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피부, 하얀 가면
- 원서명
- Peau Noir, Masques Blancs
- 저자
- 프란츠 파농
- 역자
- 노서경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14-07-22
- 사양
- 288쪽 | 138*222 | 신국판 변형 | 양장
- ISBN
- 978-89-546-2523-4
- 분야
- 정치/사회, 문학동네 인문 라이브러리
- 도서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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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정가
- 20,000원
- 신간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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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탈식민주의 논의의 출발점이자 인종주의 심리학의 전범이 된 책, 프란츠 파농의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국내 첫 불어 원전 번역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을 쓴 알제리혁명의 투사 파농이 아니라, 백인 문명에 종속된 유색인의 정체성 자각과 정신적 해방을 모색하는 "심리학적?정신분석학적" 파농을 만난다.
1951년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이 출간되고 반세기가 넘었지만, 이 책의 논의는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오히려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흑백 인종문제의 틀을 뛰어넘어, 내재화된 식민성의 극복이라는 더욱 보편적인 화두를 제기한다. 호미 바바 등의 탈식민 비평에서 파농이 새롭게 부활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오늘날 "하얀 가면"을 쓰고 있거나 쓰고자 애를 쓰는 유색인이 더욱 만연해진 현실은 우리에게 『검은 피부, 하얀 가면』과 진지하게 다시 대면할 것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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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1925년 중앙아메리카 앙티유 제도의 프랑스령 마르티니크 섬에서 태어난다. 아버지는 아프리카계 흑인, 어머니는 흑백 혼혈인 물라토였다. 유복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 마르티니크의 명문 빅토르쇨셰르 고등학교에 다녔고, 2차대전 때는 드골의 자유프랑스군에 자원입대해 무공훈장을 받는다. 종전 후 고향으로 돌아와 대학입학자격시험에 합격해 프랑스 유학길에 오른다.
1947년 리옹 의과대학에 입학하고, 정신의학과 정신분석학, 철학과 문학, 인류학 등을 폭넓게 공부한다. 의대를 마칠 무렵 학위논문을 염두에 두고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을 집필한다. 파농이 애초에 생각한 제목은 ‘흑인의 탈脫소외에 관한 시론’이었다. 하지만 논문 심사를 거부당한 뒤, 원고를 쇠유Seuil 출판사로 보내고 결국 1952년 책으로 출간된다.
같은 해, 프랑스 남부 생탈방 정신병원의 프랑수아 토스켈 박사 밑에서 수련의로 있다가 1953년 알제리의 블리다-주앵빌 정신병원에 지원해 주임의사로 임명된다. 이곳에서 파농은 생탈방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료체계를 개선하고 정신의학계의 새로운 치료방식인 사회요법을 실시한다.
알제리 민족해방전선FLN을 중심으로 프랑스에 대한 독립투쟁이 본격화되고, 파농도 은밀히 FLN을 돕기 시작한다. 민족운동에 대한 탄압이 심해지는 가운데 1957년 튀니지로 건너가 공식적으로 FLN에 가담하며, 특히 FLN의 기관지 『엘무자히드』 편집위원으로 활약한다. 이때부터 알제리혁명의 지도적 이론가로 이름을 알리고, 숱한 암살 위협에 시달린다.
