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독극물 제조, 특기는 살인사건 추리
화학광 소녀 탐정 플라비아는 오늘도 대활약중!
영미권 미스터리 문학상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파이바닥의 달콤함』 세번째 이야기
두 언니의 비웃음도, 경찰의 따가운 눈초리도 그녀의 추리본능을 억누를 순 없다
화학광 소녀 탐정 플라비아 들루스의 좌충우돌 사건일지 제3호
『겨자 빠진 훈제청어의 맛』은 1950년 영국의 한적한 시골 마을을 무대로 화학광 소녀 탐정의 활약상을 유쾌한 필치로 그린 플라비아 들루스 미스터리 시리즈 3권이다. 1권 『파이바닥의 달콤함』에서는 세상에서 단 두 장뿐인 희귀한 우표 때문에 벌어진 살인사건을, 2권 『꼭두각시 인형과 교수대』에서는 마을을 찾아온 유명 꼭두각시 조종사의 죽음을 조사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점쟁이 집시 여인을 둘러싼 일련의 수수께끼를 해결한다. 전체 여섯 권으로 계획된 플라비아 들루스 미스터리 시리즈는 현재 4권까지 발표되었다.
70세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발랄하고 활기 넘치는 11세 소녀를 생생하게 그려낸 앨런 브래들리의 첫 소설 『파이바닥의 달콤함』은 데뷔작으로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난무하는 추리소설들 가운데 단연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으며 대거 상, 매커비티 상, 배리 상, 애거사 상 등 영미권 주요 미스터리 문학상의 신인부문을 모두 석권하는가 하면 <뉴욕 타임스> 15주 연속 베스트셀러를 기록했고 전세계 37개국에 판권이 수출되었다. 또한 독자들은 주인공 플라비아를 위한 팬클럽 홈페이지(http://flaviafanclub.ning.com/)를 만들고 인상 깊은 구절과 감상을 나누는 등 시리즈를 향해 무한한 애정을 보여주었으며, 『꼭두각시 인형과 교수대』는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이 선정한 ‘미스터리 베스트 9’에 오르기도 했다.
60여 년 전 영국이라는 고풍스러운 배경과 깜찍 악랄한 독설 소녀 캐릭터의 절묘한 조화는 미스터리 애호가뿐 아니라 전세계의 폭넓은 독자층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2011년에는 국내에도 그녀의 활약상이 소개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플라비아는 지칠 줄 모르는 호기심을 원동력으로 세번째 사건 해결에 나선다.
점쟁이의 수정구슬은 알고 있을까?
한 여자의 과거에 묻혀 있는 어두운 진실을.
엄마가 보인다고? 내가 갓난아기 때 사고로 죽은 우리 엄마가?
마을의 바자회 날 점쟁이 집시 여인을 찾아간 플라비아 들루스는 수정구슬에 엄마 해리엇의 모습이 비친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 허둥대다 양초를 쓰러뜨리고, 그 바람에 집시의 텐트가 완전히 타버린다. 미안한 마음에 집시 여인을 가문의 영지에 머무르도록 하지만 몇 시간 후 상상조차 못 했던 광경을 목격한다. 그녀가 누군가에게 머리를 얻어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던 것이다!
