 따라 그 깊이와 넓이가 무궁무진하게 심화되고 증폭하듯이 시 읽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나름의 요령이 있다는 얘기다. 한국 현대 시사의 역사는 비교적 짧지만 시단에 배출된 시인들은 많고, 지금도 많이 배출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많이 배출될 것이다. 물론 시 역시도 많이 발표되었고, 지금도 많이 발표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많이 발표될 것이다. 자, 다시 원론으로 돌아와 이 모든 시인들과 시들을 그때그때 어떻게 다 읽고 어떻게 다 해석해낼 것인가의 문제를 짚어보자. 특히 난해하기로 소문이 난 우리 현대시에 대한 이해를 어떻게 도울 수 있단 말인가.
고지는 멀리 있고 그 길은 험하다지만, 고지를 만들어 세운 것도 그 길을 앞서 걸어갔던 것도 다 사람의 일이며 우리가 한 일이다. 이 책은 그 할 수 있음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줌과 동시에 더 높고 너 가파른 시의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는 자신감 또한 북돋아줄 수 있는 희망의 바이블이다. 일단 이 책에 실린 마흔 명의 시인과 시를 알아보고 읽어보자. 이들 시인들의 이력을 살피고 시들의 마음결을 내 몸에 지도로 새겨보자. 세상 모든 시로 가는 길 위에서 이들은 분명 시 읽기의 끼닛거리를 대주고 잠자리를 제공해줄 것이다.
자, 그렇다면 ‘국어 교과서에 실린 시 읽기’를 넘어서서 ‘세상 모든 시 읽기’의 길라잡이로 앞선 정끝별의 『시심전심』, 과연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
*‘천하무적 시 읽기’의 노하우
이 책은 시를 읽는 능력, 시를 감상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어 하나하나를 꿈꿀 수 있는 섬세한 감각과 열린 상상력, 그것들을 엮어 한 편의 시로 종합해낼 수 있는 논리적인 사유야말로 시를 읽는 데 필수적인 능력임에 틀림없음으로 이를 키워주고자 시 한 편을 수술대 위에 올려놓고 본격적인 시 읽기의 해부 과정을 거쳤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 책은 총 5부로 나누어 시인 마흔 명의 시 마흔 편을 다루고 있다. 김소월 시인에서부터 가장 젊은 장석남 시인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 시사를 총망라하여 국어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시인들을 텍스트로 삼은 것이다. 또한 시의 경우에는 교과서에 자주 실렸을뿐더러 그동안 잘못 읽어왔거나 읽으면서 놓쳤던 부분이 많은 시들, 그러니까 해석의 여지가 많은 시들을 골랐다. 사실, 우리 현대시를 대표하는 시들 가운데 가장 어려운 시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려운 시를 나름의 감각과 논리로 풀어낼 수 있는 내공이 쌓였을 때, 쉽고 좋은 시의 매력은 보너스처럼 거저 찾아오지 않는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가 그간 쉽게 접했던 시 해설서 그 이상을 넘어선다.
시를 말하는 방식은 둘씩 짝을 지어 ‘수능(언어) 지문의 세트 형식’으로 구성했다. 예를 들어 ‘사랑’을 주제로 한 1부에서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이성복의 「꽃피는 시절」을, ‘청춘’을 주제로 한 5부에서 이상화의 「나의 침실로」와 박두진의 「청산도」를 나란히 놓고 비교 분석 하는 식으로 말이다. 요즘 대입 수학능력시험은 두 편 이상의 시를 제시한 후 그 시들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중심으로 시를 감상하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에 표현 능력까지 묻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매 편의 말미에 “그리고 여기”를 덧붙인 까닭은 제시된 시를 꼼꼼하게 촘촘하게 해석해보는 일로 말미암아, 제시된 시 이외의 시들을 자발적으로 찾아 읽게 이끌어 보다 심화된 학습 능력을 유도해보기 위해서였다. 좋은 시는 또다른 좋은 시를 부르는 법이 아닌가.
이 책에 있어 ‘읽는 책’의 기능도 중요하지만 ‘보는 책’의 기능이 추가된다면 머릿속에 시 한 편을 ‘그림’처럼 정리하게 할 수 있을 터, 하단 부분을 메모패드로 구성했다. 그리하여 시에 대한 좀더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한 필자의 각주는 기호 대신 선을 활용하여 해당 부분 본문과 연계, 한층 보기 쉽게 하였다. 어려운 시어들은 표준국어대사전으로부터 뜻을 풀어놓았고, 헷갈리기 쉬운 한자들은 음과 뜻을 정리해 본문 속 문장들을 읽어나가면서 숙지하도록 정리했다. 또한 해설에 사용된 어려운 용어들의 사전적 뜻을 편집자주로 달았다. 한 손에 연필을 들고 저마다의 메모패드에 저마다의 공부거리를 작성해나간다면 좋은 국어 교과서이자 시 참고서가 되어줄 것이다.
책 속에서
하고 싶은 말을 숨겨놓은 채 생생한 이미지만을 보여주고 있는 시가 또 한 편 있다. 박용래(1925~1980) 시인의「월훈」이다. 묘사되는 시 속의 마을은 첩첩산중에도 존재하지 않는 마을이다. 그 마을 외딴집의 ‘노르스름하게 익은 모과 빛 저녁 창문’ 안에서는 노인이 혼자 ‘기인 밤’을 견뎌내고 있다. 밤중에 일어나 혼자서 무나 고구마를 깎는 노인의 행위에는 고독과 적막이 배어난다. 간간이 들리는 밭은기침 소리조차 없을 때 들려오는 ‘겨울 귀뚜라미 소리’는, 백석의 ‘멧새 소리’처럼, 외부와 소통하고자 하는 적막한 고독을 강조한다. 특히 노인과 오버랩된 철 지난 겨울 귀뚜라미를 통해 죽음 혹은 사멸의 이미지도 암시하고 있다. 이 시는 시각적 이미지 ‘월훈(달무리, 달그림자)’을 제목으로 앞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시각적 이미지에 겹쳐놓은 다른 이미지들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달무리가 거느린 짚오라기의 설렘과 이름 모를 새들의 온기를 상상해보라. 그리고 달무리를 거느린 함박눈이 창호지 문살에 들이치는 소리를 상상해보라. ‘모과 빛’ 창문에 깃드는 ‘겨울 귀뚜라미’ 울음소리와 대비되어 들릴 듯 말 듯, 어룽이듯 따듯하게 들릴 것만 같다. 적막할수록, 외로울수록, 그리울수록 그 소리는 클 것만 같다.
-「‘서러웁게’ 차갑고 ‘길다랗게’ 파리한」(백석, 「멧새 소리」- 박용래, 「월훈」) 중에서
작가의 말
무엇보다 ‘교과서에 실린 시’를 읽는다는 것은 시를 정말로 좋아할 수 있도록, 시의 맛과 시의 정신을 느끼면서 풍요롭게 ‘맘껏’ 상상하며 읽어내야 하는 일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시 참고서들부터 덮어라. 모든 시 구절에 밑줄 긋고 달아놓은 단답형 해석부터 덮어라. 그리고 먼저 읽어라, 느껴라, 상상하라, 그리고 궁금해하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시가, 여러분 앞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