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 유방암을 이겨낸다.
그녀들, 산에 오른다.
결국 그녀들은 인생을 알아간다.
그녀들, 유방암을 이겨낸다.
10월은 전세계적으로 유방암의 달이다. 유방암의 상징인 핑크리본도 이제는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고 핑크마라톤과 같은 행사도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유방암은 현재 갑상선암을 제외하고 여성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으로 발표되었는데 이는 서구화된 식생활과 생활습관 등으로 기인한다고 하며 최근에는 20대 환자들도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유방암은 여타의 다른 암들과는 달리 여성들이 많이 걸리는 암이며, 여성성의 상징인 가슴에서 발생하는 암이기 때문에 유방암을 겪게 되면 암이라는 충격과 더불어 가슴을 잘라내야 한다는 여성으로서의 심리적 부담감도 겪게 된다. 환우들은 이 과정에서 인간으로서, 여성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의료진들은 여성성의 상징이 가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슴을 잘라낸다는 것이 곧 여성성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며 환우 개개인이 스스로의 여성성을 인식하고 유방암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히말라야에 오른 그녀들도 모두 과거 유방암을 겪어냈거나 겪고 있는 환우들이다. 평범한 아줌마에서 어느 날 갑자기 유방암 환자가 된 그녀들은 수술과 항암주사치료, 방사선 치료, 항호르몬제 치료를 겪으며 죽음과 가까운 사람들이 되었다. 누구에게든 그 사람이 살아온 과정을 한번쯤은 뒤돌아보고 반추해 볼 시간이 필요하한데 누구에게는 그것이 병으로, 실직으로, 종교가 되기도 한다. 그녀들에게는 유방암이 인생을 되돌아보게 하고 남은 날들을 잘 살아갈 수 있는 깨달음의 계기가 되었다. 그 순간들을 지나온 그녀들은 모두 입을 모아 말한다. 나의 인생은 유방암을 앓기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말이다. 이 말은 그녀들이 겪은 유방암을 질병으로, 고통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과정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인지한다는 뜻이리라. 결국 그녀들은 이러한 마음으로 지금도 유방암을 이겨내고 있다.
그녀들, 산을 오른다.
한국유방암환우회합창단은 유방암 환우들의 모임으로 2005년에 만들어졌다. 그들은 유방암을 겪은 환우들의 친목과 건강을 위해 등산을 하던 중 ‘한국유방건강재단 공모’에 제안서를 신청해 채택된 것이 계기가 되어 히말라야로 떠나게 된다. 그녀들은 여행사 선정과 참여 인원, 스텝, 그리고 사전 체력훈련까지 준비하며 그날을 준비한다. 그 자리에는 그녀들을 치료한 서울대학교병원 암병원장 노동영 박사와 등반과정을 촬영할 방송국 스텝, 그리고 재능기부 팀도 함께했다. 그렇게 모인 합창단원 9명과, 스텝들 10명, 총 19명은 네팔의 히말라야에 오르며 사건과 사고, 그리고 산통과 항암주사보다 더 고통스러웠다던 고산병도 함께 이겨내고 결국 5,003m의 ‘랑탕-코사인쿤드’ 코스의 정상에 오르게 된다.
결국 그녀들은 인생을 알아간다.
인생을 살아가다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예상치 못한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거나 휘청이는 순간이 오게 된다. 그녀들에게는 유방암이 그것이었고 그로인해 인생의 참된 가치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그녀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하곤 한다. 유방암은 나에게 고통을 주었지만 그 이상의 선물도 주었다고 말이다. 유방암이 단지 고통스럽고 떨쳐내고만 싶은 과거의 한 부분이 아닌 인생을, 미래를 계획하고 다시 한번 추스르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었다는 뜻일 것이다.
힘겨운 첫발을 내딛고 있는 그녀들은 이제 다른 이들에게도 손을 내밀고 있다. 환우들을 위해 상담실에서 다른이들에게 희망을 전해주기도 하며 자신의 제 2막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새로운 직업을 가지기도 하고, 종교를 배우기도 한다. 유방암은 그녀들의 인생에 더 밝고 긍정적인 등불이 되었으며 다른 이들의 마음까지 밝히고 있다. 그녀들은 자신의 인생에 주인이 되어 자신만의 인생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나아가고 있다. 그녀들이 처음 히말라야에 오를 때처럼 말이다.
평범한 대한민국의 아줌마, 작가가 되기 위해 다시 한번 고군분투하다.
이 책은 히말라야에 오르는 과정의 등반기와 그녀들이 겪어낸 투병기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등반 전 준비과정에 대한 이야기와 유방암을 통보받고 수술하기 전까지의 이야기들을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풀어내고 있다. 2부는 히말라야에 오르는 과정과 유방암 치료를 겪으며 생겨난 이야기들이 주가 되며 마지막 3부는 하산하며 느낀 히말라야의 마을과 사람들, 풍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유방암을 치료하며 겪게 된 변화된 심경과 인생관을 적고 있다.
이 책을 위해 평소 글을 써보지 않던 그녀들은 여름 내내 모여 고군분투하며 자신들의 이야기들을 풀어내었으며 서울대병원 암병원장 노동영 박사도 의료진으로서, 또한 같이 히말라야에 등반한 동료로서의 느낌을 이 책에 적어내려 갔다.
10명의 작가들 각각의 개성이 넘치는 문체와 이야기로 독자들은 다양한 히말라야를 느껴볼 수 있고 그들이 이겨낸 10가지의 유방암 이야기와 10가지의 인생관을 하나의 책에서 살펴볼 수 있다. 특히 그녀들을 치료한 노동영 박사가 등반을 하면서 느낀 점과 의사로서의 고뇌와 암을 이겨내고 강인한 생명력으로 일어선 그녀들을 경탄의 눈으로 바라본 글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중 하나이다.
이는 마치 각자 다른 목소리와 울림에도 합창을 할 때 아름다운 하모니가 나오는 것처럼 그녀들 각자 개성적인 목소리와 시각을 통해 책을 읽는 재미와 다양함을 선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