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소용돌이, 그것은 왈츠!”
두렵지만 신중하게 스텝을 밟아가는 거북이 같은 인물들의 느린 왈츠!
기욤 뮈소, 마르크 레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프랑스 최고 인기 작가 카트린 팡콜!
1979년 데뷔해 여러 권의 소설을 선보였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작가 카트린 팡콜은 2006년 발표한 소설 『악어들의 노란 눈』으로 단숨에 밀리언셀러 작가 대열에 합류했다.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프랑스에서만 100만 부 이상 판매, 전 세계 31개국 번역 출간이라는 수식어만 봐도 그녀가 일으킨 ‘악어 신드롬’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팡콜은 그 여세를 몰아 2008년 후속작인 『거북이들의 느린 왈츠』를 발표했고, 이 작품은 『악어들의 노란 눈』의 뒷이야기를 애타게 기다렸던 독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았다. 3부작의 대단원인 『센트럴 파크의 다람쥐들은 월요일에 슬프다』(2010)는 초판부수 25만 부, 1개월 판매부수 40만 부라는 엄청난 기록을 낳았다. 카트린 팡콜은 ‘악어-거북이-다람쥐’로 이어지는 이른바 ‘동물 3부작’의 성공으로 2009년 프랑스 판매순위 3위, 2010년에는 기욤 뮈소를 제치고 2위에 올랐고, 2011년 여성 작가로는 유일하게 100만 부 이상 판매되며 3위를 기록했다. 명실상부한 프랑스 최고 인기 작가 자리에 오른 것이다.
1979년 스물다섯의 나이에 첫 소설 『째깍째깍 사랑시계』를 발표하며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카트린 팡콜은 첫 책의 성공을 뒤로하고 1981년 미국 뉴욕으로 유학을 떠났다.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글쓰기와 시나리오 작법을 공부하며 글에 리듬감을 넣는 법을 배웠고, 꾸준히 소설을 발표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나갔다. 또한 뉴욕 체류중에 로널드 레이건, 자크 시라크, 메릴 스트립 등 유명 인사들을 인터뷰해 잡지에 기고하기도 했다.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카트린 팡콜의 성공 스토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소설가로서의 끊임없는 공부와 노력, 저널리스트로서의 깊이 있는 인물 이해가 그 바탕에 깔려 있었다.
우리 곁에서 살아 숨쉬는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생생한 가족 연대기의 출발점, 『악어들의 노란 눈』
『악어들의 노란 눈』(문학동네 2012년 출간)이라는 특이한 제목의 소설은 단숨에 프랑스를 카트린 팡콜 신드롬으로 몰아넣었다. 이 작품은 방대한 분량에도 지루할 틈 없이 치밀하게 이어지는 탄탄한 줄거리, 현실감 넘치는 대화, 한번 잡으면 좀처럼 놓을 수 없는 강력한 흡인력으로 프랑스 100만 독자들을 열광케 했다.
뛰어난 미모, 화려한 결혼,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는 언니 이리스, 못생기고 뚱뚱하고 자신감 제로인 동생 조제핀. 외모도 성격도 생활도 너무나 다르지만, 두 자매 모두 현재의 삶이 만족스럽지가 않다. 이리스는 부유하지만 일상이 늘 권태롭고, 조제핀은 중세 시대에 대해서라면 모르는 게 없는 똑똑한 여성이지만 늘 생활에 쪼들린다. 어느 날 이리스는 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소설을 쓰고 있다’는 거짓말을 던지는데, 사실 이리스는 글을 쓸 줄 모른다. 거짓말을 수습하기 위해 이리스는 동생 조제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책의 수입은 모두 동생에게 주고 자신은 작가 행세만 할 테니 소설을 써달라는 것. 조제핀은 결국 언니의 제안을 받아들여 소설을 한 편 써내고, 그 책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된다. 시간이 갈수록 작가 행세를 하는 언니 이리스의 명성은 높아져만 가고, 소설을 쓴 ‘진짜 작가’ 조제핀은 그런 언니를 보며 점점 공허감에 빠져드는데……
두려움 많고 자신감 없는 평범한 주부 조제핀이 밀려드는 현실의 파도를 뛰어넘으며 삶의 진실을 찾아나가고 당당히 홀로서기에 성공한다는 이 소설은 조제핀으로 대표되는 현대 여성들의 삶과 고민을 그대로 반영한 작품이다.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살아 있는 인물들을 내세워 ‘사람 사는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이 작품에는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지극히 현실적인 고민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소설의 무대인 프랑스에서뿐만 아니라, 유럽의 어느 나라, 이곳 한국에서도 현재진행중인 삶의 모습과 여러 가지 갈등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기에 수많은 독자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카트린 팡콜은 등장인물의 말과 생각을 통해 엄마처럼, 언니처럼 독자들에게 삶과 행복의 비밀을 전하며 ‘감성 멘토링 소설’을 만들어냈다. 전작의 분위기를 이어가면서도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요소를 가미한 후속작 『거북이들의 느린 왈츠』는 『악어들의 노란 눈』에 열광하던 독자들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았고, 프랑스에서만 60만 부 판매라는 또하나의 기록을 세웠다.
