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 차범근, 최동원, 미도파 배구단, 허재, 박찬호, 박세리, 김연아까지...
우리의 기억 속에서 울고 웃던 그들을 추억한다.
정치·경제·사회·문화를 스포츠로 풀다!
책소개
스포츠는 선수들의 기록뿐만이 아니라 팬들과 선수들이 공유하는 눈물이자 희망이요. 감동이자 즐거움, 위로이며 미래이기도 하다.
우리는 왜 아직도 김일, 최동원을 추억하는 것일까? 왜 박세리와 김연아의 우승에 눈물을 흘리는 것일까? 그 시절의 우리들은 약소국의 설움을 대신 해소해준 김일의 박치기에 열광했고 박세리의 역전에서는 IMF 경제 위기 속의 희망을 보았다. 부도난 모기업 소속임에도 끝까지 부상투혼을 보여주던 허재를 보며 우리는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었다. 최동원과 선동렬의 라이벌 대결에서는 스포츠만이 줄 수 있는 짜릿한 승부의 세계와 즐거움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그 시절의 그들을 추억하고 감동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때의 우리와 선수들이 하나가 되어 그 순간을 함께하고, 이겨내고, 즐거웠던 기억을 공유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순간의 기억을 독자들과 다시 한번 공유하고 추억하기 위해 스포츠 한국사를 하나하나 조사하여 찾아낸 이야기들을 50개의 사진과 기록으로 만들었고 그 시대를 살고 같이 견뎌내고 지켜봐온 관객이자 주인공인 우리들의 모습도 더불어 되살리고 있다.
스포츠는 순간이다
선동렬과 최동원의 불 같은 강속구가 투수 마운드에서 포수에게 다다를 때는 1초의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이승엽이 투수의 공을 때려내기까지 생각하거나 반응하는데 결정해야 하는 시간 역시 짧은 순간이다. 백인천이 친 홈런의 순간도 눈 깜짝할 사이이며 축구, 탁구, 농구, 권투, 육상 등의 스포츠도 순간의 궤적들이 어우러진 순간들의 희열에 선수와 관객이 함께 반응하고 열광한다.
스포츠는 기억의 공유다
공을 향해 달리거나 타구를 날리는 선수는 승리와 환희의 순간을 공유하기 위해 땀을 흘린다. 펀치를 날리는 선수들과 매니저의 목표는 오직 하나, 승리의 순간을 공유하기 위함이다. 팬들 역시 목이 터져라 선수를 응원하며 선수들과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그러기에 팬들은 기꺼이 김일의 박치기에 덩달아 주먹을 움켜쥐고 IMF 경제 위기 속에서도 박세리의 우승 소식에 눈물을 흘리고 ‘아직도 배가 고프다’고 외치는 히딩크의 몸짓에 함께 들썩이고 즐거워하는 것이다.
순간순간은 기록을 만들고 경기를 이루고 시즌을 만든다. 노히트노런이나 퍼펙트게임을 기록한 야구선수가 한순간에 난타당하기도 하고 KO승을 거둔 권투선수가 어느 순간 KO패로 초라하게 링에서 내려오기도 한다. 이러한 절정의 순간부터 나락의 순간까지를 팬들은 고스란히 느끼고 기억한다.
스포츠는 역사다
스포츠는 그 시대의 정치‧경제‧사회‧문화나 생활상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스포츠에는 그 어느 국민들보다 지난한 현대사를 관통해야 했던 한국민들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는데 선수의 기록에도 그의 삶과 시대의 흐름이 묻어난다. 또 그들을 스포츠 영웅으로 만들어낸 시대도 있다. 먹고사는 것이 삶의 목표였던 50~60년대에는 별다른 장비나 도움없이도 체력과 정신력만으로 승부를 가르는 복싱이나 마라톤 등이 인기를 끌었다면 70~80년대에는 군사정권 위정자들에 의해 스포츠가 삶의 고단함을 잊게 하는 도구로 활용되기도 했다. 그 예로 3S 정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프로야구는 벌써 출범 30년이 되어 국민스포츠로 발전되었는데 그 프로야구의 인기 속에는 정치로부터, 광주의 비극으로부터 국민들의 관심을 떼어놓으려는 권력층의 계산이 있었던 것이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통해 한국은 분단국가라는 어두운 이미지를 벗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1997년 IMF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도 태평양 건너에서 들려오는 박찬호와 박세리의 우승 소식에 국민들은 잠시나마 시름을 잊고 웃을 수 있었으며 2002년 한일월드컵을 통해 한 곳에 모아진 한국민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스포츠는 인생이다
야구공에는 150g의 하얀 가죽에 빨강 실밥 108개가 촘촘히 둘러져 있다. 골프공이 멀리 날아갈 수 있는 비결은 표면에 오목하게 팬 수백 개의 ‘딤플’ 덕이다. 이처럼 스포츠는 생채기가 더해진 우리들의 삶과도 닮아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팬들은 스포츠에 열광하고 선수들의 땀방울에 힘을 얻는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스포츠의 역사만을 짚어주진 않는다. 스포츠의 역사만을 위한 책이었다면 스포츠 연대표만으로도 충분하다. 『기억을 공유하라! 스포츠 한국사』는 스포츠가 우리의 역사와 우리의 생활 속에서 어떻게 같이 숨쉬고 변화하고 살아왔는지를 평범한 작가이자 우리들의 시각으로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스포츠가 스포츠 이상의 의미를 가질 때 우리는 열광하고 공감하고 그 추억을 공유하며 즐거워할 수 있는 것이다. 『기억을 공유하라! 스포츠 한국사』는 스포츠에 관련된 우리들의 추억을 공유하기 위한 책이다.
