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을 달리는 코뿔소
- 저자
- 최승호
- 출판사
- 난다
- 발행일
- 2013-10-30
- 사양
- 104쪽│132*213│신국판 변형│무선
- ISBN
- 978-89-546-2288-2
- 분야
- 시
- 정가
- 9,000원
- 신간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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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문학동네 임프린트 가운데 하나인 난다에서 詩에 관한 모든 것을 다양한 형식으로 담아내기 위해 시리즈 "난다시詩방"을 시작한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시의 만물상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이것은 시다! 라는 닫힘에서 이것이 시야? 라는 열림으로 보다 개성 있고 보다 세련되며 보다 유연한 시의 자유를 꿈꾸는 한 권의 완전한 시, 그 시들만의 방"을 꾸려볼 작정으로 기획된 이번 시리즈의 포문을 열어준 이는 다름 아닌 최승호 시인. 이미 문학동네시인선의 첫 주자로 그 든든한 명맥의 선두가 되어준 그가 내어준 또 하나의 곁가지는 제목 하여 『허공을 달리는 코뿔소』란 시집. 형식과 내용 모두에서 그 어떤 줄자로도 잴 수 없는 광대한 상상력과 바늘구멍 속으로 들여다본 듯 예민한 관찰력과 우주적 범주 안에서의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는 바, 정리하자면 최승호 시인의 시력 전반에 있어 그 주제적인 측면이나 형식적인 측면이 가장 유연하게 버무려져 있는 시집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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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승호
1954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197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대설주의보』,『세속도시의 즐거움』,『그로테스크』,『아무것도 아니면서 모든 것인 나』,『고비』,『아메바』등이 있고, 그림책으로는『누가 웃었니?』,『이상한 집』,『하마의 가나다』,『수수께끼 ㄱㄴㄷ』,『구멍』,『내 껍질 돌려줘!』가 있다. 동시집으로는『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 1(모음 편), 2(동물 편), 3(자음 편), 4(비유 편), 5(리듬 편)』,『펭귄』이 있다. 1982년에 오늘의 작가상, 1985년에 김수영문학상, 1990년에 이산문학상, 2000년에 대산문학상, 2002년에 현대문학상, 2003년에 미당문학상을 받았다. 현재 숭실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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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부
소행성 17
흰올빼미 18
평행우주 19
겨울 이야기 20
은하수 흐르는 밤 22
달의 돌 24
돌 속에서 25
운석 26
황사바람 27
사막 28
돌 30
돌미륵 32
허공 한 조각 33
역마살 34
2부
대박 37
엄마 38
소 39
바보들 40
순대 42
러닝머신 위의 남자 44
여름 46
밥 48
거북이 50
떡 52
지하철의 바나나 54
개미 55
마왕 56
대도시 58
사라진 모텔 59
색신 60
거울 62
도롱뇽 소송 63
비행운 64
3부
펭귄소녀 67
염소가 지나간다 68
문체연습 70
이빨 72
아귀들 74
복면 75
여름 동화 76
눈을 뜬 채 자는 잠 78
비 79
홀로그램 반딧불이 축제 80
산냄새 81
발걸음 82
허공을 먹다 84
말벗 85
4부
웃는 주인공 89
마네킹 인생 90
재 92
찢어지고 흩어진다 94
달빛 96
마음은 공항 97
우리는 너무 늦게 깨닫는다 98
허공을 달리는 코뿔소 100
날개 없는 닭발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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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텅 빈 채 모든 것을 담아내는 허공처럼,
허공을 주무르는 허공의 주인공처럼,
공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자유로운 형식의 시편들
문학동네 임프린트 가운데 하나인 난다에서 詩에 관한 모든 것을 다양한 형식으로 담아내기 위해 시리즈 ‘난다시詩방’을 시작한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시의 만물상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이것은 시다! 라는 닫힘에서 이것이 시야? 라는 열림으로 보다 개성 있고 보다 세련되며 보다 유연한 시의 자유를 꿈꾸는 한 권의 완전한 시, 그 시들만의 방”을 꾸려볼 작정으로 기획된 이번 시리즈의 포문을 열어준 이는 다름 아닌 최승호 시인. 이미 문학동네시인선의 첫 주자로 그 든든한 명맥의 선두가 되어준 그가 내어준 또 하나의 곁가지는 제목 하여 『허공을 달리는 코뿔소』란 시집. 형식과 내용 모두에서 그 어떤 줄자로도 잴 수 없는 광대한 상상력과 바늘구멍 속으로 들여다본 듯 예민한 관찰력과 우주적 범주 안에서의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는 바, 정리하자면 최승호 시인의 시력 전반에 있어 그 주제적인 측면이나 형식적인 측면이 가장 유연하게 버무려져 있는 시집이 아닐까 한다.
거북이가 종종 왕따를 당하는 것은 건드릴 때마다 움츠리기 때문이다. 툭 건드리면 책상에 엎드려 엉엉 우는 거북이, 그런 거북이를 누가 두려워하겠는가. 그런 거북이는 아무나 두드리는 동네북이 된다. 때리면 머리를 파묻고 우는 동네북, 팔다리가 안 보이는 동네북, 세게 두드릴수록 큰 소리가 나는 동네북.