회오리치는 내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악어들의 노란 눈』의 한 장면. ‘가짜 작가’ 이리스가 조제핀이 쓴 소설의 시놉시스를 들고 편집자를 찾아가는데, 편집자는 극찬을 하며 이런 말을 덧붙인다. “현대적인 동시에 맛깔스럽게 구식인데다 익살스럽고 순진하고 영리하고 대중적이에요. 미스터리만 살짝 추가하면 완벽하겠어요.”
카트린 팡콜은 작중 편집자의 입을 빌려 자신의 후속작을 암시한 것일까? 『악어들의 노란 눈』의 인물들이 다시 뭉쳐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거북이들의 느린 왈츠』에서는 전작을 이끌었던 찬란한 자아 찾기와 따뜻한 가족애에 연쇄살인 사건에서 비롯된 미스터리가 더해진다.
인생의 거센 파도를 뛰어넘은 조제핀은 이제 새로운 삶을 향해 첫발을 내디딘다. 소설의 성공으로 생활이 점차 안정되어 파리의 부촌으로 이사를 가고, 큰딸 오르탕스를 영국으로 유학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겁 많던 싱글맘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변신한 후 점차 자신감을 찾아가지만,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 헤쳐나가야 할 문제들이 너무나 많다. 소설의 ‘진짜 작가’가 밝혀진 후 작가 행세를 하던 이리스는 충격과 수치심에 우울증 증세를 보여 요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 동생 조제핀과의 관계도 서먹서먹하다. 어머니 앙리에트와의 갈등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큰딸 오르탕스는 소식이 뜸하고, 작은딸 조에는 사춘기에 접어들었는지 엄마와 말도 섞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 더 심각한 일들이 벌어진다. 어느 날 밤 귀가하던 중 조제핀은 의문의 남자에게 심한 폭행을 당한다. 다행히 목숨은 구했지만 조제핀은 두려움에 휩싸인다. 그 와중에 케냐에서 악어에게 잡아먹혔다던 전남편이 잘 지내고 있다며 엽서를 보내오고, 아빠의 사망 소식을 알지 못하는 딸은 기쁨에 들뜬다. 거기에 항상 다정하고 곁에서 힘이 되어주던 애인 루카는 조제핀이 폭행당한 사실과 사망한 전남편의 엽서 이야기를 듣고도 남의 일인 양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험난한 파도를 넘어 이제 겨우 삶의 주인공으로 발돋움하려는데, 조제핀의 인생에 또 한번의 폭풍우가 몰아친다. 하지만 이것은 앞으로 벌어질 일들의 서막에 불과했다.
여기저기서 출몰하는 수상한 남자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의 사건들!
폭행 사건과 전남편의 엽서, 애인의 무관심으로 골치 아파하던 조제핀은 작은딸 조에의 담임교사인 베르티에가 자신이 폭행당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접한다. 얼마 안 있어 조제핀과 같은 아파트에 살던 심술궂은 노처녀 바소니에르가 아파트 안에서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이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하던 여성 경찰 또한 잔인하게 살해된다. 모두 여성을 대상으로, 거의 똑같은 수법으로 벌어진 범죄였다. 하지만 범인은 흔적도 지문도 전혀 남기지 않았다.
연달아 일어나는 끔찍한 사건만으로도 조제핀은 엄청난 충격을 받는데, 설상가상으로 지하철을 타고 가던 중 전남편 앙투안과 꼭 닮은 사람을 보게 되어 정말 남편이 살아 있는 것은 아닌지 의혹이 짙어진다. 이뿐인가. 쌍둥이 형이 있다고 했던 루카가 사실은 형과 자기 자신으로 1인 2역을 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조제핀은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에 점점 더 깊이 빠지는 기분이다.
한편 요양원에서 나온 이리스는 잘나가는 변호사인 남편 필리프와 아들 알렉상드르를 되찾아 예전의 영광을 다시 누리려 하지만, 필리프는 이리스를 매몰차게 대한다. 이리스의 동생 조제핀에 대한 연정 때문이었다. 그저 형부와 처제 사이였던 두 사람에게 언제부턴가 가족 이상의 감정이 움텄고, 필리프와 조제핀은 그 감정을 서로 공유했다. 하지만 조제핀은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도덕적 잣대, 그리고 필리프에 관한 소문 때문에 다가오는 사랑을 받아들이기가 망설여진다.