시간이 지나고, 기억은 남는다.
추억은 남는다.
책속에서
“먹는 것, 입는 것 다 좋아졌으니 운동선수가 운동만 생각했으면 좋겠다.”
굶주렸던 조선의 청년은 대한만국 태극기를 가슴에 달았지만 여전히 배고픔에 시달려야 했다. 그들은 이를 악물고 달려야 하는 마라톤이거나 역기를 들어 올리는 역도에서, 혹은 죽을힘을 다해 치고받는 권투에서 빼어난 성과를 냈다. 미는 뒷전이었고 힘이 앞섰다. 투박하지만 그들의 팔뚝은 불뚝거렸고 낡은 유니폼은 땀에 절었다. 빛바랜 사진 속 울고 웃는 그들은 우리의 아버지이지 할아버지였다.
해방 후부터 60년대까지, 대한민국 스포츠의 시작 중에서-
프로레슬링 선수 김일은 고유명사다. 그를 떠올리면 변변찮은 스포츠 중계가 없던 60~70년대 서민들의 체육관 안, TV속 함성이 연결된다. ‘땡땡땡’으로 경기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와 ‘원, 투, 쓰리’로 이어지는 경기 캐스터의 숨 가쁜 경기 중계도 귓가를 맴돈다……하지만 프로레슬링의 인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야구, 농구 등 각종 스포츠로 볼 것이 많아지고 약물로 근육을 빵빵하게 키운 WWF 등 미국 프로레슬링의 시대에 단색 경기복만을 입은 배 나온 아저씨들의 아날로그식 프로레슬링은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프로레슬링은 쇼’라는 고백은 여전히 레슬러들의 발목을 잡았다……화끈한 박치기의 추억을 남기고 반칙이 특기인 일본 선수들은 박치기와 코브라 트위스트, 풍차돌리기 등으로 혼내주던 김일의 모습에서 국민들은 쾌감을 넘어선 승리감마저 느꼈다. 그가 떠난 날 환호와 추억은 사라졌다. 프로레슬링의 한 페이지이자 한 세기도 끝이 났다.
통증과 함성 속에 고유명사가 된 김일
5월의 첫날 광주는 들떠 있었다. 당시 국민 스포츠로 불렸던 고교야구에서 광주일고와 광주상고가 맞붙었기 때문이다. 초고교급 투수 선동렬의 광주일고와 만능선수 이순철이 이끄는 광주상고는 사상 처음으로 동향팀끼리 결승전을 벌였고 지역민을 열광시켰다. 결과는 광주일고의 8대2 대승이었다……다음 대회는 청룡기 대회였다……선동렬의 광주일고는 출전자 명단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광주민주화운동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들은 광주에 갇혔다. 선수들의 형제, 부모 몇몇은 행방을 찾을 수 없었던 생황이었다. 운 좋게 광주에서 빠져나왔을지라도 그들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 했으리라, 야구는 순식간에 흐름이 바뀌는 경기로 멘털스포츠라고 불린다. 고교 야구는 더더욱 그렇다. 침울해 있는 식구들을 뒤로 하고 서울로 나선 10대의 소년들이 집 생각을 떨쳐버릴 순 없었으리라. 대신 청룡기 대회의 우승은 박노준, 김건우 등이 있는 선린상고의 품으로 돌아갔다. 광주민주화운동의 여파로 잠시 동안 광주야구는 ‘휴화산’이 된 셈이다.