거북이 발에 마라톤화를 신기는 것은
거북이에 대한 실례이다
은허에서 발굴된 갑골문자는 거북의 등껍질과 짐승의 뼈에 문자를 새긴 것으로 은허문자라고도 불린다. 유물을 남기고 사라져버린 은대의 백성들. 은현잉크란 보통 때는 아무것도 안 보이나 가열하거나 화학약품으로 처리하면 글씨가 나타나는 잉크이다. 몰문자(沒文字)는 세상에 나타난 적이 없는 백색 문자를 말한다.
거북의 등껍질로 무슨 액세서리를 만드는지
등껍질을 벗기는 거북이가 발버둥친다
죽을힘을 다해 네 발을 젓고
있는 힘을 다해 머리를 뒤흔든다
왜 산 채로 거북이 등껍질을 벗기는 건지
칼잡이가 마침내 등껍질을 솥뚜껑처럼 들어내고
네 발을 잘라낸다
뚜껑 없는 거북이가 엉금엉금 기어간다
발 없는 거북이가 엉금엉금 기어간다
-「거북이」 전문
『허공을 달리는 코뿔소』는 4부로 나뉘어 총 56편의 시를 담고 있다. 시 한 편 시 한 연 시 한 행이 마치 저글링을 하는 시인이 갖고 노는 색색의 공처럼 허공중에 둥둥, 그러나 가볍지 않은 묵직함으로 제 몸을 부양하고 있는데 세상에, 세상에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내뱉어짐은 분명 땅바닥으로 떨어질 것을 알고 던진 그 시가 그 시의 연이 그 시의 행이 그대로 고스란히 떠 있더라, 하는 믿기 힘든 풍경을 경험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시인의 빚어낸 사유의 돌덩어리가 좀처럼 하강할 줄 모르고 우리들 머리 위 파란 하늘 속에 박혀 괄약근을 꽉 조이고 있다니!
최승호 시인의 이번 시집은 그야말로 허공 갖고 놀기다. 텅 빈 채 모든 것을 담아내는 허공처럼, 허공을 주무르는 허공의 주인공처럼, 공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자유로운 형식의 시편들은 시인 자신이 오랫동안 관심을 두었던 생태적인 문제에서부터 죽음, 불교적인 화두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구분을 두지 않은 채 제멋대로 뒤섞여, 그러나 나름의 구조적이고 논리적인 질서를 유지한 채 작금의 이 세계 면면 곳곳의 ‘오늘’을 일말의 감정적 동요 없이 아주 건조하게 그려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거침없이 걸어가는 한 사내, 손에 쥔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진짜 하고픈 말만 툭툭 내뱉는 한 사내, 모래알처럼 서걱거리는 그의 말, 그러나 참 옳아서 이내 따라가게 되는 그의 말. 최승호 시의 묘미는 여태껏 바로 그런 지점에서 빛을 발해왔다. 그리고 ‘허공을 달리는 코뿔소´가 되어 좀더 깊어졌다. 좀더 고독해졌다. 좀더 자유로워졌다. 좀더 타당해졌다. 믿음이란 그런 따름일 것이다.
죽은 사람이 화구(火口)로 들어가고 불이 들어가자 산 사람들이 통곡하기 시작한다. 오장육부가 타고 붉은 울음이 타고 뼈들이 탄다. 가죽이 무너지고 허리둘레가 사라지고 키가 무너지고 몸무게가 없어진다. 마침내 화구에서 나오는 희디흰 뼈, 그 뼈를 빻으면 흰 재가 된다. 아직도 따스하고 보드라운 재, 그 재를 뿌리면서 바람 부는 산등성이를 걸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재를 호수에 뿌리고 삐꺽거리는 노를 저으면서 혼자 달밤의 나루터로 돌아올 수도 있을 것이다.
식어가는 질화로를 껴안고
재를 뒤적거리던 그 겨울
흙벽에 너펄거리던 그림자
죽은 뒤에 이야기가 시작되는 사람은 위대한 사람이다. 굴원(屈原), 예수, 징기스칸을 보라! 죽어도 별로 말할 게 없는 사람은 그저 없는 듯이 살다가 없는 듯이 죽어서 비석도 묘비명도 없이 재항아리 속에 아니면 바람 속에 이슬 속에 뭉게구름 속에 없는 듯이 조용히, 이름 붙일 수 없는 것이 되어서
-「재」 전문
문학동네 임프린트 가운데 하나인 난다에서 詩에 관한 모든 것을 다양한 형식으로 담아내기 위해 시리즈 "난다시詩방"을 시작한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시의 만물상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이것은 시다! 라는 닫힘에서 이것이 시야? 라는 열림으로 보다 개성 있고 보다 세련되며 보다 유연한 시의 자유를 꿈꾸는 한 권의 완전한 시, 그 시들만의 방"을 꾸려볼 작정으로 기획된 이번 시리즈의 포문을 열어준 이는 다름 아닌 최승호 시인. 이미 문학동네시인선의 첫 주자로 그 든든한 명맥의 선두가 되어준 그가 내어준 또 하나의 곁가지는 제목 하여 『허공을 달리는 코뿔소』란 시집. 형식과 내용 모두에서 그 어떤 줄자로도 잴 수 없는 광대한 상상력과 바늘구멍 속으로 들여다본 듯 예민한 관찰력과 우주적 범주 안에서의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는 바, 정리하자면 최승호 시인의 시력 전반에 있어 그 주제적인 측면이나 형식적인 측면이 가장 유연하게 버무려져 있는 시집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