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의사 시인 마종기와 꿈꾸는 화학자 뮤지션 루시드폴,
이국의 땅에서 처음 편지로 만나
서로의 삶으로 서서히 스며드는, ‘소통’에 이르기까지
마종기 시인과 루시드폴은 2007년 처음 편지로 만났다. 평생을 타국에서 살아야 했던 고독과 그리움을, 시로 녹여냈던 의사 시인 마종기와 수년째 스위스 로잔 연구실에서 머물며 틈이 날 때마다 ‘외로움’의 선율을 기타줄에 옮겼던 화학자 뮤지션 루시드폴. 두 사람은 2009년 봄 서울에서 처음 대면하기까지 2007년부터 2년간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알아갔다. 긴 유학생활 동안 루시드폴은 마종기의 시집을 닳도록 읽고 또 읽었으며, 그의 시집을 붙들고 이국에서의 묘한 고립감을 이겨냈다.
선생님과 편지를 주고받겠냐는 제안은, 선생님의 거의 모든 시집을 다 읽으며 살던 저에겐 너무나 기쁜 제안이었지요. 물론 선생님은 저를 모르셨습니다. 처음엔 제 노래가 귀에 들어오지도 않으셨다지요. 이제는 사석에서도 웃으며 얘기하기도 하지만 저라는 생소한 한 사람을 알기 위해서 선생님도 참 많이 애를 쓰셨을 겁니다. 처음엔 저 사람은 가수도 아닌 것이 유학생도 아닌 것이 도대체 뭐하는 녀석일까 싶으셨을 테니까요. _루시드폴 (개정판 서문에서)
마종기 시인은 전혀 이름도 들어본 적 없던 이 낯선 젊은 뮤지션과 서신 교환을 해보지 않겠냐는 기획자의 제안에, 처음에는 걱정도 많았다. 아는 사람도 아니고 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나이 차이도 많고…… 하지만 정작 편지가 오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자신이 더욱 신이 나서 편지를 쓰게 되었다고 했다.
내가 평생을 걸고 지향했던 문학에서 자유에 대한 꿈을 빼고 나면 무엇이 남겠는가. 숨막히는 현학적 표현과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억압의 모습은 대화를 나누기 전부터 사람을 지치게 만들어버리지 않는가. 그것에 비하면 자신을 앞뒤로 다 드러내어도 우선 이해하려고 애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가 기쁨이었다. _마종기 (개정판 서문에서)
이들이 2년간 주고받은 54통의 편지는 책으로도 묶여 처음 2009년 봄『아주 사적인, 긴 만남』으로 출간되었고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았다. 그간 세대를 초월한 ‘진정한 소통’의 본보기로 회자되며,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다시 그로부터 5년이란 시간이 흐른 2014년 6월, 두번째 서간집 『사이의 거리만큼, 그리운』이 출간되었다. 그리고 『아주 사적인, 긴 만남』이 개정판으로 동시 출간되어 책의 생명력을 이어가게 되었다. 개정판에는 마종기, 루시드폴이 각각 쓴 개정판 서문이 추가되어 이 서간집을 사랑했던 독자들에게 새로운 감회를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