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2차, 3차에 걸쳐 전국 8개 과목 최고의 선생님들을 한자리에
EBS 제작팀은 ‘최고의 교사’를 선정하기에 앞서 사전 조사와 취재에 심혈을 기울였다. 1차는 각 과목별 교과연구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서 추천을 받고, 2차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운영하는 에듀넷의 ‘우수 수업’ 동영상으로 수업 내용을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3차는 2차까지 올라온 선생님들을 일주일간 따라다니며 동행취재해 최종 필터링 과정을 거쳤다. 치밀하고 정교한 선정과정을 통해 엄선된 최고의 선생님들이었기에, 각 선생님들의 수업 방식과 내용이 방영되자 반응은 더욱 폭발적이었다. 시청자게시판과 여러 학습 커뮤니티에 방송소감과 문의가 쇄도했고, 시청자들이 평가한 프로그램의 평점은 9.95였다. 더불어 최고의 교사로 선정된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과목 또한 국어, 영어, 수학, 논술, 역사, 미술 등 일부 과목에 편중되지 않아 시청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도 했다.
국어교사들에게 교수법을 강의하는 스타교사, 송승훈 선생님(경기 남양주 광동고등학교)
송승훈 선생님의 수업은 교과서 수업과 독서수업, 모둠별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는 활동수업 3가지 방식이 적절히 배정되어 있다. 교과서가 요구하는 지식도 익힐 수 있을뿐더러 배운 것을 활동과 실습으로 활용해 그 이상의 능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송승훈 선생님은 아이들이 책을 읽고 저자를 직접 인터뷰한 국어수업의 원고를 모아 『송승훈 선생의 꿈꾸는 국어수업』(양철북)으로 출간한 바 있고, ‘책따세(책으로따뜻한세상만드는교사들)’ 모임을 만드는 데 함께했으며, ‘전국국어교사모임’에서 펴내는 『함께여는 국어교육』 편집위원을 지냈다. 그 외에도 교육방송 라디오 <책과의 만남>을 진행하고, 교육과학기술부의 독서교육 지침서 작업을 함께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면서 교육청과 여러 단체에서 글쓰기와 책읽기를 주제로 선생님들에게 강의하고 있다.
‘쌍점쌤’의 ‘1:多’ 엮어 읽기, 박지은 선생님(경북 구미 구미여자고등학교)
현행 교육과정은 문학교과서 18종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되어 있는데, 쌍점쌤 박지은 선생님은 교과서 한 종만으로 수업하기에는 내용이 너무 부실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18종의 국어교과서를 통합하여 「쌍점쌤과 함께하는 가사문학 완전정복」「쌍점쌤과 함께하는 고대가요·향가완전정복」 「쌍점쌤과 함께하는 국어 학습장」 등의 교재를 직접 만들어 수업시간에 활용하고 있다. 수능 언어영역을 분석한 결과, 하나의 작품을 다양한 작품과 비교해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내는 것이 기본 경향임을 파악한 후, 작품 엮어 읽기를 시도하고 있다.
전국 영어수업 경연대회 1등 교사,송정선 선생님(경기 수원 수원외국어고등학교)
영어교사들을 상대로 교수법을 강의하는 선생님. 2010년 세계 30여 개국의 교사가 모인 자리에 한국 대표로 참가. 영미권 거주경험은 물론 어학연수 경험조차 없는 최고의 영어교사 송정선 선생님. 송정선 선생님의 영어공부의 해법을 하나의 단어로 한다면 GPS(Guessing, Paraphrasing, Summarizing)다. 괄호 채우기를 하는 리스닝 수업에서, 송정선 선생님은 반복듣기를 하지 않는다. 문장을 한 번 듣고 괄호의 답을 적어나가도록 한다. 정답도 여러 개. 다양한 표현을 허용하고 가장 적합한 표현을 아이들이 찾아가도록 돕는다. 리딩 수업 또한 주어진 지문을 읽고 요약하는 것이 아니라 지문을 읽고 요약한 다음 주제에 가장 적합한 문장을 찾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므로 선생님의 리딩 수업은 단순히 독해하는 시간이 아니라 읽고 요약하고 모르는 단어를 추측하고 의견을 말하면서 읽기와 말하기 능력을 높이는 시간이다. 국내 이슈를 다룬 국내판과 영문판 신문을 함께 부교재로 사용하는 것도 선생님만의 특징이다.
