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아기 시 그림책’은 널리 불리는 동요의 노랫말에 그림을 곁들여 0~3세의 아기가 처음으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된 시리즈입니다. 아기 시 그림책 세트 ③ 은 『반달』 『기찻길 옆』 『설날』로 구성되었습니다.
가락이 느껴지는 친근한 노랫말과 아름다운 그림이 담긴 시 그림책으로 아이와 교감을 나눠 보세요. 반복적인 문장과 리듬, 운율이 살아 있는 시어는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주는 동시에 아기의 언어 발달, 정서 발달에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반달』 시 윤극영 그림 이광익
저 멀리 달나라에는 계수나무랑 토끼가 살아요. 둘은 사이좋게 하얀 쪽배를 타고 샛별처럼 빛나는 밤하늘을 여행하지요. 그 반달 속 계수나무랑 토끼는 어느새 아기와 친구가 되어 함께 여행을 떠납니다. 아기는 더 이상 깜깜한 밤이 무섭지 않아요. 이제 아기에게 밤하늘은 엄마 품처럼 포근하고 편안한 쉼터일 테니까요. 반달을 우리의 정서와 표현으로 따듯하게 되살린 동시와 밤하늘을 신비롭게 펼쳐 놓은 지판화 기법의 그림이 일품입니다. 까만 밤을 멋진 상상의 세계로 장식하여, 아기를 기분 좋은 꿈나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시 그림책입니다.
『기찻길 옆』 시 윤석중 그림 홍정선
기찻길 옆에 오막살이 한 채가 있습니다. 오막살이 안에 아가가 쌔근쌔근 잠자고 있어요. 그런데 기차가 “칙 폭 칙칙 폭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하며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달려갑니다. 아가가 기차 소리에 놀라 잠을 깰 만도 하지만 아가는 쌔근쌔근 잘도 잡니다. 윤석중 시인은 ‘자라나는 것’의 힘을 믿는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아가에게 잠은 곧 성장입니다. 궁핍한 오막살이 안에서도 아가는 잠을 자고 뽀얗게 피어나며 자랍니다. 기찻길 옆 옥수수 밭에 싹을 틔운 옥수수도 노랗게 영글어 갑니다. 자라나는 것의 힘은 과연 경이롭습니다.
홍정선 화가는 1연과 2연의 주조색을 달리하여 아가와 옥수수의 성장을 다른 빛깔로 보여 주었습니다. 파란 하늘에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빨간 기차가 달려가는 모습은 아가의 눈길을 확 잡아끕니다. 언덕과 들판을 가로지르는 기차 바퀴의 율동에 맞춰 숲속 동물들과 곤충들이 뜀박질하고 날아다니는 정경은 풍부한 음악성과 회화성을 느끼게 해줍니다.
『설날』시 윤극영 그림 박정숙
새해가 밝았습니다. 잘 개켜둔 설빔을 곱게 차려입고, 머리 땋아 댕기도 드립니다. 울보 남동생도 오늘은 울지 않습니다. 일찍 일어나 혼자 색동저고리를 챙겨 입고 세배할 준비를 합니다. 언니도 노랑저고리로 예쁘게 치장하고 새 마음으로 아침을 맞습니다. 어른들께 세배를 올리고 덕담을 나누고 떡국 한 그릇을 맛있게 먹으면 또 한 살을 먹는 설날 아침입니다. 추운 겨울바람에도 아랑곳없이 마당에서 널뛰고 윷을 던지며 모두가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아빠도 엄마도 얼굴에 웃음꽃이 핍니다.
누구나 몇 줄 읽기만 해도 금세 가락을 떠올리게 되는 윤극영 시인의 유명한 동요 <설날>의 노랫말은 새해 첫날의 들뜬 풍경을 담아낸 대표적인 동시입니다. 책 가득 설날의 정겨움과 설렘이 담겨 있어 아기들에게 설날의 분위기를 느끼게 해 주기에 좋습니다. 박정숙 화가는 색연필과 유화로 풍요롭고 너그러운 설날의 분위기를 부드러운 색감에 담아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새해 첫 아침을 여는 식구들의 표정이 모두 행복하고 즐거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