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스케치북으로 세상을 사랑하는 법!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기 위한 필수 테크닉이 한가득
누구나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그림과는 아예 연을 끊고 지낸다. 그림이라는 것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소수의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마음속에서부터 담을 쌓기도 한다. 사실 그림 그리기는 스케치북과 연필 한 자루만 있으면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이고, 요즘 같아서는 누구나 갖고 있는 스마트폰에 어플 하나만 다운 받으면 쉽게 그릴 수도 있어 취미 활동으로 손색이 없다. 그뿐 아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세상을 관찰하는 다른 방식이고, 누구나 연습과 훈련을 쌓기만 하면 상당히 쉽게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스케치북 하나가 세상을 보는 눈을 바꿀 수도 있다. 종이 몇 장과 펜이나 연필로 뭐가 그리 달라질까 싶지만 적어도 꾸준히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에게는 그렇다. 스케치북은 자신을 표현하고 주변을 살펴보고 아주 간단한 재료로 여러분의 경험을 기록할 수 있는 매우 개인적인 공간이다. 하지만 이것은 드로잉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주변을 관찰하고 눈에 담으면서 순간을 포착하여 스케치북에 가장 생생한 방법으로 추억을 채워넣을 수 있는 것이다. 드로잉은 이전에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잠깐 멈추어 바라보면서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_´들어가며´에서
#스케치는 특별한 경험을 만드는 일
특히 야외로 나가 내 눈에 보는 것을 스케치북에 옮기는 일은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소중한 추억과 생생히 남는 기억을 남긴다. 휴대폰의 보급으로 그림은 물론이고 사진조차 너무나 흔해져버렸다. 아무 때나 쉽게, 여러 장 찍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사진을 한 장 한 장 다시 넘겨보며 과거를 추억하는 일도 줄어들고, 찍은 다음에 다시 보지 않는 경우도 많아진다. 흔해질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건 당연지사. 그와 반대로 눈으로 본 것을 스케치북에 옮기면 대상을 찬찬히 오래도록 바라보게 된다. “어떤 것을 정말 잘 알고 싶다면 그려보라. 그게 바로 스케치북을 들고 나가서 관찰해가며 그리는 아티스트들이 하고 또 하는 말이다.” 즉, 스케치를 한다는 것은 대상과 관계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실제로 그림을 그리면서 그냥 보았을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것들, 거기 있는 줄도 몰랐던 것들을 보게 된다는 것은 스케치 아티스트들에게서 흔하게 듣는 경험담이다. 그도 그럴 것이 스케치를 하려면 시간을 들여 세심하게 관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가 바라본 것을 내 손으로 담아냈다는 것이 소중하게 여겨질 것이다.
#휴대폰으로 스케치하고 SNS로 공유하고
무엇보다 이 책은 오늘의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휴대폰이나 태블릿PC를 이용해 스케치하는 법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첨단기기를 이용해 스케치 하더라도 기본적인 것은 같다고 강조한 점이 흥미롭다. 즉, 따로 물감을 들고 다니거나 할 필요가 없고 작은 부분을 확대해서 세밀하게 그릴 수 있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연장’이 좋다고 해서 그림을 잘 그리게 되지 않는다는 것은 종이나 스크린이나 마찬가지로, 사용법을 익혀서 익숙하게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스케치를 한 다음 SNS나 블로그 등을 통해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을 자세히 소개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예전에 스케치북은 매우 개인적인 매체였다. 혼자 그리고 혼자 보고 혼자 보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젠 스케치의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무척 쉬워졌다. 바로 인터넷을 통해서다. 트윗이나 페이스북에 자신의 그림을 올릴 수도 있고, 인터넷에서 결성된 모임을 통해 함께 그림 그릴 사람들을 찾을 수도 있다. 대표적인 SNS에 대해서도 스케치를 공유할 때의 장단점에 대해 설명해두어 참고할 만하다. 또한 자신의 그림이 인터넷에서 무분별하게 퍼지고 복제되는 것을 막기 위한 팁도 소개하고 있어 도움이 된다.
#스케치북을 들고 바깥으로!
그림 대상에는 제한도 없고 정해진 방법도 없으며 목표로 삼아야 할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사진처럼 정확하게 그리는 게 목적도 아니다. 이 책은 ‘나만의 스타일과 방식’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언을 담고 있다. 1장에서는 스케치를 할 때 기본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것과 태도에 대해 개괄적으로 이야기한다.
2장은 좀 더 구체적으로 스케치 테크닉에 대해 이야기한다. 야외 스케치에서 가장 주요한 대상이 되는 건축물 그리는 법, 자연을 그리는 법, 사람 그리는 법에 대해 설명하고, 그 외에도 여행에서 스케치하는 법, 밤에 스케치하는 다양한 기법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특히 이 장에서는 여러 스케치 아티스트들을 만나 그들이 어떻게 스케치를 하게 되었고 스케치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하는지 들어보고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지면도 마련되어 있다. 그중 스케치를 ‘르포르타주’ 매체로 이용하는 두 아티스트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스케치로 사진만큼 빠른 포착은 불가능할지 몰라도 그 대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깊은 시선이 개입되어 이미지를 단순히 포착하는 것을 넘어 상황의 이면을 바라볼 수 있기에 스케치가 충분히 ‘보도’의 관점에서 효용이 있다는 얘기다.
처음 스케치북을 가지고 밖으로 나가는 사람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호기심 어린 다른 사람의 시선일 것이다. 가뜩이나 그림 실력에 자신도 없어 위축되어 있는데 누군가 바라본다면 바짝 얼어버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럴 땐 어떻게 할까. 우선, 카페 같은 곳을 찾는다. 사람이든 카페 내부 풍경이든 그릴 것은 많지만 각각의 테이블이 심리적인 방어벽을 형성해서 방해 받지 않고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진짜 바깥으로 나갈 때가 되었다면?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다. 스케치를 매개로 해서 낯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영 그런 관심이 불편하다면 친구와 함께 그림을 그리거나 스케치 모임에 참가해서 무리를 지어 그림을 그리면 남들의 시선을 덜 받게 된다. 이런 실질적인 팁 외에도 관찰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는지, 움직이는 대상을 어떻게 스케치하는지, 그림에서 깊이감과 분위기는 어떻게 전달할 수 있는지, 그림을 그리기 좋은 장소는 어디이고 그림 대상에 어떻게 접근하면 좋은지 등, 초보 스케치 아티스트에게 꼭 필요한 조언들을 가득 담아냈다.
이런 다양한 팁과 조언 들과 함께 스케치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잔뜩 볼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 스타일도 다양하고, 너무나 프로페셔널해서 기죽게 만들지는 않지만 개성이 뚜렷한 그림들로 채워져 있어 구경하는 재미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나도 한번 그려볼까’ 하는 의욕을 가득 불어넣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