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하는 여자의 심리를 꿰뚫는 경쾌한 묘사, 유머러스한 연애 철학 등으로 ‘여자 오쿠다 히데오’라는 별명을 얻으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다이라 아스코의 소설집. 조개구이, 감자 샐러드, 카레우동, 버터밥 등 다양한 요리에 빗댄 이 시대의 유머러스한 연애 풍속도가 펼쳐진다. 재기 넘치는 문장에 녹아든 각양각색의 연애담이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공감과 상쾌한 웃음을 자아낸다.
사랑에 허기진 외로운 이들의 마음을
맛깔스럽고 따끈따끈하게 치유하는 레시피
인간의 욕망 중 가장 절실하고 원초적인 것으로 꼽히는 식욕. 그것은 때때로 서먹서먹한 두 남녀를 이어주는 큐피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오늘의 레시피』에는 이처럼 각각의 요리에 절묘하게 녹여낸 각양각색 청춘들의 맛깔 나는 연애담이 담겨 있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일상적인 연애담은 물론, 일반적인 연애의 법칙에서 약간은 어긋난 불온한 사랑의 풍경들도 각 장마다 흥미롭게 펼쳐진다.
「야만인의 식욕」 대학교 사무원으로 일하는 사오리는 이기적이고 콧대 높은 철학 강사와의 관계를 청산하고 의기소침해 있던 중, 대합조개구이를 대접하겠다는 도시야를 따라 숨은 맛집으로 알려진 음식점을 찾아간다. 그런데 조개구이 대신 그곳에선 도마뱀 구이, 전갈 튀김, 개미 젤리 등 하나같이 혐오스러운 전채요리만 줄줄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이 남자의 괴상한 작업 방식, 뭔가 숨겨진 게 있다.
「그대여 행복하길」 ‘남자들은 모두 포테이토샐러드를 좋아한다’라는 이상한 주장을 갖고 있는 고요. 소년 같고 귀여운 모습이 좋아 사귀게 되었지만 미카는 어느 순간 그에게 시들해져버린 자신을 발견한다. 대신 화장실 변기를 고치러 온 설비공 후미오에게 마음이 끌리는데…… 연적까지 친구로 만들어버리는 ‘포테이토 샐러드’의 마력적인 힘!
「우는 건 싫어」 유치원 시절 양파 덩어리가 목에 걸려 친구들 앞에서 토해버린 이후로 고칠 수 없는 양파 혐오증을 안고 살고 있는 시나. 중요한 거래처와의 식사 자리에서 양파가 들어간 하이라이스를 마주하고 잠시 고민하다가 손수건에 싸서 버리는 장면을 한 남자에게 보여버리고 말았다. 절대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약점을 들켜버린 순간, 날 놀리는 듯한 눈빛이 싫지만은 않은 건 왤까?
「가장 좋아하는 것」 튀김, 돈가스, 크로켓, 떡, 어묵, 바나나, 달걀, 온갖 토핑을 얹어 먹는 카레우동의 매력에 푹 빠져 홈페이지까지 운영하고 있는 미츠루와 심드렁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는 미치코. 소꿉친구로 시작해 사귀게 되었지만 진지한 애인 사이라기엔 어딘가 2 부족한 관계다. 게다가 미츠루의 홈페이지를 보고 찾아온 카레우동 마니아 여자의 등장으로 둘 사이에는 심상치 않은 기류가 형성되는데……
「황홀한 관계」 청소대행회사에서 일하는 로미는 서재 청소를 가서 만난 스물두 살 연상의 다카무라와 묘한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그의 집에서 대접받은, 따끈따끈한 쌀밥에 버터 한 숟가락, 간장 몇 방울로 만든 ‘버터밥’으로 단숨에 그의 매력에 넘어가고 만 것. 아버지뻘 되는 중년 남자와의 연애를 과연 그녀는 순탄하게 이끌어갈 수 있을까?
「사랑이 머무는 곳」 ‘요리 못하는 여자’라는 남모를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노리코. 어릴 적 집에서 먹던 반찬이 그립다며 손수 매실장아찌 만들기에 도전하는 슈스케를 보며 왠지 착잡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요리라는 건 진정 사랑 받는 여자의 필수조건인지, 인생의 걸림돌이 되어버린 이 뿌리 깊은 콤플렉스를 과연 극복할 수 있을지?
여섯 가지 요리에 얽힌 각양각색의 연애 스토리
중년 남자가 좋지 않은 건 말야, 체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마음만이라도 소년으로 되돌아가려 한다는 점이야. 마음은 소년인데 몸은 아저씨. 이렇게 도움이 아 되는 건 세상에 또 없다고, 아저씨한테 빠졌다는 그 친구한테 전해줘. 여자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은 중년, 몸은 소년인 남자라구.
_「황홀한 관계」 중에서
요즘 세상은 여자 혼자서도 특별히 남자에게 의존하지 않고 꿋꿋하게 일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재해를 당했을 때나 고주망태로 취했을 때, 혹은 취한 척 어리광을 부리고 싶을 때처럼 어쩔 수 없이 남자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지적인 교양이나 핸섬한 얼굴이 아니라, 튼튼한 팔과 강인한 체력이다.
_「가장 좋아하는 것」 중에서
경쾌하고 소프트한 터치에 진실된 마음이 느껴진다.
남녀의 줄다리기에 음식과 인생이 얽히는 모습이 귀엽기 그지없다.
먹는 모습이 매력적인 사람은 정말로 멋지다!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하는 소설.
_일본 독자들의 평
옮긴이 박미옥
1970년 출생. 경희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일본 오사카 외국어 대학 및 대학원에서 일문학을 전공하였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중이다. 옮긴 책으로 『검은 마법과 쿠페 빵』 『사랑 보존법』 등이 있다.
* 2008년 8월 20일 발행
* ISBN 978-89-546-0633-2
* 124*184 | 320쪽 | 9,800원
* 담당편집 : 양수현(031-955-8863 shu@munha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