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K. 딕의 『블레이드 러너』가 잭 케루악을 만났을 때 탄생할 법한 이야기!” _옵저버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데이비드 미첼이 선사하는 또하나의 문제작!
배두나의 헐리우드 진출작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원작자로 유명한 데이비드 미첼의 두번째 장편소설 『넘버 나인 드림』이 출간된다.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를 연상케 하는 문학적 야심과 깊이를 지닌 작가”라는 찬사를 받은 데이비드 미첼은 발표하는 작품마다 맨 부커 상을 비롯한 각종 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현대 영국 문학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다. 『넘버 나인 드림』은 도쿄를 배경으로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청년 미야케 에이지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자신의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린 소설이다. 이렇게 전형적인 성장소설의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이 작품은 일반적인 성장소설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한다. 미첼은 타고난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 그리고 부단히 형식적인 실험을 계속하는 스타일리스트로서의 면모를 이 소설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한다. 젊음의 순수한 열정과 호기심에 디지털 시대의 대담한 상상력을 더해, 미첼은 독창적이고 매혹적인 소설을 탄생시켰다.
열아홉 살 청년 미야케, 아버지를 찾아 떠나다!
이제 곧 스무 살 생일을 앞두고 있는 청년 미야케 에이지의 현실은 잔인하다. 쌍둥이 누나 ‘안주’와 함께 사생아로 태어나,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마저 버림받고 외할머니와 친척들 집을 전전하며 자란다. 소울메이트나 다름없던 안주마저 열한 살 때 물에 빠져 죽는다.
늦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어느 날, 그는 어릴 때부터 줄곧 살았던 야쿠시마 섬을 떠나 무작정 도쿄로 올라온다.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찾기 위해. 명문가의 일원으로 짐작되는 아버지는 미야케의 어머니가 쌍둥이 남매를 낳자 그녀와 아이들을 버리고 연을 끊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를 찾는 일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비디오 대여점 위층 쪽방을 구한 미야케는 지하철 분실물 보관소에서 일하며 낯선 도시 도쿄에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아버지의 정체를 알고 있으리라 짐작되는 변호사를 찾아내지만, 돌아오는 답변이라곤 미야케의 아버지가 미야케를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말뿐이다. 이러는 와중 신경쇠약에 걸려 정신 클리닉에서 요양하고 있는 어머니에게서 편지가 온다. 그녀는 아들을 버린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며 아들과의 화해를 원하고 있다.
어느 주말, 미야케는 오락실에서 다이몬이라는 청년을 만나 도쿄의 환락가를 경험한다. 다이몬의 안내로 회원만 출입 가능한 고급 클럽에 들어가 그곳에서 우연히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아버지에 대한 단서를 추적하던 중 그는 야쿠자들의 세력 다툼에 휘말려 죽을 위기에 처한다. 가까스로 위기를 벗어난 미야케. 만신창이 몸으로 눈을 뜬 곳은 근사한 서재가 있는 어느 작가의 집이다. 미야케는 야쿠자들의 눈을 피해 이곳에서 지내면서 서재에 놓여 있는 ‘염소 작가 이야기’를 읽는다.
여러 가지 사건에 휘말리면서 분실물 보관소를 그만두고 비디오 대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미야케는 친할아버지의 친구라는 라이조 제독을 만나 그에게서 오래된 일기 하나를 건네받는다. 이 일기는 2차대전 당시 ‘가이텐(자살 잠수함)’ 조종사였던 종조부가 쓴 것이다. 일주일 후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지는 두 사람. 미야케는 일주일 후면 드디어 자신의 아버지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부푼다. 하지만 일주일 후 그 자리에 나와 있는 것은 의붓어머니와 의붓누나다. 사실 라이조 제독은 미야케의 친할아버지였고, 그는 병이 악화돼 그사이 세상을 떠났다.
비디오 대여점을 그만두고 피자 가게에서 일하게 된 미야케. 그는 또다시 야쿠자에게 끌려가 곤경에 처하고, 한 사설탐정에게서는 일본의 인신매매, 매춘, 장기 밀매에 대한 끔찍한 사연을 세상에 널리 알려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오고, 미야케는 어머니를 만나러 고향에 가기로 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피자 배달을 간 건물에서 드디어 그의 아버지와 마주친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후기 자본주의의 어지러운 악몽 속에서 탐색하는 삶의 의미!
소설에서 미야케는 자신의 아버지를 찾아 거대한 도시 도쿄를 헤맨다. 겉으로는 아버지를 찾는 여정으로 보이지만, 사실 이는 미야케가 자신의 가혹했던 과거와 화해하는 여행에 다름 아니다. 짧은 시간 동안 미야케는 일생에 한 번 만나기도 힘든 놀라운 인물들과 사건들을 계속 만나며 좌충우돌하고, 첫사랑을 경험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부모에게 버림받았던 아픔과 누나의 죽음이 가져왔던 트라우마를 극복해나간다. 아버지를 찾는 여행을 통해 그는 아이에서 어른으로, 세상과 홀로 마주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한 것이다.
『넘버 나인 드림』은 총 아홉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야케 에이지가 아버지를 찾는 이야기를 큰 줄기로 하고, 각 장마다 독립된 ‘곁가지 이야기’가 하나씩 끼어든다. 미야케의 몽상, 안주와 함께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 비디오 게임, 야쿠자 활극, 디스토피아적 우화, 자살 잠수함 공격대의 일기, 인신 매매 수기,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의 꿈 이야기까지. 각각의 이야기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며 중심 이야기를 뒷받침하고, 마치 각각의 그림들이 모여 거대한 벽화를 이루듯 이 소설의 전체 그림을 완성한다.