화학실험실에 처박혀 발명한 독극물로 심술궂은 두 언니에게 보복을 함으로써 일상의 무료함과 반항심을 달래던 플라비아는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믿음직스러운 자전거 글래디스에 올라타 실마리를 찾아나선다. 집시 여인에게 아기를 빼앗겼다는 여자의 앙갚음일까? 플라비아 역시 복수가 주는 쾌감에는 일가견이 있지만, 여자가 어떤 방법으로 집시를 습격했는지는 도저히 모르겠다. 현장에서 진동하는 비린내로 판단하건대 마을의 천덕꾸러기 생선장수의 소행인지도 모른다. 한밤중에 저택에 몰래 들어와 어슬렁거리다 들킨 적도 있는 수상쩍은 놈이니까.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생선장수마저 시체로 플라비아의 눈앞에 나타나는데……
다채로운 캐릭터를 맛보는 즐거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이야기의 세계
『겨자 빠진 훈제청어의 맛』의 즐거움은 무엇보다도 다채로운 캐릭터를 맛보는 데 있다. 어른이 되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플라비아가 여전히 천진함과 조숙함을 넘나들며 웃음을 자아내는 것은 물론, 그녀를 중심으로 개성 강한 다양한 등장인물이 소설에 입체감을 더한다. 우표 수집에만 온 신경이 쏠린 퇴역 군인 아버지, 거울을 달고 사는 큰언니와 책벌레 작은언니, 마을 소식통 수다쟁이 가정부,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 탓에 가끔 정신이 이상해지지만 티 나지 않게 플라비아를 챙겨주는 정원사, 매번 사건현장을 훼손하고 증거에 손을 대며 수사를 방해하는 플라비아를 귀찮아해도 결국 매번 결정적인 순간에 도움을 주는 그녀를 내심 인정하는 마을 경찰 등은 전편에 이어 어김없이 제각기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여기에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초상화가, 남몰래 특이한 종교를 믿는 수상쩍은 골동품상 부부 등 새로운 마을 사람들까지 가세해, 사건 해결의 단서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캐릭터 자체의 참신함으로 작품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또 한 가지 이번 3권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작품 속 세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먼저 플라비아가 아기 때 설산에서 실족사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베일에 싸여 있던 엄마 해리엇의 비밀이 조금씩 드러난다. 해리엇이 살아생전에 가문의 영지에서 야영을 해도 좋다고 허락해주었다는 집시 여인이나, 사고를 당하기 직전 그녀의 초상화를 그렸던 화가의 이야기, 저택 구석구석에 남아 있는 해리엇의 자취는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들루스 가문을 압박하는 재정 문제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제껏 현실로 느끼지 못했던 가족의 곤경을 플라비아도 실감하게 된 것이다. 커다란 저택에 사는 귀족 가문임에도 저택의 소유자 해리엇이 유언을 남기지 않고 세상을 떠난 탓에 가족들에게 남은 것은 거의 없고, 결국 가보를 팔아 생활비를 충당해야 할 지경에 이른 아버지는 그렇게 아끼던 우표들마저 팔 결심을 한다.
세 번의 독특한 사건과 앙큼한 소녀 탐정 캐릭터로 독자들을 사로잡은 앨런 브래들리가 이제 어떤 세계를 펼쳐 보일 것인가. 이것만은 확실하다. 셜록 홈스의 추리 능력, 퀴리 부인의 화학적 재능, 지킬 박사의 열정을 한 몸에 지닌 플라비아는 그 어떤 사건을 마주하더라도 어김없이 멋지게 해결해내 독자들을 매혹할 것이다.
▶『겨자 빠진 훈제청어의 맛』에 쏟아진 찬사
어른이 되어서 플라비아를 만나는 경험도 물론 환상적이다. 하지만 그녀를 롤모델 삼아 자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영리하다는 건 멋지니까. 플라비아로 산다는 건 멋지니까! _루이즈 페니(소설가, 『스틸 라이프』 『치명적인 은총』)
플라비아에게서 차기 셜록의 싹이 보인다. _북리스트
다채로운 캐릭터와 멋진 대사, 예측할 수 없는 전개, 그 조화가 환상적이다. _USA 투데이
기발한 유머를 곁들인 미스터리를 사랑한다면 놓쳐서는 안 될 작품. _라이브러리 저널
천천히 읽으며 탐스러운 유머를 하나하나 음미하고 싶었지만 어떤 내용이 이어질까 궁금해서 미친 듯이 책장을 넘길 수밖에 없었다. 느긋하게 이야기를 즐기자고 거듭거듭 스스로를 다독였으나 역부족일 만큼. _아마존 독자
▶ 옮긴이 윤미나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출판번역가로 활동중이다. 지은 책으로 『굴라쉬 브런치』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 『꼭두각시 인형과 교수대』 『불평하라』 『사랑을 쓰다』 『단 한 번도 비행기를 타지 않은 150일간의 세계일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