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몸을 섞으며 도도히 흐르는 섬진강,
그리고 김용택 시인이 그 섬진강을 따라 함께 걸으며
그러모은 그림 같은 풍경들
어디선가 태어난 물 한 방울이 작은 물줄기를 만나 샘을 이루고, 샘물이 넘쳐 만들어진 도랑은 가재를 키우고 논과 밭을 적시고 흐르다가, 골짜기에서 흘러온 물길과 만나 몸을 키워 강이 된다. 그렇게 몸을 키운 섬진강은 진안, 임실, 강진 등을 거쳐 구림천과 만나 전북 임실군 덕치면 장산리 앞부터 활등같이 굽은 산굽이를 감아돌며 물을 키운다. 이어서 순창도 들르고, 강천산에서 흘러나온 옥천도 만나고, 전남 곡성을 향해 치달리다가, 남원 금지 들과 곡성 들을 가로지르며 남원을 뚫고나온 요천강을 와락 껴안으며 굽이를 힘껏 튼다. 이런 섬진강의 발원지와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섬진강 남도 오백 리』는 『김용택의 섬진강 이야기』 시리즈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책 속에서 작가가 강을 따라 함께 걸으며 그러모은 풍경은 파노라마처럼 하나의 그림으로 이어진다. 천담에서 적성까지 흐르는 섬진강 물길, 강가 10리를 따라 철마다 다른 꽃들이 피어나는 꽃길, 인근 여덟 마을 사람들이 달려들어 농사를 짓는 내집평 들, 장마로 물이 불어나도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는 징검다리 이야기가 길고 아름답게 묘사된다.
특히, 작가가 글로 되살려낸 섬진강 마을 사람들의 삶은 강물을 닮아 있다. 작가는 강에 몸을 적시고 강물 소리를 듣고 사는 사람들의 마을문화는 소박하고 조촐하며 순박하다고 말한다. 말 그대로 자연과 같은 삶을 그는 여전히 그리워하고 꿈꾼다. 그런 꿈을 꾸는 것이 작가만은 아닐 것이다.
아름답고 예쁘고 때 묻지 않고 수줍은 누이 같은 섬진강. 잘난 것도 아니요, 빼어난 경치가 있는 것도 아니요, 유명한 사찰이나 인물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사시사철 사람들이 강과 산과 어울려 오래오래 사는 곳, 그곳에 가면 자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깊은 밤 강물 소리를 듣고 있으면, 우리가 애써 힘들여 간직한 것들이 얼마나 하찮은지, 우리가 아등바등 사는 날들이 그 얼마나 부질없는지, 삶이 도대체 우리에게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마음이 가난한 자만이 이 세상 강물을 자기 마음 안으로 흐르게 할 줄 안다. 그럴 수 있을 때까지 강물을 마음으로 끌어들이며 밤잠을 설칠 일이다. _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