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사람들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인간성,
강물처럼 흘러넘치는 사연과 인생들!
『진메 마을 진메 사람들』에는 그립고, 잊을 수 없으며, 늘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 이야기가 한데 모여 있다. 작가의 글에 자주 등장했던 풍언이 양반, 큰집 머슴이었던 병제, 진메 마을의 상쇠였던 빠꾸 하나씨, 소고춤 추는 문수 씨, 쇠똥 줍는 순창 양반, 청년 시절 함께 어울리던 논두렁 깡패 친우들, 허리가 뒤로 굽은 장이동 할머니, 깊은 산속에서 온갖 일을 하며 살아가던 친구 양사채, 피 끓는 청춘 용식이의 죽음, 시인의 첫사랑 ‘그 여자’ 등 사람들 이야기가 굽이굽이 엮인다.
작가는 또한 이 책을 통해 오랜 세월 고향에 사는 것은 기쁨이었으나 동시에 고통이었음을 고백한다. 부서지는 고향, 늙어가는 사람들, 베어져 팔려 나가는 마을 언덕의 소나무들, 변하는 인심이 쓸쓸하고 서러워 눈물 흘렸다고 말한다. 세월이 지워가는 고향을, 어느덧 사라질 위기에 처한 고향을 작가는 끝까지 부여잡고 지키는 일이 행복하면서도 고되고 또 헛된 것 같아 괴로웠다고 술회한다. 그런 작가를 지켜준 것은 강과 자연과 마을, 사람들, 그리고 어머니였다. 그 존재들에 힘입어 작가는 부지런히 그 초상을 그려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김용택의 문장 속에서 삶은 말에 기대어 있지 않고, 말이 삶에 기대어 있다. 의미는 언어에 뿌리박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몸과 대지에 뿌리내린다. 거기에는 관념의 조작이 없고 기발한 이미지나 남을 놀래키려는 수사학적 장치가 없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그의 기쁨과 슬픔은 농업공동체적인 삶의 질감과 그 아름다움, 그리고 그 공동체적인 삶을 파괴하는 사회 경제적인 해체작용 사이에 끼여 있다. 그가 보여주는 아름다움이, 더이상 미래사회의 전망이나 구성 원리로서 무력한 것이라고 폄하하는 일은 아주 쉽다. 그리고 그 ‘무력’은 아마도 맞는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보여주는 아름다움은 인간이 끝끝내 단념하지 못할 한바탕의 운명인 것이다. 산다는 것은, 직접적으로 살아간다는 뜻이라야 옳을 것이다. 삶은 영원히 아날로그인 것이다.
_김훈(소설가), 「내 친구 용택이」 중에서, 4권 『진메 마을 진메 사람들』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