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눈동자를 바라보면 나는 온몸이 다 서늘해진다.
온몸이 다 서늘해지는 끝없이 까만 아이들의 눈동자들을 바라보며
이 세상이 아름답다고 노래하며 나는 살았다.”
창우와 다희는 마암분교에서 만난 아이들이다. 섬진강 댐가에 있는 이 작은 분교는 전교생이 열여덟 명이고, 운동장 끝에는 파란 호수가 걸려 있었다. 중학교 2학년 국어교과서에도 수록된 김용택의 교사 시절의 산문집『창우야 다희야, 내일도 학교에 오너라』에는 작가가 마암분교에서 만난 아이들 이야기와, 그 아이들이 쓴 ‘아이답고 솔직한’ 동시들이 사이좋게 실려 있다.
작가가 마암분교에 가서 제일 처음 시작한 것은 아이들과 운동장에 나가 축구와 야구를 하는 것이었다. 무슨 게임이든 전교생이 다 나와야 할 수 있었다. 운동을 하며 아이들은 활달해지고 얼굴엔 생기가 돌았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없는 은미는 늘 선생님에게 와서 징징 울며 어머니가 보고 싶다고 울던 버릇을 고치고, 빼고 삐치는 짓이 줄어들었다. 늘 한쪽 구석에 그늘처럼 가만히 웅크리고 있던 인수는 점점 햇살 속으로 들어왔고, 그림같이 조용하던 현자와 현정이 자매도 아이들과 어울리며 활달하게 웃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세계는 골라지고 다듬어지며 질서가 형성되어갔고, 위와 아래가 분명해졌다. 작고 어린 아이들이지만 작은 공동체가 형성된 것이다. 그 공동체 속에서 창우와 다희는 무럭무럭 자라고, 귀봉이, 동수, 은미, 인수, 현정과 현자, 빛나와 두나, 세희, 창희와 소희, 진산, 진하, 진철, 그리고 초이는 일기도 쓰고 동시도 쓰며 김용택 ‘선생님’을 일깨우는 ‘어린 선생님’이 되어준다.
손을 잡아주고, 어깨동무를 해주고, 목을 껴안아주는 어린 동무들과 함께한 시간을 되새기며 작가는 “꽃과 바람과 새와 눈과 비와 호수와 아이들과 나,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에게” 이 책을 바치고 싶다 말한다.
창우야 다희야, 바람이 분다. 생각나니, 봄바람이 불고 운동장가 벚나무 꽃잎이 바람에 날릴 때 입으로 손으로 꽃잎을 받으려고 뜀박질을 하던 일이며, 작고 어여쁜 봄꽃들을 찾아다니던 일이며, 개구리 뒤를 따르던 일이며, 우리 셋이 나란히 앉아 하얀 개망초꽃을 들여다보던 일이며, 매미 소리를 듣고 이 나무 저 나무로 매미를 찾아 나서던 일, 거미줄에 걸린 이슬방울이 거미줄을 타고 쪼르르 굴러가던 모습을 오래오래 바라보던 일들이. 하루하루가 우리에게는 행복한 시간들이었지.
운동장을 걸으며 내 곁으로 와 내 손을 잡던 손이 따뜻한 다희야, 책상에 앉아 있으면 내 어깨에 손을 얹고 내 목을 껴안던 창우야. 마지막 날 내 곁을 떠나지 않고 내 주위를 뱅뱅 돌던 다희야. 인사를 하고 운동장을 걸어가며 옷소매로 눈물을 닦던 창우야. 정말 너희들이 그립고 보고 싶어서 나는 이렇게 철없이 목이 메어 속으로 운단다.
_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