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52 염소의 축제 *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 송병선 옮김
『염소의 축제』는 201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페루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가 2000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지식인으로서 그의 역사적, 정치적 문제의식이 돋보이는 대표작이다. 32년간 도미니카 공화국을 지배했던 독재자 라파엘 레오니다스 트루히요의 암살 과정을 재구성한 이 작품에서 바르가스 요사는 광범위한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사실에 입각한 기술을 하면서도, 다양한 인물의 관점을 빌려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하며 독재자의 마지막 나날을 새롭게 조명했다. 많은 언론과 비평가들이 바르가스 요사의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를 『염소의 축제』와 연결시켜 언급할 만큼, 『염소의 축제』는 바르가스 요사의 특징적 작품 세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소설로, 문학과 정치의 관계를 재정립하며 창조적 가치를 구현하는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53 고야산 스님 · 초롱불 노래 * 이즈미 교카 | 임태균 옮김
일본을 대표하는 환상문학의 대가 이즈미 교카의 걸작 단편집. 자연주의 문학이 주류를 이루던 메이지 시대의 일본 문학계에서 이즈미 교카는 요괴나 민담, 전통예능 등 잊혀가던 일본의 전통문화를 추구하며 일본 낭만주의 문학에 독자적인 경지를 열었고, 후대에 가와바타 야스나리, 미시마 유키오 등 유명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토속적이면서 환상적인 그의 작품은 물질문명 사회의 피로감에 젖은 현대인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두터운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 책에 실린 「고야산 스님」과 「초롱불 노래」는 이즈미 교카의 작품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다. 「고야산 스님」은 우연히 만난 고승이 들려주는 마녀의 이야기로, 고승의 어투와 이야기의 내용이 어우러져 신묘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초롱불 노래」는 일본 근대소설의 대표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 작품으로, 일본의 전통예능인 "노가쿠(能?)"를 소재 삼아 유려하고 시적인 문장으로 일본의 고전 미학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1973년 이즈미 교카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이즈미 교카상"이 제정되어 요시모토 바나나, 유미리 등 많은 유명 작가에게 수여되었다.
54 다니엘서 * E. L. 닥터로 | 정상준 옮김
미국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닥터로의 장편소설 『다니엘서』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을 통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다. 1971년 발표된 이 작품은 1953년 소련에 핵무기 기밀 사항을 넘기기로 공모했다는 혐의로 전기의자에서 사형당한 로젠버그 부부 사건을 토대로 하고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이름과 직업 정도의 사소한 변형 외에는 모두 실제에 기초한 것이며, 로젠버그 부부가 FBI에 체포당해 전기의자에서 사형되기까지의 사건을 그들의 아들로 설정된 다니엘의 시선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또한 다니엘이 부모의 사건을 조사하는 현재의 시간적 배경 역시 베트남전 반대시위가 한창이던 1967년에서 1968년 사이로, 1967년 10월 워싱턴 평화시위와 1968년 4월 컬럼비아 대학 학생운동 등 굵직한 미국 현대사의 현장이 다니엘의 개입으로 생생히 묘사되고 있다. 자신의 모든 작품에서 신화화되고 낭만적으로 각색된 미국의 역사를 냉정하게 재기술해온 작가 닥터로는 『다니엘서』에서 냉전시대 이념전쟁의 희생양이 된 한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정치적 필요에 의해 조작되고 흐려진 역사의 진실을 독자들 앞에 밝혀낸다.
55 이날을 위한 우산 * 빌헬름 게나치노 | 박교진 옮김
독일 현대문학의 주요 작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빌헬름 게나치노의 대표작. 소외된 존재들을 작품 속에서 다양하게 형상화하며 "하찮을 정도로 작은 사물들의 변호사"라는 별명을 얻은 게나치노는 평범하고 소소한 독일의 일상을 섬세하고 감각적으로 묘사한 작품들을 통해 현대사회를 비판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날을 위한 우산』은 수제화의 착화감을 시험하는 구두 테스터 일을 하는 주인공의 눈을 통해 틀에 박힌 일상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며 삶의 소소함과 기이함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소설로, 2001년 발표되자마자 비평가들로부터 "명료하고 매혹적인 소설"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게나치노는 이 작품으로 2004년 독일 최고의 문학상인 게오르크 뷔히너상을 수상했다.
56 톰 소여의 모험 * 마크 트웨인 | 강미경 옮김
인간 내면의 빛과 그림자를 명확히 꿰뚫어볼 줄 알았던 촌철살인의 문장가이자 미국문학의 아버지로 추앙받고 있는 마크 트웨인이 서거 100주기를 맞았다. 이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에서는 마크 트웨인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미시시피 삼부작"의 첫번째 작품이며 1876년 초판 출간 이래 단 한 번도 절판된 적이 없는 확고부동의 스테디셀러인『톰 소여의 모험』을 선보인다. 마크 트웨인은 영국문학의 전통에서 여전히 독립하지 못했던 문단에 소재와 주제는 물론 미국인들이 사용하는 구어체로 미국문학만의 전통을 확립했다. 이러한 그의 문학적 성취는, 흥미진진한 상황 설정 및 재치가 넘치는 현란한 어휘와 문장, 생동감 넘치는 등장인물들의 어투가 집약적으로 담긴『톰 소여의 모험』에서 가장 분명하게 살펴볼 수 있다. 이러한 마크 트웨인의 작풍을 잘 되살린 이번 번역은, 머리말을 통해 저자가 직접 소망을 밝혔듯 어른 독자들을 어린 시절의 감성을 되살려볼 수 있는 모험의 세계로 안내할 것이다.
