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으로 글을 쓴다.”
노희경 작가가 한 말이다. 그녀의 말이 아니라도 많은 시청자들은, 아니 많은 여성 독자들은 드라마의 치유력을 믿으며 드라마에 홀릭한다.
월화 미니시리즈, 수목 특별극, 주말드라마로도 모자라서 각종 미드와 일드에 영국드라마까지 섭렵하며 챙겨보는 ‘드라마’와 친한 우리 세대, 우리 여성들. 이 책은 드라마와 함께 호흡하고 공감하며 성장하는 우리 시대 20~30대 젊은 여성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우리 모습과 닮은 드라마 속 캐릭터를 통해 위로받고 치유했던 삶의 상처 조각들을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보듬어주고, 감싸안아준다.
우리 중 열에 아홉은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며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사회가 정해놓은 나이 별 코스에 맞춰 더 나가지도, 뒤처지지도 않게 적당히 균형을 맞춰가며 하루하루, 한 해 한 해 삶을 꾸려가는 참으로 평범한 인생이다. 하지만 가끔은 우리도 드라마 같은 인생을 살지 않은가? 꿈 속, 동화 속 세상이야기 같은 드라마를 보며 박수치며 공감하고, 같이 웃고, 함께 울며 자신 혹은 자신의 친구의 모습을 발견하곤 하지 않는가? 혹은 ‘한때 나도 그랬었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어쩜 저렇게 내 얘기 같지?’ 하고 흠칫 놀랐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아니면,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이야기들을 드라마를 통해 간접 경험하며 대리만족해본 기억이나, 좋아하는 드라마에 마음을 뺏겨 한참을 보고나니 우울했던 마음이 싹 가셨던 경험은 누구나 다 갖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모든 이들을 위한, 드라마로 비춰보는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지은이는 <살아가는 동안 후회할 줄 알면서 저지르는 일들> 등의 드라마를 연출한 드라마 PD이지만, 이 책을 쓰면서는 드라마 시청자, 즉 평범한 우리의 입장에 섰다. 그녀 또한 드라마의 애청자로서, 드라마와 함께 울고 웃고 살아가는 한 사람이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겪은 일들을 자신이 사랑한 드라마를 통해 풀어놓은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그저 드라마의 줄거리를 소개하고 따라가는 형식으로 이뤄져 있지 않다. 그보다는 드라마의 장면들에서 건져낸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시크릿 가든>을 다룬 글에서는 주인공 길라임과 김주원의 사랑이야기보다는 라임과 문분홍 여사의 대화를 통해 지은이의 어머니를 떠올리고, <천일의 약속>에서도 역시 두 남녀 주인공의 사랑이야기보다 여주인공과 그녀의 사촌오빠의 관계를 통해 지은이에게 편안한 사촌오빠 같은 남자들을 떠올리는 식이다.
드라마 속에서 찾아낸, ‘살다 보면 입맛이 쓰지만’ ‘때로는 괜찮다 싶을 때도 있고’ ‘어쩌면 장밋빛일지도’ 모르는 20.30대 여성들의 삶, 그 속에 담긴 좌절과 희망, 우정과 사랑, 위로와 격려가 모두 이 책 속에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