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대담하고 과감해진 팡토마스의 범죄 행각
천재 형사 쥐브를 궁지에 몰아넣은 치밀한 함정
그의 존재를 아는 이는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다!
시리즈 전체 500만 부 판매를 기록한 공전의 베스트셀러
아르센 뤼팽을 뛰어넘는 범죄 추리소설의 걸작!
정교한 예술작품을 빚어내듯 섬뜩한 범죄를 저지르는 안티히어로, 범죄의 제왕 팡토마스가 한층 강력한 범죄 스케일을 선보인다. 천재 형사 쥐브와 그를 돕는 신문기자 팡도르의 허를 찌르며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탈출에 성공한 그는 2권에서 또다른 공모자를 개입시키며 점점 포위망을 좁혀오는 쥐브와 팡도르를 위기에 빠뜨린다. 1권 『팡토마스』의 엄청난 인기에 힘입어 1권이 출간된 지 이십여 일 만에 발표되었던 2권 『쥐브 대 팡토마스』에서는 당대 유행했던 초특급 호화 열차, 드넓은 베르시 부두를 배경으로 대담한 사건들이 긴박하게 펼쳐지며 독자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
팡토마스 시리즈는 시리즈 전체 500만 부의 경이로운 판매를 기록하며 프랑스 범죄 추리소설의 전설로 남은 작품이다.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1910), 레옹 사지의 『지고마르』(1910), 모리스 르블랑의 아르센 뤼팽 시리즈(1905-1939)와 함께 프랑스 대중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프랑스 범죄 추리소설의 모체라고도 할 수 있다.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는 정체불명의 존재, 교란과 파괴를 통해서만 존재 이유를 찾는, 기존 추리소설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절대 악인의 캐릭터와 그를 쫓는 천재 형사 쥐브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아르센 뤼팽 시리즈에 등장하는 무능한 형사나 탐정이 조롱의 대상인 데 반해, 사건 수사를 이끄는 형사 쥐브와 그를 돕는 신문기자 팡도르는 팡토마스에 대적할 만한 날카로운 추리력과 기발한 상상력, 직관 등 수사에 필요한 뛰어난 능력을 겸비한 인물들로 그려진다. 천재적인 형사와 더 천재적인 범인, 팡토마스 시리즈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바로 그때였다. 잠시 정차하나 싶었던 열차가 이내 조금씩 뒤로 후진하는 것이 아닌가!
“아,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차가 뒤로 가고 있어요! 뒤로 가고 있다고요!”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는 뒤로 가고 있어요. 아마도 비탈을 거꾸로 내려가는 것 같군요……”
“그렇다면 큰일입니다! 생플롱 오리엔트 특급열차가 약 십이 분 거리를 두고 우리를 따라오고 있단 말이에요.
그러니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파리 라 빌레트 구역의 건달 루파르는 자신의 정부 조제핀을 통해 경찰에 의사 샬레크 박사의 집을 털 것이라는 정보를 흘린다. 쥐브와 팡도르는 샬레크의 집에 잠입해 밤새 감시하지만 예상과 달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런 수확 없이 발길을 돌리던 그들은 기동대 소속 형사 셋을 만나 뜻밖의 소식을 접한다. 라슈푸코 가街의 경찰서에 사람이 죽었다며 울부짖는 여자의 신고 전화가 걸려왔고, 이 전화의 발신 전화번호를 추적해본 결과 바로 쥐브와 팡도르가 방금 자리를 떠난 프로쇼 주택단지 안의 샬레크 박사의 집이라는 것. 현장에 도착한 쥐브는 팡토마스의 범행을 연상시키는 잔인한 살해 현장을 목격한다.
