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아나운서 고민정
내 아이에게는 연어반점이라는 게 있다. ‘천사의 키스’라는 매혹적인 별칭을 갖고 있는 붉은 반점이다. 태어날 때 생겼다가 점차 사라진다고 한다. 사라지기 전에는 보기에 따라 흠이 될 수도 있다. 자폐증이 있는 여덟 살 ‘샘’ 역시 일반적 관점으로는 흠을 지닌 아이일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샘은 인간적인 면모를 잃어가는 현대인들을 위해 신이 특별히 이 세상에 내려보낸 존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천진난만하다. 그렇다면 샘은 하늘에서 내려오기 전에 신의 키스를 받았을 것이다. 분명히.
일상에 함몰되어 인생을 누리는 법, 감동하고 사랑하는 법,
그리고 행복해지는 법을 잊어버린 어른들에게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심리학자 대니얼 고틀립이 전하는 삶의 지혜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듯 자신을 바라보세요”
나를 힘들게 한 사람을 미워하지 않고 내 상처를 치유하는 법
자폐증이 있는 아이들은 주변 상황에 민감하기 때문에 아주 작은 어긋남에도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상처에 약한 것은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고틀립 박사는 살면서 받은 상처와 용서라는 행위 앞에서 괴로워하는 어느 한국 청년의 편지를 소개한다. “살다보면 제게 깊은 고통을 준 사람들을 용서하기 어렵습니다. 변함없이 그들을 사랑하는 일이 너무 힘듭니다.” 고틀립 박사는 자신을 사지마비자로 만든 트럭 운전수와 불량 타이어를 만든 회사를 원망하며 지냈던 시절의 이야기를 꺼낸다. 당시 그는 자살을 결심할 정도로 괴로웠지만 분노가 깊어질수록 상처는 더욱 치유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잘못을 저지른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고도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것은 바로 사랑하는 누군가를 바라보듯 자기 자신에게 연민을 느끼는 것이다. 울분이 가득찬 마음에 갇혀 사는 자신을 가엾게 바라볼 수 있다면 누군가를 원망하는 대신 자신의 상처받은 마음을 충분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마음속에 어떤 그림이 있나요?”
삶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법
이 책은 샘처럼 조금은 특별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도움이 될 책이면서도, 지친 일상을 견디는 데 필요한 따뜻한 응원이 담긴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의 가치는 우리 앞에 놓인 삶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법을 이야기하는 데 있다. 샘의 부모는 자신들이 원하는 아이가 아닌 그들에게 주어진 아이를 키워야 했으며, 고틀립 박사는 자신이 꿈꾼 삶과는 달리 사지마비, 이혼, 누이와 부모의 죽음을 차례로 경험해야 했다. 특히 이들에게 샘이 자폐증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은 기쁨과 좌절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하는 고단한 여정이었다. 하지만 고틀립 박사와 가족들은 자신들이 마주한 삶을 언제나 충실하게, 그리고 유쾌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이미,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비법을 알고 있다
고틀립 박사의 강연이나 책을 본 사람들은 그에게 ‘현명하다’ ‘혜안이 있다’고들 한다. 그러면 그는 이렇게 되묻는다. “제가 혹시 새로운 이야기를 했나요?” 사람들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대답한다. “아니요. 알고 있었는데 잊고 살았어요. 아무래도 다시 들어야 제대로 알게 되나봐요.” 고틀립 박사는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신이 아기에게 살면서 필요한 모든 지혜를 심어준다는 탈무드 일화를 빌려 우리는 이미 한때 ‘감동하고 사랑하는 법’ ‘희망을 잃지 않는 법’ 그리고 ‘행복하게 사는 법’을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단지 어른이 되면서 잊는 것뿐이라고. 한때 알았던 행복의 비밀을 살아가면서 다시 깨우치는 것이 바로 인생의 숙제라는 랍비들의 말은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