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 신은 고양이』는 시대를 불문하고
문학의 최정상을 점하는 이야기 중 하나이다!
_미셸 투르니에
프랑스 문단의 살아 있는 거장 미셸 투르니에는 프랑스의 문학 계간지 <뢰이 드 뵈프L´oeil de Boeuf>(1994년 2월호)와의 인터뷰에서 동화conte를 예찬하며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장화 신은 고양이」를 꼽았다. 그리고 “산문이 동화 속에서 꽃을 피운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산문으로 된 동화는 시詩와 가장 비슷하죠”라고 덧붙였다.
투르니에는 왜 자신이 최고의 동화 중 하나로 「장화 신은 고양이」를 꼽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신비적 자연주의자로서 신화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글쓰기를 선보여온 그의 작품세계를 고려했을 때, 구전동화들이 현대에도 ‘이야기의 원형’으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점,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작품이 「장화 신은 고양이」이라는 점에서 그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 문학동네에서 펴낸 『장화 신은 고양이』에는 『필경사 바틀비』의 일러스트를 통해 국내 독자들에게 친숙해진 하비에르 사발라의 독창적 해석이 담긴 그림들이 더해져, 고전에 현대적인 감성을 덧칠해준다.
프랑스 아동문학의 아버지 샤를 페로,
그의 펜 끝에서 새롭게 태어난 재치 만점 고양이 이야기
「장화 신은 고양이」는 1697년에 출간된 샤를 페로의 동화책 『옛날이야기, 혹은 어미 거위 이야기』에 실린 여덟 편의 동화 중 하나이다. 앞표지에는 ‘옛날이야기Histoires ou contes du temps passé’라는 제목이, 뒷표지에는 ‘어미 거위 이야기Contes de ma mère l’Oye’(아이들을 재우기 위해 유모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뜻한다)라는 부제가 붙었던 이 책에는 ‘신데렐라’라는 영어식 제목으로 더 유명한 「상드리용, 혹은 작은 유리 구두」나 「잠자는 숲속의 미녀」 「빨간 모자」 「푸른 수염」 「요정들」 「고수머리 리케」 「엄지동자」 등 이제는 고전이 된 이야기들이 실려 있었다. 이중 「고수머리 리케」만이 페로가 창작한 동화였고 나머지는 당시 농민들 사이에서 인기 있던 구전민담들을 귀족계층의 아이들용으로 다듬은 것이었다.
페로의 공로는 농민계층의 어른을 위한 스토리텔링을 귀족계층에서도 인정받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라는 (당시에는) 새로운 장르로 격상시키고 초석을 다졌다는 데 있다. 구전의 속성상 이야기하는 사람이나 시대적 맥락에 따라 일정한 형태 없이 끊임없이 변하던 이야기들은 ‘페로식 터치’로 다듬어지고 ‘문자’의 옷을 걸쳐 어엿한 형태를 갖추면서 ‘페로의 동화’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_‘옮긴이의 말’에서
페로는 프랑스의 명망 있는 부르주아 집안에서 태어나 신학, 법학, 문학, 건축, 정치에 이르기까지 ‘만능인’으로서의 역량을 널리 과시한 인물이었지만, 정작 그에게 불후의 명성을 안겨준 것은 어린 아들딸들의 교육을 위해 쓴 작은 동화책 한 권이었다. 페로가『옛날이야기, 혹은 어미 거위 이야기』를 쓰기 전에도 가난한 주인을 도와주는 영리한 고양이 이야기를 문자로 기록한 판본들이 12세기부터 존재했지만, 그중 어떤 것도 페로의 탁월함에는 미치지 못했다.