한편, 몸살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조제핀에게 당장 퇴원하지 않으면 총격을 가하겠다는 편지가 전해진다. 경찰은 병원을 철통같이 에워싸지만 조제핀은 결국 총상을 입고, 범인은 달아난다. 쥐브 형사는 피 묻은 권총 한 자루를 통해 범인이 총을 쏘다가 손가락에 부상을 입었음을 추리해낸다. 쥐브는 부상당한 범인을 찾기 위해 병원 안 시체 안치소까지 샅샅이 뒤지지만 범인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병원 밖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손을 일일이 검사하기로 한 쥐브는 마침내 출입기록부에 남은 선명한 핏자국을 발견하는데, 그것은 샬레크 박사가 병원을 나선 후다.
샬레크 박사를 체포하기 위해 그의 집으로 달려간 쥐브와 팡도르는 이상한 방에 갖히고, 천장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모래에 파묻혀 질식할 위기에 처한다. 샬레크가 파놓은 함정에 빠져 위기에 처한 쥐브 일행. 그러나 엄청난 양의 모래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이 내려앉으며 그들은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한다.
낯선 남자와 함께 마르세유 행 기차에 오르는 조제핀을 미행하려다 열차 충돌로 목숨이 위태로워진 팡도르, 루파르의 가짜 전보를 받고 베르시 부두에 혼자 나서는 쥐브…… 위험에 빠진 두 영웅은 어떻게 이 위기에서 벗어나 모험을 이어갈 수 있을까. 그리고 샬레크와 루파르, 그의 정부 조제핀의 정체는 무엇일까. 초특급 호화 열차, 드넓은 베르시 부두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긴박한 추격전. 파괴, 교란, 방화, 그리고 살인 등 한층 강력하고 대담해진 스케일의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의 제왕 팡토마스가 노리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셜록 홈스, 매그레 반장…… 아무도 그를 붙잡을 수 없다!
천재 형사 쥐브와 더 천재적인 악당 팡토마스
‘범죄의 제왕’ ‘공포의 거장’ ‘불가해한 자’ 등 수많은 별명에도 불구하고 단지 ‘팡토마스’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온 세상을 공포에 휩싸이게 만드는 악의 화신 팡토마스. 그는 기상천외한 발상과 치밀한 계산으로 정교한 예술작품을 빚어내듯 절도, 납치, 협박, 방화, 살인 등 갖가지 섬뜩한 범죄를 저지른다. 한 가지 사건이 해결되기도 전에 또다른 범행을 연쇄적으로, 심지어 수사관들 앞에서도 공공연하게 벌이지만 그를 본 사람이나 정확히 그의 실체를 아는 사람은 없다. 팡토마스라는 그의 이름이 유령을 뜻하는 프랑스어 ‘팡톰famtô̂me’에서 비롯되었다는 추측이 범죄 천재로서의 그의 위세를 설명할 뿐이다.
아르센 뤼팽 시리즈를 비롯해 악당을 주인공으로 한 다른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수사관들이 조롱의 대상인 데 반해, 이 작품에서 사건 수사를 이끄는 형사 쥐브와 그를 돕는 젊은 신문기자 팡도르는 팡토마스에 대적할 만한 날카로운 추리력과 기발한 상상력, 직관 등 수사에 필요한 능력을 겸비한 인물들로 그려진다. 쥐브와 팡도르는 매번 치밀한 수사를 바탕으로 팡토마스를 향해 포위망을 좁혀간다. ‘범죄의 제왕’ 팡토마스가 악랄한 이름을 떨칠 수 있었던 것은 그를 쫓는 수사관들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팡토마스의 능력이 그들의 비범함에 훨씬 웃돌기 때문이다. 천재적인 형사와 더 천재적인 범인, 팡토마스 시리즈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팡토마스는 안티히어로의 전형으로서 기존 범죄소설의 주인공들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아르센 뤼팽이 비록 도둑질을 일삼지만 의적다운 면모를 보이는 데 반해, 팡토마스는 뚜렷한 동기 없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철두철미하게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악의 화신이다. 설사 악당의 정체성을 가졌어도 결국엔 사회적 규범과 선善의 가치에 적당히 타협하고 마는 당대의 소설 속 주인공들과는 판이하게, 오직 악惡만을 일관되게 대변하는 참신한 반영웅의 등장도 흥행에 한몫했다. 거의 모든 탐정소설들이 권선징악의 교훈을 담고 있는 것과 달리 팡토마스 연작은 악당들을 일망타진해서 기존의 사회질서를 수호하는 결말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변호사, 신문기자 출신 작가의 치밀한 사전조사를 바탕으로 한 현실감 있는 서술
공동집필에 의한 신선한 전개, 구술 녹음을 이용한 빠른 호흡…… 시리즈 전체 500만 부 판매!