24년 수학반의 전설, 수학 게임수업의 본좌, 하영철 선생님(부산 사직중학교)
아는 것을 표시하고, 필요한 것을 두고, 한 쪽으로 모으고, 숨은 그림을 찾는 ‘표두모찾!’으로 수학문제를 완전정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하영철 선생님은 ‘24년’ 수학반의 노하우를 정규 수학수업에 적용해나가면서 최고의 수학교사로 학생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수학은 포기하는 과목이라는 인식을 깨고 ‘표두모찾’이라는 가장 간단한 원리와 학생들간의 멘토링 시스템만으로 학생들의 수학실력이 향상되는 놀라운 사례를 하영철 선생님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자기주도학습이 아닌 ‘함께’하는 자기주도학습의 힘 또한 24년 수학반의 특징이다.
통합논술 3인방, 경제과 권영부 선생님· 윤리과 강방식 선생님· 물리과 강현식 선생님(서울 동북고등학교)
세상은 스티브 잡스와 제임스 카메론을 원한다. 예술과 기술이 합쳐지고 철학과 물리학이 경계를 허물고 서로 넘나드는 시대, 사회가 통합적 사고를 요구한다면 교육 또한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선생님들. 무엇보다 공교육이 이를 가장 잘할 수 있다고 믿는 선생님들이 있다. 바로 동북고등학교의 통합논술 3인방 권영부, 강방식, 강현식 선생님이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경제와 윤리, 과학을 넘나드는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사고력과 글쓰기 능력을 키운다.
인터넷강의 최고의 역사강사! ‘판서의 본좌’ 최태성 선생님(서울 대광고등학교)
별명처럼 1시간 강의는 칠판 한바닥에 빼곡하게 적히고 그것으로 그날의 강의는 정리된다. 학생들 또한 노트 한 페이지로 하나의 주제를 정리하는 습관을 통해 역사공부를 훨씬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판서의 본좌답게 선생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만의 역사노트 만들기’를 제안한다. 선생님의 역사 강의는 사건이 아닌 인물 중심이다. 스토리텔링 방식에 맞게 사람의 이야기로 풀어가는 최태성식 강의에서 역사는 더이상 외우는 암기과목이 아니다.
미술로 생각을 만드는 즐거움을 알려주는, 김현정 선생님(경기 인천 신현고등학교)
최근 미술수업은 일방적으로 듣는 교육에서 시각적인 이미지를 제대로 읽고 해석하는 능력을 기르는 ‘시각문화예술 교육’으로 변모하고 있다. 예술작품이 작가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라면, 미술 교육 또한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점에서 김현정 선생님의 미술수업은 모사나 그리기가 아닌 작품을 읽고 해석하는 것, 나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생각을 시각적으로 구조화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의 예술적 감수성은 무럭무럭 자란다.
이 외에도 즐거운 책 읽기 ‘스토리북’으로 영어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주는 이경찬 영어선생님(서울 송곡여자 고등학교), 삶에서 만나는 난제를 해결할 줄 아는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이호중 도덕선생님(경남 울산 다운고등학교), 내가 사는 공간에 대한 바른 이해를 돕는 윤성관 지리선생님(경기 의정부 광동고등학교) 등이 있다.
“학교의 의미를 되찾아주고 싶다, 아이들 속에서 ‘외로운 교사’는 되지 말자…”
가슴에 품은 교사로서의 비전과 아이들을 향한 진한 희망
각 장 말미에서는 단순히 지식만 전달하는 교사가 아니라, 수업 외적인 측면으로 학생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자신의 자취방을 상담실 삼아 아이들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고, 학생 시절의 억울하고 속상했던 자신의 경험을 거울 삼아 아이들과 함께 고민하고 친해지고자 애쓰는 모습들이야말로 이들을 ‘최고의 교사’ 반열에 올려놓은 원천이 아닐까. 아이들의 성적보다 인생에 도움이 되는 교사, 정신적으로 풍요롭고 행복해지는 방식을 알려주는 교사가 되는 것이 목표인 이들에게서 학교 폭력과 대학입시 열풍으로 얼룩진 공교육의 새 희망을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