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아이가 있을 수 없다.
다섯 살 아이가 고아원이 싫어 도망 나왔다. 다섯 살이 혼자 선택을 하고 결행을 했다는 것부터 놀랍지만 그런 어린 생명이 길거리에서 먹고 자며 추운 겨울을 열 번이나 견디고 일상적인 폭력을 버텨냈다는 것은 경탄스럽기 그지없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한 번도 일어나기 힘든 인생의 비극들이 그에게는 수시로 일어났다. 그 어떤 소설보다도 강렬한 체험들로 그의 유년은 점철돼 있다. 숱한 폭행, 납치, 강간, 생매장…… 그가 꾹꾹 묻어두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은 떠올리는 것조차 너무 고통스럽다. 그러나 저자는 자기 안에 어린아이를 위로하고 보듬기 위해 용기를 냈다. 그렇지 않고서는 새롭게 시작되는 자신의 앞날들을 긍정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그가 묵묵히 뱉어낸 이야기들은 인간 안에 도사리고 있는 잔인함과 무자비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통제되지 않고 날뛰는 날 것 그대로의 인간들을 대면하는 일은, 불편하기 그지없지만 그 안에서 생명을 지켜낸 강인한 어린아이에게는 고마운 마음마저 든다. ‘맞아 죽지 않고, 얼어 죽지 않고, 굶어죽지 않고, 파묻혀 죽지 않고, 살아줘서 고맙다.’
삶에는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고 감당 못할 고통이 닥치기도 한다.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죽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할 만큼 절망적인 순간에, 이제 최성봉을 떠올렸으면 좋겠다. 고통을 이겨낸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다시 기억해줬으면 한다.
한 번의 대답을 위해 백 번을 두드려온 삶
조폭들을 피해 야학에 숨어들었고 거기서 보통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만나게 된다. 가족, 친구, 공부, 꿈. 그에게는 모두 낯설지만 그래서 그들과 섞이는 방법을 모르지만 그들과 같은 욕망을 가지게 된다. ‘나도 평범해지고 싶다. 나도 행복하고 싶다.’
어느 날 갑자기 글이 읽고 싶어져 한글을 깨우치고, 친구를 만나고 싶어 중등과정까지 검정고시로 마치고 학교에 들어간다. 도망갈 데가 노래밖에 없어서, 노래하는 삶을 살고 싶어 예고를 선택했으나 삶은 한 고비를 넘기면 새로운 고비만 준비할 뿐. 학교는 그에게 친구를 허락하지는 않았다. 노래라도 붙잡기 위해 다른 친구들처럼 레슨을 받기로 결심하고 밤샘 아르바이트를 해서 레슨비를 만들고 여러 선생님들을 찾아다니며 실력을 다녀나간다. 그러나 대학 등록금의 벽은 높았다. 그토록 노력했지만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고, 꿈을 놔버려야 했던 2년 동안 노래를 하지 않고 일용직 노동자로 전전하다가 죽어야겠다는 하는 순간 <코리아 갓 탤런트>를 만났다.
무조건 살아, 단 한 번의 삶이니까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 꿈을 꾸기에도 시간이 모자란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인 나라,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려고만 하지 그 고통을 이겨낸 삶이 얼마나 아름다우며 얼마나 벅찬 감동의 스토리를 이어나갈 수 있는지를 미처 생각하지 못한다.
저자는 살아오는 내내 자신을 ‘저주받은 아이’라고 생각해왔고 ‘나는 왜 살아야하는가’에 대해 스스로 끊임없이 물어왔다고 한다. 이 책은 그 답을 찾는 과정이자 노력이다.
그러나 최성봉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생명이 얼마나 위대한지, 삶이 만들어낼 수 있는 드라마가 얼마나 감동적인지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오늘도 살아 있는 우리에게, 지금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어떻게 이 삶을 만들어가야 할 것인지 등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게 한다.
‘무조건 살아, 단 한 번의 삶이니까’라고 최성봉은 스스로에게 이 주문을 던져왔다. 이 주문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생에 대한 태도를 점검하게 하는 메시지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