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20년 동안 활발한 시작 활동을 펼쳐온 김형술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이다. 놀랄 만큼 예민한 감각의 촉수를 힘껏 뻗치며 살아온 그는 시시각각 거대한 어둠을 향하여 몸을 던지고 있다. 그 투신은 일상적인 것을 넘어선 근원적인 것에 접근하는 아름답고도 위험한 수단이다. 그는 태어날 수 없었던 언어를 자기의 깊이 속에 감추고 있는 바다 안에서 물고기를 길들이고 기르면서 시를 산다. 그의 키워드의 하나가 되어 있는 물고기는 촉감이다. 물고기의 미끈미끈한 감촉은 그의 시에서 흔히 입이나 혀가 되어 나타난다. 그 입과 혀는 탐미적인 냄새를 풍기지만, 말을 쏟아내는 부드러운 장치로 변신하는 이중의 기능을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