팡토마스 시리즈는 프랑스 현지 출간 즉시(1911-1913) 시리즈 전체 500만 부, 1권 『팡토마스』만 30만 부에 달하는 판매를 기록했다고 전해진다. 이런 경이적인 성공이 가능했던 것은 작품의 중심에 팡토마스와 쥐브 두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었던 것은 물론, 여러 가지 또다른 요소들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를 이끌어나간 피에르 수베스트르는 팡토마스 시리즈를 시작하기 전 오랫동안 변호사로 활동했다. 또한 여러 유명 신문에 기사를 쓰기도 했는데 변호사와 신문기자로서의 그의 이력은 경찰청과 신문사 자료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주었고, 새로운 범죄 추리소설 집필을 위해 치밀한 사전조사를 하는 데 탄탄한 밑거름이 되었다. 정확하고 생생한 자료들을 토대로 한 구체적이고 현실감 있는 서술이 대중에게 어필했고, 수많은 독자들을 열광에 빠뜨렸다. 이 시리즈에 대한 폭발적 반응은 그 당시 분위기상 ‘성서의 위상을 위협’할 수준이었음이 정설로 전해진다.
대중의 뜨거운 관심에 힘입어 팡토마스 시리즈는 단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32개월 동안 매달 한 권씩 출간되었다. 불가능해 보이는 이 작업이 가능했던 것은 기존의 집필 방식과 전혀 다른 독특한 창작 방식 덕분이었다. 두 작가는 시일 내에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일일이 손으로 쓰는 대신 구술축음기로 집필을 대신했다. 따로 고용한 타자수가 이를 빠르게 원고 상태로 옮겨냈고, 이렇게 나온 교정지를 두 작가가 일주일 동안 검토해 최종 원고로 만들어냈다. 이러한 구술 집필 방식은 원고를 집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크게 단축했을 뿐만 아니라, 말하는 듯 생생한 호흡과 자유분방한 문체를 탄생시켰다.
20세기 프랑스 문화 예술인들을 열광시킨 문화적 신드롬
팡토마스 시리즈는 대중적으로 경이적인 성공을 거둔 인기소설이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당대 문화 예술인들이 폭발적으로 열광하고 칭송했던 작품으로 유명하다.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는 정체불명의 존재, 기성질서와 통념에 반감을 표하며 교란과 파괴를 통해서만 존재 이유를 찾는 절대악의 캐릭터의 등장은 ‘팡토마스 신드롬’을 일으키며 20세기 문화 예술인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팡토마스로부터 작품의 영감을 받았거나 작품 속에 언급하는 예술가들을 얼추 추려봐도, 막스 자콥, 기욤 아폴리네르, 블레즈 상드라르, 로베르 데스노스, 장 콕토, 앙드레 말로, 파블로 네루다, 레이몽 크노, 파블로 피카소, 후안 그리스, 르네 마그리트 등이다. 구술 녹음을 이용한 집필 방식이 1919년 최초의 자동기술법에 의한 문학작품의 탄생을 예고했던 것일까, 팡토마스 시리즈는 유독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았다. 프랑스 시인 블레즈 상드라르는 팡토마스 시리즈를 『호메로스』와 함께 서사시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아이네이스』에 비유했고, ‘팡토마스와 친구들’이라는 팡토마스 동호회까지 조직했던 프랑스 초현실주의 운동의 기수 기욤 아폴리네르는 “거침없는 스타일로 집필된 비범하기 그지없는 소설로서 상상력의 관점에서 볼 때 현존하는 최고의 문학작품 중 하나”라며 극찬했다.
