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서는 장날, 다시 열리는 보부상 길……
조선 후기 보부상들의 파란만장한 삶,
그 재미와 감동 고스란히 다시 찾아온 김주영 장편소설 『객주』
김주영 작가의 대표작이자 한국 역사사회소설의 한 획을 그으며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장편대하소설 『객주』 3차분으로 7, 8, 9권이 출간되었다. 『객주』는 마지막 10권 연재 시작과 더불어 순차적으로 출간되어 세 달에 걸쳐 기존의 9권까지의 개정판이 모두 출간되었다. 현재 서울신문과 인터넷 교보문고에 동시 연재되는 있는 10권이 끝을 맺으면, 30여 년 만에 의미있는 완간을 맞이하게 된다. 지난 4월 1차분으로 출간된 『객주』 1, 2, 3권 제1부 외장(外場)과 5월에 2차분으로 출간된 4, 5, 6권 제2부 경상(京商)에 이어, 이번에 출간된 7, 8, 9권은 제3부 상도(商盜)이다.
1979년부터 1984년까지 총 1465회에 걸쳐 서울신문에 연재되었던 『객주』는 1984년 아홉 권의 책으로 묶여 나온 바 있다. 그러나 김주영 작가는 거기서 이야기가 끝났다고 생각지 않았고, 스스로 완간이라 말하지도 않았다. 주인공 천봉삼을 원래의 구상대로 죽음으로 이끌지 못하고 산 채로 이야기가 끝났던 것도, 후에 더 마무리 짓고자 한 이야기가 남아 있어서였다. 그러다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고, 4년 전 경북 울진 흥부장에서 봉화의 춘양장으로 넘어가는 보부상 길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이제 진짜 객주를 끝맺을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울진 죽변항에서 내륙 봉화까지 소금을 실어나르는 길인 이 십이령 고개가 그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30여 년 만에 드디어 『객주』 10권이 씌어질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이 한국문학사에 남을 만한 뜻깊은 연재에 맞춰 기존의 『객주』 또한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옷을 바꿔 입었다.
1878년부터 1885년까지 보부상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 조선후기의 시대 모습을 세밀하게 담아낸 소설 『객주』는 정의감, 의협심이 강한 보부상 천봉삼을 주인공으로 한 보부상들의 유랑을 따라가며, 경상도 일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근대 상업자본의 형성과정을 그리고 있다. 피지배자인 백성의 입장에서 근대 역사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대하소설의 새로운 전기를 만든 작품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객주는 금융업, 유통업, 창고보관업 및 물류업을 하던 장소이자 그런 행위를 하는 상인을 말한다. 신라시대부터 시작되어, 조선에서는 도가, 접소, 도방이라고도 불렀고, 객주의 성격에 따라 물산객주, 해물객주, 젓갈객주 등으로 불렀다. 상도덕에 대한 규율이 강해서, 매점매석과 강매, 보따리 장사를 하는 여인네를 범하는 일이 엄중히 다스려졌다.
보부상은 보자기 보(褓)자와 짊어진다는 부(負)자가 합쳐진 것으로, 신체가 건장하고, 지름길을 많이 알며, 기억력이 좋고 셈이 밝은 사람들이 종사했다. 정보 수집에도 능해 어떤 물건이 달리고 넘쳐나는지 파악해 물건을 공급했기 때문에 물가를 조절하는 일종의 중앙은행 같은 역할도 맡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 흥선대원군은 보부청을 만들어 보부상 조직을 장악하려고 했고, 동학농민운동 때는 보부상들이 정부 편에서 토벌에 가담했다. 1898년 독립협회를 와해시킨 황국협회는 보부상들이 중심이 된 단체였다. 김주영의 『객주』는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조선 후기 혼란한 개화기 상황에서 보부상의 생활풍속과 이들의 경제활동, 정치적 이해관계를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5년간의 사료 수집, 3년에 걸친 장터 순례, 2백여 명의 취재로 완성된 한국문학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객주』의 개정판은 오랫동안 기다린 시간만큼 반가운 선물이 될 것이며, 처음 만나는 젊은 독자들에게는 재미와 의미가 모두 충족되는 잘 짜인 역사사회소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 『객주』 10권은 4월 1일부터 서울신문과 인터넷 교보문고 북로그에 동시 연재를 시작했다. 처음 『객주』를 연재했던 서울신문과 인터넷, 모바일을 통해 많은 독자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인터넷 교보문고의 동시 연재는 30여 년 만에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객주』 10권이 가지는 남다른 의미를 새삼 되짚어보게 한다. 또한 서울신문 연재에 들어가는 최석운 화가의 그림은 『객주』10권을 읽는 재미를 더욱 풍성하게 해줄 것이다. 연재 중반으로 접어들어 그 긴장감과 재미가 나날이 깊어지고 있는 『객주』 10권에도 독자들의 지속적이고도 아낌없는 성원을 기대한다.
● 『객주』 7 줄거리
홀로 남은 신석주는 수발을 들던 월이를 속량시키고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며 육의전 대행수 자리를 내놓는다. 그의 재산을 물려받은 월이는, 그녀를 곁에 두려는 송파 마방의 유필호를 떠나 평강에 처소를 정한다. 평강 처소 사람들이 길소개를 유인하기 위해 안변에서 운천댁을 납치해오지만, 길소개는 개의치 않고 관고의 거금을 모조리 챙겨 떠나버린다. 그는 민겸호에게 동정을 얻어 선혜청 창관 자리를 얻는다. 한편 천봉삼은 거금을 노린 추쇄에서 월이를 벗어나게 하기 위해 어음표를 돌려주려 하나, 신석주는 이미 세상을 하직하고 난 뒤다. 이에 유필호는, 왜세와 민문을 몰아내고 대원위대감을 옹립하려는 이재선에게 자금을 대주자고 제안한다. 이 일로 강쇠와 천봉삼이 평강 처소를 비운 사이 조소사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슬픔에 허덕일 겨를도 없이 천봉삼은 다락원과 송우점, 철원, 원산 사이를 잇는 상로를 개척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왜상들의 난입이 군데군데 목격되면서, 이재선의 계획이 조정에 누설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임오년(1882년) 5월 하순, 궁중과 척신들의 탐학에 불만이 쌓여 민심이 수상한 가운데, 민겸호 수하 길소개의 농간으로 유발된 군병들의 격노로부터 임오군란이 시작되고, 유필호는 성 밖의 난전꾼들도 응당 군정들과 합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기를 약탈하고 권문세가를 약탈하는 군정의 무리는 운현궁의 대원군을 추대하고자 한다. 왜국의 공사관과 의금부 등이 유린되었다는 소식에 조정을 발칵 뒤집히고 민겸호, 김보현 등이 척살되는 가운데 대원군이 사실상 정권을 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