미첼은 이번 작품에서도 범죄소설, 역사소설, 공상과학소설, 로맨스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고, 여기에 영화, 만화, 비디오게임에서 빌려온 설정들을 현란하게 결합시키면서 뻔한 성장소설을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시킨다. 현실과 환상, 꿈을 오가며 직조해낸 풍경은 다양한 인물과 이야기들을 쏟아내며 독자들에게 숨 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 이번에도 미첼은 늘 독자의 머릿속에 새로운 영토를 창조하고자 하는 문학의 욕망을 아주 충실하게 구현해냈다.
인생이란 결국 의미를 찾아 떠나는 한바탕 꿈!
이 책의 제목 『넘버 나인 드림』은 존 레논의 노래 <#9dream>에서 따온 것이다. 존 레논은 자신의 꿈에서 영감을 얻어 이 몽환적인 곡을 썼고, 자신이 좋아하는 숫자인 ‘9’를 넣어 노래의 제목을 지었다. 이 소설에서 숫자 ‘9’와 ‘꿈’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미야케는 열아홉 살에서 이제 스무 살이 되며, 그의 생일은 9월 9일이다. 또 이 소설은 총 아홉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데이비드 미첼이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영향을 받은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이야기다. 본문에 “사실, <#9dream>은 <Norwegian Wood>의 후예야”라고 밝힌 것처럼 이 소설의 제목은 다분히 하루키의 『노르웨이 숲』을 의식하고 지은 것이다. 하루키는 비틀스의 <Norwegian Wood>에서 소설의 제목을 빌려왔고, 미첼은 비틀스의 멤버 존 레논의 노래에서 제목을 빌려왔다. 또한 여섯번째 이야기인 ‘가이텐’에 나오는 일기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태엽 감는 새』에서 마미야 중위가 전하는 2차대전 이야기와 그 구조가 닮았고, 네 번째 이야기 ‘간척지’에서는 아예 주인공 미야케가 하루키의 소설을 읽는 장면이 나온다(“이 생의 마지막 기억은 엉뚱한 것들이다. 나는 분실물 보관소에서 주인이 찾아가지 않은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반쯤 읽다가 우에노 역의 내 보관함에 넣어두었다. 밧줄도 없는 마루 우물에 빠진 남자는 어떻게 되었을까?”_본문 p.306). 이처럼『넘버 나인 드림』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흔적을 찾는 것은 이 책을 읽는 또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이 소설은 현실과 환상, 꿈과 삶을 수시로 넘나드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미첼은 이를 통해 우리의 삶이란 결국 환상, 꿈과 별개의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인생이란 결국 의미를 찾아가는 한바탕 꿈’은 아닌가, 그는 묻고 있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책은 총 아홉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마지막 장은 그냥 텅 비어 있는 백지 상태이다. 완전무결함과 영원의 상징이며 동시에 불완전함을 뜻하는 숫자이기도 한 숫자 ‘9’. 그 아홉번째 장이 비어 있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제 모든 것이 마무리되고 끝날 거라고 생각하는 순간, 아홉번째 꿈이 새롭게 시작되는 것이다. 그 텅 빈 꿈을 채워야 하는 것은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몫이다.
이 책에 쏟아진 찬사
이것이 영국 소설의 미래다. _인디펜던트
낡디낡은 성장소설 형식을 완전히 독창적으로 개조해버린, 재미있고 착하면서도 동시에 무서운 작품. _뉴스위크
필립 K. 딕의 『블레이드 러너』가 잭 케루악을 만났을 때 탄생할 법한 이야기. 데이비드 미첼은 끝없이 쏟아져나오는 흥미진진한 인물들과 이야기들을 온갖 기법으로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카멜레온 같은 작가다. 후기 자본주의 도시의 어지러운 거울 같은 악몽 속에서 ‘믿음’ 혹은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욕망을 훌륭하게 그려냈다. _옵저버
돈 드릴로나 윌리엄 깁슨과의 비교로는 부족한, 기괴하게 유쾌하고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매력적인 작품. _뉴요커
전성기에 도달한 작가가 내놓은 작품을 읽는 즐거움. _데일리 텔레그래프
현란한 문장과 꽉 짜인 구성으로 독자를 빨아들이며 도시의 심리적 풍경을 탐구하고 세상에 대해 정면으로 질문을 던지는 작품. 대체 어떻게 끝을 맺을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 끝내주는 소설. _북리스트
미첼은 온갖 것들이 끓어넘치는 도쿄를 환상의 도시로 변모시키는 활기 넘치고 독창적인 문장의 건축가이다. _타임스
문장에 넘치는 활력, 멈출 줄 모르는 재미, 디지털 시대의 대담한 상상력으로 가득한 작품. 문학뿐 아니라 영화, 만화, 비디오게임에서 빌려온 설정으로 현란하게 그려낸 도쿄의 현실과 환상의 풍경. 이 모든 것이 꿈이었다 해도 조금도 아깝지 않다. _이브닝 스탠더드
도쿄 거리의 악취와 바퀴벌레의 꿈틀거림조차 환상적으로 느껴지는 멋진 문장들. _가디언
* 출간일: 2012년 10월 25일
* 140*210 | 660쪽 | 16,500원
* ISBN 978-89-546-1947-9 03840
* 담당편집: 해외문학 1팀 이현자(031-955-8859, raintree@munha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