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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있니, 없니? 커서 대체 뭐가 될래? 한 번만 더 그랬단 봐.
잘한 날도 못한 날도 매일매일 잔소리.
왜 엄마 아빤 우리 맘을 몰라줄까요?
엄마의 미운 잔소리를 훔칠 수만 있다면?
아빠가 귀찮은 얼굴을 거두고 내 말에 귀 기울이게 할 수 있다면?
그어마어마한 소원을 이룬 오국봉과 강순지의 거짓말 같은 이야기,
엄마 아빠는 모르게 귀 기울여 보세요.
「오국봉은 왜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나」 편
“나는 용감한 사자다. 못된 괴물아, 꼼짝 마라!”
오국봉은 변신 놀이에 한창 열중해 있었어요. 엄마는 “장난 그만하고 받아쓰기 틀린 거 스무 번 써!” 하며 국봉이를 나무랐어요.
“아빠, 우리 캐치볼해요.”
오국봉은 낮잠 자는 아빠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졸랐어요. 아빠는 돌아누우며 말했어요. “아빠 자는 거 안 보여? 귀찮게 굴지 마!”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국봉이가 보이지 않았어요. 먹을 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국봉이가 점심도 안 먹고, 단짝 친구네 집에도 가지 않았어요.
대체 국봉이는 어디로 간 걸까요?
국봉이는 변신 놀이를 좋아합니다. 괴물을 물리치는 용감한 사자가 되기도 하고 돼지가 되기도 하지요. 하지만 엄마는 방 치워라, 공부해라, 엄마 하고 싶은 말만 합니다. 아빠도 다르지 않아요. 함께 놀고 싶은 국봉이 마음도 모르고 성가시게 군다며 야단만 칩니다. 급기야 “꺼져!” 하고 버럭 소리치지요. 믿지 못할 일이 벌어진 건 그때입니다. 국봉이가 정말로, 꺼져 버리고 말았거든요. 마당에 바짝 마르고 배배 틀리고 검은 나무가 자라난 것도 그 즈음입니다. 사실 이 나무를 자라나게 한 씨앗이 무엇인지, 주의 깊은 독자들이라면 눈치챌 수 있습니다. 조금만 눈길을 주면 알 수 있는 그 비밀을 엄마 아빠만 전혀 알아채지 못했지요. 그저, 온 마을을 돌아다니며 국봉이를 찾아 헤맬 뿐입니다. 나무에 조롱조롱 늘어 가는 물방울 열매도 엄마 아빠 눈엔 보이지 않습니다. 왜 엄마 아빤, 국봉이가 원할 때 봐라봐 주지 않고 뒤늦게야 바라보는 걸까요? 어떻게 해야 나무의 비밀을 풀고 사라진 국봉이를 찾을 수 있는 걸까요?
「강순지는 어떻게 무지막지한 잔소리를 이겼나」 편:
강순지는 특별한 건 뭐든 주워 모으는 걸 좋아해요. 전복 껍데기, 조약돌, 솔방울, 죽은 딱정벌레의 날개 등등. 하지만 엄마는 냄새 난다, 내다 버려라, 그 시간에 공부해라, 하며 순지의 보물을 쓰레기 취급하지요. 그래서 순지는 결심했어요. 엄마의 미운 마음과 미운 말을 몽땅 훔쳐다 버리기로요. 어떻게 버리느냐고요? 책 속에 그 묘안이 숨어 있답니다.
엄마가 내뱉은 말괴물이 담긴 주머니는 흘러흘러 깊은 바다, 평화로운 용궁 마을에 이릅니다. 그런데 아뿔싸, 용궁 식구들은 이 주머니를 보물 주머니로 착각하고 봉인을 풀어 버립니다. 용궁 안은 풀려난 말괴물 때문에 쑥대밭이 되지요. 마음씨 좋은 용왕님도, 용감한 거북 왕자도, 싫은 소리 한마디 안 했던 가오리도, 서로에게 가시 돋친 말을 내뱉으며 쌈박질을 합니다.
소동의 가운데에서 지혜로운 돌고래 공주와 용궁 식구들은 머리를 모아, 말괴물을 돌려보낼 계획을 짜냅니다. 말괴물의 주인에게 주머니를 돌려줄 신통한 계획이었지요.
얼마 뒤, 순지네 집에 말괴물 주머니가 도착합니다. 이제 순지 엄마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리고 순지는 엄마의 미운 말을 어떻게 이길 수 있었을까요?
“말은 힘이 셉니다. 그것은 주문과도 같습니다.”
어린이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작가, 저학년 대상의 동화를 가장 잘 쓴다고 평가받는 임정자 작가의 단편 두 편을 모은 동화집입니다. 아이들의 개성과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어른의 잣대로 판단하는 부모와 아이들 간의 화해를 사랑스럽고 재기 발랄한 상상력으로 그렸습니다. 저학년 아이들에게 맞는 언어와 리듬이 살아 있어, 입으로 노래하듯 이야기가 흘러나옵니다. 또 아이들 눈높이에서 가상의 놀이 세계를 구체적으로 표현해 내어, 즐거움을 줍니다.
두 편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아이들의 고민과 욕망을 진지하게 들어 주며,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습니다. 어른들에겐 자신도 모르는 새, 아이들의 놀이세계를 통제하고 취향에 입김을 불어넣고 있는 건 아닌지, 그래서 은연중 조용한 어린이, 놀 줄 모르는 어린이, 순종적이고 수동적인 어린이가 최고라고 요구하는 게 아닌지 돌아보게 하지요.
작가는 이야기합니다. 말은 힘이 세고 그것은 주문과도 같다고요.
국봉이네 엄마 아빠가, 또 순지의 엄마가 무심코 던지는 말들은, 아이에게 생채기를 내기도 하고, 무엇이든 가능했던 아이들의 세계를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 가두어 버립니다. 한창 호기심이 왕성한 나이, 이것저것 시도하고 모험하고 싶은 것은 아이들의 당연한 욕구입니다. 또 부모가 공감해 주고 부모와 함께하고 싶은 것은 기본적인 소망이지요. 하지만 그 바람은 종종 부모에 의해 좌절되곤 합니다. 오국봉과 강순지는 아이들의 욕구를 묵살하지 않고 존중하는 것, 마음을 헤아리고 그들의 말을 들어 주는 것, 다양한 시도를 통해 세상을 경험하고 자아를 정립하게 하는 것이 건강한 성장을 돕는 길이라고 말해 줍니다. 무엇보다 재미있고 기발한 이야기를 통해, ‘해, 하지 마’라는 강요와 “귀찮다” “커서 뭐가 될래?” 같은 미운 말에 상처받은 아이들을 위로하고 해방감을 만끽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부모에겐 느긋하게 바라보라고 격려한다는 점에서 꼭 부모와 아이가 함께 대화를 나누며 읽어 볼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