광주와 야구, 그리고 선동렬 중에서
기아 농구팀은 모기업인 기아자동차의 부도를 맞은 상황에서 경기에 임했다 상대 팀은 실업 시절부터 라이벌이었던 현대였다 기아에는 농구 천재 허재가 있었고 현대에는 오빠부대를 몰고 다녔던 이상민이 팀을 이끌었다……최종 승자는 현대였다 그러나 한물 간 선수 취급을 받았던 허재는 부상당한 몸을 이끌고 매 경기 맹활약을 펼쳤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허재의 투혼에서 자신의 모습을 봤을 것이다 멀쩡하던 기업이 하룻밤 새 문을 닫던 살벌한 시절이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엄습해왔지만, 그래도 먹고 살아야 했다 가족들을 생각하면 막노동이라도 해야 했다 모두가 힘들었고 모두가 절박했던 시절이었다. 손에 붕대를 감고, 다리를 쩔뚝거리며, 눈 주위에 반창고를 붙이고 뛰었던 허재의 모습은 1998년 IMF 시대를 살아가고 있었던 한국인의 절박한 자화상이었다.
IMF 경제 위기와 허제의 불꽃 투혼 중에서
공유된 기억 속 스포츠는 때론 아름답고 때로는 한없이 슬프다. 슬프기 때문에 환희가 더하고 아픔 속에 덧칠해진 아름다움은 그 의미를 더한다.
추천사
허영만(만화가)
만화와 스포츠는 참 많이 닮은 것 같다. 수많은 이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동시에 극적인 요소도 풍부하다. 창작의 고통으로 힘들고 지칠 때 스포츠는 내게 큰 위안이 돼줬다. 또 아이디어를 발견해내는 보물창고이기도 하다. 야구와 권투를 소재로 한 만화를 그리기도 한 이유다. 스포츠에 담긴 지난했던 한국 현대사의 순간들을 되돌아보며, 동시대를 살았던 친구들도 만나고 감동도 공유할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했다.
신치용(삼성화재 감독)
스포츠는 운동장이나 코트 위 승부로 결정되는 것 같지만 그 뒤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다. 선수들의 땀도 있고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소통도 있다. 물론 시대적인 배경도 중요하다. 유럽이나 중동으로 진출하는 선수들이 많았던 70~80년대의 배구와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뛰는 2000년대와 현재의 배구가 또 다른 것처럼 말이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던 『기억을 공유하라! 스포츠 한국사』 속 여자배구 미도파가 181연승을 했다는 내용을 보고 승부욕도 생겼다. 선수들과 함께 삼성화재는 ‘이제’ 77연승을 했을 뿐이니 말이다.
이윤열(프로게이머)
『기억을 공유하라! 스포츠 한국사』를 읽고 현재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목숨 걸고 뛰어 메달을 따는 모습들에 정말 가슴이 뭉클했다. 지금처럼 좋은 환경 속에서 스포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나 행운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책을 읽는 내내 스스로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깨달으며 큰 동기 부여가 됐다.
임달식(신한은행 여자농구단 감독 겸 여자농구 국가대표팀 감독)
100만 오빠 부대까지는 아니지만 농구 열기가 끓어오를 때 선수 생활을 해 행운아라 생각한다. 책을 읽는 내내 ‘그땐 그랬지’ 하는 생각에 미소가 맴돌았다. 누구는 농구 침체기라 하지만, 대학 2부 리그팀을 1부 리그로 끌어올릴 때나 휑한 코트를 볼 때나 승리에 대한 열정은 항상 같다. 어려운 환경임에도 1984년 LA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여자농구 대표팀의 선배들처럼, 후배들을 이끌고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그 감격을 다시 한번 재현하고 싶다.
김현석(<스카우트> <시라노 연애조작단> 영화감독 )
영화와 자료화면 속 선동렬은 항상 여드름투성이 고교생이거나 완벽한 무등산 폭격기다. 그도 50세를 바라보는 중견 야구인이자 감독이 됐지만 말이다. 영상 속 스타와 달리 글 속 그들은 독자들과 함께 나이를 먹어간다. 독자들의 상상력과 경험, 추억이 함께 묻어난 결과일 것이다. 『기억을 공유하라! 스포츠 한국사』는 그래서 신기하고 새롭다. 수십 년의 여행을 떠났다 돌아온 타임머신 속 주인공처럼 스포츠와 한국사 오디세이를 떠나는 여행이 무척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