기욤 아폴리네르
요즘 문학과 예술계에서 피에르 수베스트르와 마르셀 알랭의 『팡토마스』를 읽는 일이 대단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터무니없는 상상력과 활력으로 가득 찬 이 엄청난 소설은 되는대로 거침없이 쓰였으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묘사가 일품이다. 영화의 붐을 타고 일대 파란을 일으키는 가운데 쥐브 형사와 신문기자 팡도르, 벨담 부인 등이 벌이는 모험은 교양 있는 수많은 대중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중이다.
공상과 모험으로 들끓는 대중소설을 읽는 일이야말로 더없이 흥미진진한 시적 과업에 속한다. 나로 말하자면, 뜬금없이 그런 소설들을 한번 손에 잡으면 일주일이건 열흘이건 완전히 빠져들어 읽어버리곤 한다. 심지어 지난날 내가 흡족하게 읽은 책들 중 태반이 그런 소설들일 정도다. 반갑게도 그런 취향을 공유하는 교양인들을 나는 그동안 꽤 많이 만나왔다…… 팡토마스는 상상력의 관점에서 볼 때 현존하는 최고의 문학작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르 메르퀴르 드 프랑스> 제410호, 1914년 7월 16일
장 콕토
팡토마스는 규칙에 대한 철저한 반항과 지성을 뛰어넘는 본능적 용기로 우리 모두를 매료시킨다. 인간의 대담한 결단을 억제하고 천재의 현란한 분출을 틀어막으려는 위험천만한 지성의 농간을 훌쩍 벗어나 드높이 활공한다.
팡토마스를 통제할 수 있는 힘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거침없는 행보에는 어떤 주저함이나 가책도 찾아볼 수 없다. 보통사람으로 하여금 모가지 부러질 걱정 없이도 단숨에 스스로를 초극할 수 있게 만드는 저 위대한 영웅주의를 우리는 그의 모습에서 확인한다.
<르 피가로 리테레르>, 1961년 7월 22일
다양한 장르로의 재탄생 – 문화적 키워드로 자리매김한 팡토마스
팡토마스 시리즈는 1913년 루이 푀야드 감독이 영화화한 것을 시작으로 이미 수차례 영화화되었으며, 그 밖에 드라마, 연극, 인형극, 만화, 오디오북 등으로 장르를 달리하며 끊임없이 재탄생해왔다.
그리고 원작의 우수함을 다시 증명이라도 하듯, 다시 스크린 상영을 목표로 2010년 영화 제작에 착수했다. 2012년 개봉을 목표로 3D 영화로 제작중인 이 영화는 <늑대의 후예들>로 시체스 상을 수상한 크리스토프 강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최근 <아티스트>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토마 랑그만이 제작자로 참여했다. 프랑스 국민배우 장 르노가 쥐브 형사 역을, 뱅상 카셀이 팡토마스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옮긴이 성귀수
연세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1년 『문학정신』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2003년 시집 『정신의 무거운 실험과 무한히 가벼운 실험정신』을 발표했다.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며 『오페라의 유령』 『적의 화장법』 『아르센 뤼팽 전집』 『창녀』 『U. V.』 『모차르트』 『사드-불멸의 에로티스트』 『짧은 뱀』 『엘리펀트맨』 『꽃의 지혜』 『나의 형 빈센트 반 고흐』 『자살가게』 『몽테스팡 수난기』 『반란의 조짐』 『매그레 시리즈』(공역) 『O 이야기』 등 다수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