57 카사노바의 귀향 · 꿈의 노벨레 * 아르투어 슈니츨러 | 모명숙 옮김
인간의 내면을 심리적으로 탁월하게 해부하는 작품들로 프로이트의 경탄을 자아낸 오스트리아 작가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대표작. 슈니츨러는 1890년부터 후고 폰 호프만슈탈, 리하르트 베어호프만 등과 함께 세기말 빈의 모더니즘 형성에 기여한 대표 작가로 꼽힌다. 의사의 아들로 태어나 빈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해 의사로 일했으며 특히 정신분석학에 큰 흥미를 보였던 슈니츨러는 19세기 말의 불안과 20세기 초 가치관의 붕괴로 인해 혼란스러워하는 인간 내면을 통찰한다. 작품 속에서 당시 시민사회의 터부인 죽음, 섹슈얼리티, 애욕적인 삶의 복잡함, 삶에 대한 거짓된 환상에서 오는 병적인 정신세계를 보여주면서 인간의 심리를 파헤치는 동시에 시민계급의 정신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의 모습을 해부한다.「카사노바의 귀향」은 불멸의 남성성을 대변하는 실존 인물 카사노바의 노년을 재구성한 작품으로, 카사노바가 정체성을 상실해가는 과정을 심리학적으로 밀도 높게 그린다.「꿈의 노벨레」는 모범적이고 행복해 보이는 부부의 감춰진 성적 욕망을 성찰한 작품으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아이즈 와이드 셧>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하는 등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있다.
58 바보들을 위한 학교 * 사샤 소콜로프 | 권정임 옮김
『바보들을 위한 학교』는 국내 처음으로 소개되는 사샤 소콜로프의 대표작이다. 러시아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러시아 망명 3세대 중 가장 뛰어난 소설가 중 하나라는 명성을 떨치고 있는 소콜로프는, 1975년 소련을 탈출하여 현재 미국과 캐나다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정신분열증을 앓는 소년의 내면을 마술 같은 언어로 그려낸 『바보들의 학교』는 전위적이라는 이유로 소련에서 출간되지 못하고 1975년 미국에서 먼저 소개되었다. 소콜로프는 이 첫번째 장편소설로 작가로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이 소설을 읽고 "매력적이고 감동적이며 비극적인 작품"이라고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고국을 떠나 활동하는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소콜로프는 1996년 러시아의 주목받는 현대작가들에게 수여되는 푸시킨 메달을 받으며, 현대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59 어느 어릿광대의 견해 * 하인리히 뵐 | 신동도 옮김
2차 세계대전 후 독일 사회에 대한 비판으로 행동하는 지성이자 "국가의 양심"이라는 칭송을 받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하인리히 뵐의 역작. 포로수용소에서 종전을 맞고 전후 폐허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창작 활동을 시작한 뵐은 나치 치하에서 말살된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는 일을 자신의 문학의 중요한 과제로 삼았다. 1963년에 출간된 『어느 어릿광대의 견해』는 사회의 벽에 부딪쳐 몰락해가는 한 어릿광대의 회상이라는 형식을 빌려서 독일 사회를 비판한 사회소설이다. 나치 시대 유대인 박해에 침묵을 지켰던 독일 천주교와 보수 정치를 비판한 이 소설은 출간되기 1년 전, 그 일부가〈쥐트도이체차이퉁〉신문에 발표된 때부터 보수 세력의 거센 저항에 부딪히며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소설가 장 파울에게 "독일 작가 중 유일하게 유머가 있다"는 평을 받은 그는 이 소설에서도 도발적이고 풍자적인 유머를 선보이며 작가로서 독창성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청산되지 않은 과거를 망각한 독일인들의 죄의식의 부재를 비판하며 지난 시대의 정치, 사회, 문화를 반성하게 하는 이 작품은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의미를 잃지 않는다.
60 웃는 늑대 * 쓰시마 유코 | 김훈아 옮김
다자이 오사무의 딸이자 일본 현대문학의 대표 작가인 쓰시마 유코의 대표작. 패전 직후 정글 같은 땅 일본에서 열일곱 살 소년과 열두 살 소녀가 떠나는 여행을 그리고 있다. 쓸쓸하고도 환상적인 이 여행을 통해 작가는 전후 일본사회의 피폐한 풍경을 생생하게 그려내면서 동시에 이제는 멸종된 "늑대"로 형상화되는 근대 일본이 잃어버린 고고한 무엇에 대한 증언을 시도한다. 전대미문의 주제와 방법으로 호평을 받은 <웃는 늑대>는 아사히신문이 주최하는 오사라기 지로 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