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과 변주 조선시대 한문학의 계보적 연구
- 저자
- 임준철
- 출판사
- 글항아리
- 발행일
- 2013-10-21
- 사양
- 640쪽 | 152*224 | 양장
- ISBN
- 978-89-6735-078-9
- 분야
- 고전, 문학이론
- 정가
- 33,000원
- 신간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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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우리 문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던 명대 이반룡의 「고악부서古樂府序」에는 흥미로운 예화가 실려 있다. 한나라 고조 유방은 장안의 궁궐에 모셨음에도 부친이 기뻐하지 않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알아보니 본래 살던 풍읍의 왁자지껄한 삶이 그리웠기 때문이었다.
유방은 호관胡寬을 시켜 태상황을 위해 새로운 풍읍을 만들고 풍읍 사람들을 옮겨 살게 했는데, 길과 집 등이 옛날 그대로여서 남녀노소와 짐승들이 자신의 집을 찾아갈 수 있을 정도였다. 또 다른 예로는 준마를 잘 알아보는 것으로 유명한 백락伯樂이 제시된다. 그는 천하의 말을 논하지만 정작 그 말의 빛깔이나 성별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때도 있었다.
백락이 말을 논하는 방법은 외양의 측면에서는 대상을 파악한 것은 아니지만 진정한 내면의 가치라는 측면에서는 정확하게 인식한 것이다. 여기서 이반룡은 양식과 전통의 계승이 반드시 외양을 본뜨는 것이 아님을 지적한 것이다. 두 가지 예 중에서도 후자가 강조되는 것은 표면의 유사성만이 아니라 이면의 참모습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성의 전범과 무관해 보이는 작품조차도 사실 양식과 전통을 다른 방식으로 계승한 것일 수 있다. 진정한 계승이 작품의 감춰진 부분에서 이뤄진다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박지원은 「초정집서楚亭集序」에서 옛것을 배워 잘 변통한 법고창신의 사례를 강조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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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서울 출생. 고려대 한문학과 및 동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문학박사. 한국연구재단의 박사후 국외연수 대상자로 선발되어 베이징대 비교문학과 비교문화 연구소에서 연구했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조선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6년 재단법인 한국어문회와 한국어문교육연구회가 수여하는 제4회 어문논문상을 수상했으며, 2006·2007·2008·2013년에 한국연구재단의 우수논문 사후지원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의상意象(이미지)을 중심에 놓은 한시 미학 연구를 오랜 시간 수행해왔으며, 근래엔 작가가 스스로 쓴 자신의 죽음에 대한 장송가인 자만시自挽詩, 자신의 얼굴에 대한 시각적 경험에 관한 문학인 화상자찬.像自贊, 그리고 연행록의 환술幻術(마술) 관람 기록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저서로 <조선중기 한시 의상 연구> <동아시아 문화의 통섭과 역동성>(공저), <북경유리창>(공저) 등이 있으며, 역서로 <중국 시가의 의상: 이미지로 읽는 중국 시가의 역사> <조영복의 연행일록>(공역)이 있다. 이외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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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제1부 나의 장례식: 자만시自挽詩
제1장 자만시自挽詩의 시적 계보와 조전 전기의 자만시
제2장 조선시대 자만시의 유형적 특성
제3장 가장假裝된 죽음과 고통의 기억
제2부 초상화 속의 내 얼굴: 화상자찬 畵像自贊
제1장 화상자찬류?像自贊類 문학의 존재 양상과 자아 형상화 방식의 특징
제2장 한국 화상자찬?像自贊의 전형典型과 변주變奏
제3부 환영幻影을 만드는 사람들: 마술공연의 관람 기록들
제1장 연행록에 나타난 환술 인식幻術認識의 변화와 박지원의 「환희기幻?記」
제2장 18세기 이후 연행록 환술 기록幻術記錄의 형성 배경과 특성
제3장 환희시幻?詩를 통해 본 청대 북경의 환술幻術
제4장 박지원 「환희기幻?記」의 환술幻術 고증과 분석
제4부 연행록의 계보학: 처음과 끝
제1장 조선시대 최초의 북경 사행시使行詩, 장자충張子忠의 <판서공조천일기判書公朝天日記>
제2장 대청사행對淸使行의 종결과 마지막 연행록
제5부 협객의 형상: 유협시遊俠詩
제1장 유협시遊俠詩의 유형적 전통과 17세기 조선시단의 유협시
제6부 차별과 연대: 조선시대의 개성 출신 문인들
제1장 조선 중기 송도松都 문인 시에 나타난 심미 경향의 특질
제7부 전범과 일탈: 조선 중기 한시에서의 관습과 개성
제1장 조선 중기 한시에서의 "기奇"
주
참고문헌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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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이 책은 자아의식에서 출발해 타국의 문화 수용을 통한 내면과 외면의 갈등에 이르기까지
한국 한문학사의 계보를 훑으며 그 안의 전형과 변주를 밀도 있게 추적한다.
한문학계에서는 처음 석박사 논문을 쓸 때, 대개 작가 단위의 연구를 한다. 하지만 이는 반드시 적절한 방법은 아니다. 시적 관습으로 말미암은 고정된 패턴의 사고 반복이 개성을 달리하는 작가들 사이의 차이보다는 동질성을 드러내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생활 정감과 문학적 환경의 차이를 고려할 때 우리가 한문학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양식과 문학 전통에 대한 해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이 나왔다.
한문학 작품을 읽을 때 양식과 전통에 주목하는 이유는 작품이 도달한 진정한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선인들의 작품에서 도연명·두보·이백의 시구와 왕세정·원굉도·김성탄의 영향을 발견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작품을 어떻게 사용했느냐만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지 않았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이 책의 제목을 <전형과 변주>라고 붙이고, 전형에 의거한 변주 양상을 계보적으로 탐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문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던 명대 이반룡의 「고악부서古樂府序」에는 흥미로운 예화가 실려 있다. 한나라 고조 유방은 장안의 궁궐에 모셨음에도 부친이 기뻐하지 않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알아보니 본래 살던 풍읍의 왁자지껄한 삶이 그리웠기 때문이었다.
유방은 호관胡寬을 시켜 태상황을 위해 새로운 풍읍을 만들고 풍읍 사람들을 옮겨 살게 했는데, 길과 집 등이 옛날 그대로여서 남녀노소와 짐승들이 자신의 집을 찾아갈 수 있을 정도였다. 또 다른 예로는 준마를 잘 알아보는 것으로 유명한 백락伯樂이 제시된다. 그는 천하의 말을 논하지만 정작 그 말의 빛깔이나 성별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때도 있었다.
백락이 말을 논하는 방법은 외양의 측면에서는 대상을 파악한 것은 아니지만 진정한 내면의 가치라는 측면에서는 정확하게 인식한 것이다. 여기서 이반룡은 양식과 전통의 계승이 반드시 외양을 본뜨는 것이 아님을 지적한 것이다. 두 가지 예 중에서도 후자가 강조되는 것은 표면의 유사성만이 아니라 이면의 참모습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성의 전범과 무관해 보이는 작품조차도 사실 양식과 전통을 다른 방식으로 계승한 것일 수 있다. 진정한 계승이 작품의 감춰진 부분에서 이뤄진다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박지원은 「초정집서楚亭集序」에서 옛것을 배워 잘 변통한 법고창신의 사례를 강조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