페로 이전의 민담에서는 고양이가 장화를 신고 있지 않았다. 맨발에 장화를 신긴 것은 페로였다. _‘옮긴이의 말’에서
원래 이 민담의 제목은 「수완가 고양이Le maître chat」였다. 그러나 고양이에게 장화를 신긴 페로가 「수완가 고양이 혹은 장화 신은 고양이Le maître chat ou le chat botté」로 제목을 바꾸었고,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수완가 고양이’는 사라지고 ‘장화 신은 고양이’만 남았다. 이야기 말미에 “방앗간 집 아들이 순식간에 공주의 마음을 얻고 사랑에 겨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게 한 데에는 그의 옷차림과 외모와 젊음이 한몫했기 때문이다”라고 페로가 교훈을 단 것을 보면, 고양이에게 장화를 신긴 것도 어쩌면, 귀족이 아닌 부르주아가 사회적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외양이 중요하다는 것을 자녀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페로의 의도야 어떻든, 현대의 우리에게 ‘장화’는 이 민담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재가 되었다. 그리고 장화를 신고 두 발로 걸어다니는 고양이가 종횡무진 활약하는 새로운 이야기들이 영화나 애니메이션으로 계속 재생산되며 사랑받고 있다.
「장화 신은 고양이」는 줄거리만 보면 일견 유치하고 엉성해 보이기도 하지만, 수백 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온 스토레텔링의 원형들을 품고 있기에, 읽을 때마다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강력한 이야기이다.
지은이 샤를 페로 Charles Perrault 1628~1703
1628년 1월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부르주아 집안의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파리의 명문학교인 콜레주 드 보베에 입학하지만 철학시간에 교사와 논쟁을 벌이다 교실을 박차고 나온 후 집에서 자유롭게 책을 읽으며 소양을 쌓는다. 변호사인 아버지를 따라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1651년 변호사가 되지만 법복에 염증을 느끼고 문학과 정치 활동에 매진한다. 1664년 재무총감 푸케가 체포된 뒤 궁정 최고의 실력자로 떠오른 콜베르의 오른팔이 된 페로는 왕궁 건축 감독관에 임명되고 문화와 예술 분야의 왕실 업무까지 담당하다 1668년 건설차관에 오른다.
그러나 1683년 콜베르가 사망하면서 페로 또한 불시에 강제 은퇴를 당한다. 그는 문학 활동과 자녀교육에 여생을 바치기로 결심하고, 1697년 『옛날이야기, 혹은 어미 거위 이야기』라는 작은 동화책을 출간한다.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 책에는 「수완가 고양이 혹은 장화 신은 고양이」를 비롯해 「잠자는 숲속의 미녀」 「빨간 모자」 「푸른 수염」 「요정들」 「상드리용, 혹은 작은 유리 구두」 「고수머리 리케」 「엄지동자」 등 8편의 이야기가 실렸는데, 프랑스 농민들 사이에서 구전되던 이 원색적인 이야기들을 세련되게 다듬어냄으로써 페로는 ‘동화’라는 새로운 장르의 초석을 다지고 ‘프랑스 아동문학의 아버지’라는 불후의 명성을 누리게 된다.
그린이 하비에르 사발라 Javier Zabala
1962년 스페인 레온에서 태어났다. 원래 수의학과 법학을 전공했으나 오비에도 예술학교에 들어가 그래픽디자인과 일러스트를 다시 공부했다. 스페인뿐만 아니라 스위스, 이탈리아 미국, 중국 등 각국의 출판물에 그림을 싣고 있다. 2005년 볼로냐아동도서전에서 『돈키호테』가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우수상을 받았고, 같은 해 『꼬마 병사 살로몬』이 스페인 문화부가 수여하는 프레미오 나시오날 데 일루스트라시온을 받았다. 『필경사 바틀비』의 삽화를 그리기도 했다.
옮긴이 송의경
서울대학교 불문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화여대와 덕성여대에 출강했다. 옮긴 책으로는 『밤: 악몽』 『당신도 나도 아닌』 『슬픈 아이의 딸』 『사랑, 소설 같은 이야기』 『달을 따는 이야기』 『빌라 아말리아』 『혀끝에서 맴도는 이름』 『은밀한 생』 등이 있다.
???? 발행일 2013년 12월 27일
???? 판형 국배판 변형(221×188)
???? 쪽수 52쪽
???? 값 9,000원
???? ISBN 978-89-546-2350-6 03860
???? 담당 편집 해외문학 1팀 김경미(031-955-2652, gypscholar@munha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