이런 상황에서 조제핀의 주변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에르베 르플로크피녤은 능력 있는 은행가로 조제핀을 깍듯하고 친절하게 대한다. 여러 사건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던 조제핀은 르플로크피녤의 다정함에 다소나마 안정을 되찾는다. 이렇게 친절한 르플로크피녤이 자식들에게는 너무나 무서운 아버지이며 아내에게 중세식의 가부장적 규율을 강요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조제핀은 또다시 충격에 빠진다. 그런데 필리프에게서 거절당한 후 조제핀의 집에 머무르던 이리스가 예전의 영화를 다시 누리게 해줄 상대로 잘생기고 능력 있는 르플로크피녤을 선택하고, 두 사람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새로운 삶에 대한 이리스의 환상은 커져만 간다.
전남편 앙투안, 애인 루카, 이웃집 남자 르플로크피녤과 관련된 풀리지 않는 의문이 조제핀을 옥죄는 가운데, 필리프를 향한 애틋한 사랑은 쉽사리 떨쳐낼 수가 없다. 과연 조제핀은 이 총체적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언니 이리스와 위험한 신사 르플로크피녤의 관계는 어떻게 진전될 것인가? 파리의 부촌을 공포로 몰아넣는 연쇄살인범은 대체 누구인가?
미스터리, 로맨스, 따뜻한 가족애를 모두 느낄 수 있는 소설
『악어들의 노란 눈』과 다르게 『거북이들의 느린 왈츠』는 미스터리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작품이다. 카트린 팡콜은 따뜻한 멘토링 같은 소설의 후속작으로, 비슷한 배경, 비슷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이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미스터리 소설을 만들어내며 놀라운 변화를 꾀함과 동시에 장르를 넘나드는 뛰어난 글솜씨를 여실히 드러내 보였다.
카트린 팡콜은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리지만 결국 누구에게 의존하지 않고 혼자서 위기를 헤쳐나가는, 건강한 정신을 지닌 조제핀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과거의 영화에만 매달린 채 자기 자신을 찾지 못하는 언니 이리스, 인격분열의 모습을 보이는 애인 루카, 그리고 유년 시절의 고통과 상처로 무시무시한 살인마가 돼버린 연쇄살인범을 등장시켜 정신적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도 보여준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삶의 목적을 잃고 움츠러들고 불안해하는 인간 군상을 통해 현대 사회의 문제를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작가는 『악어들의 노란 눈』과 마찬가지로 따스한 위로의 손길을 잊지 않는다.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손을 이끌고 조심스레 왈츠의 스텝을 밟으며, 누구나 상처가 있고 누구나 가치가 있다는 인생의 소소한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 책 속으로…
날 감동시킬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랑드의 매서운 바닷가에 갔던 그날 이후 난 존재하기를 멈췄으니까. 그날 이후 어떤 것이든 내게 깊이 각인되는 게 없어. 난 죽었고, 그저 내 삶을 스쳐가는 조연일 뿐이지. 1권 98쪽
“우리 모두는 언제든 범죄에 걸려들 수 있어. 사실 범죄가 벌어지는 것보다 외려 더 많은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게 놀라운 거야.” 1권 102쪽
“여자 혼자 몸이라는 게 사실 힘들어요. 강하고 적극적이고 단호해야 하는데 전 그렇지 못하거든요. 전 그보단 느린 편이에요. 실은 아주 느리죠……”
그가 호의 어린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넌지시 흘렸다.
“거북잇과입니까?”
“한 시간에 두 걸음씩 옮기는 겁에 질린 작은 거북이죠!”
“전 거북이가 참 좋습니다. 정이 아주 많고, 또 충직한 동물이죠……” 2권 123~124쪽
“침묵보다 더한 형벌은 없어요. 모든 걸 상상하게 되고 모든 게 불안해지죠. 머릿속에서 전원이 나가버리는 거예요. 현실감각이 제로가 되니 화조차 안 나는 거죠. 난 침묵은 참을 수가 없어요.” 2권 344쪽
욕망, 그것은 결코 병에 담을 수 없는 향기와 같다. 아무리 화를 내고 애원하고 절망스러워해도 욕망은 어느새 날아가버리는 덧없는 것이다. 2권 240쪽
▶ 해외 언론 서평
모든 것이 너무나 빠르고 각박한 세상에서 조심스레 껍질을 깨고 나와 천천히, 끈기 있게, 춤을 추듯 나아가는 작은 거북이 같은 인물들이 소설을 활기차고 풍부하게 만든다. 르 푸앵
사랑, 우정, 모성애, 사춘기의 방황, 목적을 잃은 현대인 등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 엘 쿨투랄
이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탐독하라! 카트린 팡콜은 불행의 목을 비틀어 유머와 낙관주의가 가득한 세계로 독자를 이끈다. 마리 클레르
로맨스, 미스터리, 따뜻한 가족애를 한꺼번에 느끼고 싶면 이 책을 선택하라! 마드무아젤
마지막 장까지 손에서 책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서스펜스 속에서 오롯한 독서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책. 코스모폴리탄
담당 | 해외문학 2팀 이은현 (031_955_7972 singing36@munha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