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사계절을 함께하는 120점의 그림들
지친 하루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잠들기 전에, 부담스런 하루를 시작하면서 버스 안에서, 긴장되는 시험을 앞두고 숨을 고르면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난 나른한 오후에…… 이 책에 실린 그림들은 이런 자투리 시간을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해준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작은 여유는 꼭 필요하다. 그림은 짧지만 강한 메시지를 전하고 긴 여운을 남기는 매력을 갖고 있다. 화가 이름을 모르면 어떻고 화파에 대한 미술사적 지식이 없으면 또 어떤가? 이 책에 실린 그림들은 그런 부담은 잠시 내려놓고 그저 그림에서 쉬어가라고 권한다. 지은이가 따뜻한 시선으로 골라낸 그림들이 작은 위로와 격려를 안긴다.
지은이는 그림을 ‘분석해야 할 대상’으로 대하면 어렵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 그릇이라고 생각하면 마음가짐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오래전에 지리적으로도 멀리 떨어진 곳에 살았던 서양화가들이 그린 것일지라도 그림 속에 담긴 기쁨과 슬픔은 우리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림 속에서 어렸을 때 자신의 모습을 만나기도 하고 지금은 훌쩍 자라버린 친구들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어쩌면 곁에 없을지도 모를 부모님의 얼굴이 떠오르거나 아주 오래전 첫사랑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은이는 “그림은 내가 말을 걸지 않는 한 절대로 말을 걸어오는 법이 없”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 줄이라도 좋으니 그림에 대한 감상을 꼭 적어보라고 추천”한다. 이 책을 보면 그게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있다면 왜 그런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저는 여전히 낯선 그림을 만나면 마음이 설렙니다. 무슨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그림 속 저 사람의 얼굴에 서린 근심은, 환하게 피어나는 웃음은 무엇 때문일까? 그런 상상은 늘 저를 즐겁게 합니다. 그 상상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같이 가시면 어떨까요?”
_「책을 내며」에서
지은이는 평범한 회사원,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한 여성의 남편으로 평범한 일상을 꾸려가고 있지만, 그에게는 또 하나의 이름이 있다. 바로 블로거 ‘레스까페(Rescaé)’이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2008년부터 4년 연속으로 ‘파워블로거’로 선정된 지은이의 블로그에는 그림 한 점의 위로를 얻고자 하는 네티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누적 방문자 수가 570만 명에 이르고 8만 회 이상 스크랩 된 그의 블로그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편안하고 친숙한 말투로 그림 속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발견해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이웃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듯이 그의 그림이야기에는 무엇보다 ‘따뜻함’이 있다.
이 책의 구성
책은 계절에 따라 4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고, 또 봄(3.4.5월), 여름(6.7.8월), 가을(9.10.11), 겨울(12.1.2)에 따라 매달 10점씩의 그림을 소개한다.
봄 그림에는 아무래도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과 희망을 담은 그림들이 많다. 화사한 그림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속도 환한 기운으로 가득 차는 것 같다. 그런가 하면 5월의 그림들 중에는 5.18이나 민주화항쟁의 기억 때문인지 러시아혁명 당시의 그림도 소개되고 있다. 어린이날이나 스승의 날에 어울리는 그림도, 5월의 신부를 보여주는 그림도 들어 있다.
여름으로 넘어가면 푸른 색조가 눈에 많이 띈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 풍경, 웃통을 벗고 뛰어노는 아이들, 찬란한 햇빛이 뜨겁지만 활기에 찬 여름의 기운을 전달한다.
가을의 그림들은 아무래도 색조부터 차분해진다. 가을은 “폭발할 것 같았던 여름”을 보내고 “마음을 꼼꼼하게 여미어야 하는 때”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떠났던 것들이 다시 돌아오고 돌아온 것들은 다시 떠나기 위해 또 다른 계절을 기다리는 때”를 위해 지은이는 독자들이 바라보며 상념에 잠길 만한 그림들을 잔뜩 준비해두었다.
겨울은 추운 계절이지만 그림만큼은 따뜻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다시 다가올 봄을 기다리며 얼어붙은 마음을 녹일 수 있는 그림들이다. 눈이 쌓인 풍경이라고 추위보다는 포근함이 느껴진다. 차가운 바람이 불기에 마음만큼은 따뜻하게 유지하라는 뜻일까,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게 하는 그림들도 섞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