1959년 『알제리 혁명 기원 5년』을 출간한다. 알제리 임시정부로부터 순회대사로 임명되어 아프리카 각지를 돌며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아프리카의 연대와 통합을 위한 외교활동을 벌이던 파농은 1960년 말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는다. 병마와 싸워가며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을 집필해 1961년 출간한다. 파농의 요청으로 사르트르가 이 책의 서문을 쓴다. 백혈병 치료차 미국으로 건너간 파농은 그해 12월 6일, 메릴랜드 주 베세스더 국립보건원에서 서른여섯의 나이로 숨을 거둔다. 파농의 여러 글들을 묶은 『아프리카 혁명을 향해』가 1964년 출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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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문
1. 흑인과 언어
2. 유색인 여성과 백인 남성
3. 유색인 남성과 백인 여성
4. 이른바 식민지인의 종속 콤플렉스
5. 흑인의 실제 경험
6. 검둥이와 정신병리학
7. 검둥이와 인정認定
결론에 즈음하여
주
프란츠 파농 연보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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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파농과 『검은 피부, 하얀 가면』
프란츠 파농은 프랑스의 리옹 의과대학에 다니던 스물다섯 살 무렵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을 썼다. 애초에 학위논문으로 준비하던 이 책의 원제목은 ‘흑인의 탈脫소외에 관한 시론’이었다. 이 책을 이루는 근간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인종주의/식민주의에 대한 심리학적(정신분석적) 분석이다. 정신과 의사가 되고자 했던 파농은 프로이트, 융, 아들러를 비롯해 당시로선 널리 알려져 있지 않던 라캉의 정신분석 이론까지 끌어와 흑인을 포함한 유색인의 심리를 면밀하게 분석한다. 이처럼 인종문제를 심리학과 정신분석의 관점에서 분석한 저술은 그때까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책이 출간되기 두 해 전에 나온 옥타브 마노니의 『식민화의 심리학』(1950)이 유일한 사례이나, 파농은 4장 「이른바 식민지인의 종속 콤플렉스」에서 마노니가 백인/주인/식민지배자의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준엄하게 비판한다.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은 백인 문명 아래서 성장한 흑인이 흑인의 시각으로 흑인의 실존을 해체하고 재구성해가며 써나간 최초의 인종주의 심리학 저서이다.
이 책을 이루는 또 하나의 근간은 마르티니크인의 혼종적 정체성이다. 파농은 중앙아메리카 서인도제도의 프랑스령 마르티니크 섬 출신이다. 앙티유 군도에 속하는 마르티니크는 17세기 이후 줄곧 프랑스 식민지였다. 인종적으로는 흑백 혼혈이 대다수인 이곳 사람들은 스스로 피지배자라기보다는 프랑스인으로 여긴다. 책에서 파농이 언급하는 마르티니크인 또는 앙티유인은 피부는 거무스름하지만 정신적으론 이미 ‘백인’이다. 그러나 본토인 프랑스 땅에 들어서는 순간 그들의 ‘하얀 가면’은 적나라하게 벗겨진다.
그렇기에 이런 앙티유인의 정체성은 인종주의 심리학을 구성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이 된다. 앙티유인은 백인을 닮고 싶고, 백인에 동화되고 싶은 모든 유색인의 자화상이다. 백인은 문명인이요, 검둥이는 야만인이라는 백인 중심의 인종주의 도식이 이미 그들에게 체화되어 있는 것이다.
책의 구성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은 앙티유 사람 파농의 자기비판, 자기성찰에서 출발한다. 그것은 곧 백인 세계에서 흑인이 보이는 태도에 대한 자기반성이기도 하다. 1장 「흑인과 언어」는 앙티유인에게 ‘프랑스어’가 갖는 위상을 다룬다. 그들에겐 정확한 프랑스어가 곧 ‘하얀 가면’이다. 어눌한 프랑스어는 검둥이의 징표다.
2장 「유색인 여성과 백인 남성」과 3장 「유색인 남성과 백인 여성」은 백인 선망, 즉 백색 신화에 물든 식민지인의 초상이다. 파농은 앙티유 출신의 여성 작가 마요트 카페시아의 『나는 마르티니크 여자』, 세네갈 작가 압둘라예 사지의 『니니, 세네갈의 물라토 여인』, 앙티유 출신으로 아프리카 식민지의 관료를 지낸 공쿠르상 수상 작가 르네 마랑의 『다른 이들과 똑같은 한 남자』 같은 작품들을 분석해 그 실상을 추적해나간다. 이들 작품에 등장하는 피부색에 기초한 인종의 드라마는 곧 식민지 현실의 거울이다. 유색인 여자는 백인 남성과 결혼하고 싶어하고 흑인 남성은 어찌해서라도 배제한다. 또 유색인 남자는 흑인 여성은 멀리한 채 백인 여성과 결혼해 인정받길 갈망한다.
3장까지가 현실 진단이었다면, 4장부터 파농은 본격적으로 식민지인(흑인)에게 내재된 심리기제를 파헤친다. 4장 「이른바 식민지인의 종속 콤플렉스」에서 파농은 식민지배의 심리학을 연구한 선구자인 정신분석학자 옥타브 마노니의 『식민화의 심리학』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마노니는 토착민과 식민지배자의 관계를 지배하는 심리 현상을, 식민지배자의 권위(지도자) 콤플렉스와 식민지인의 종속 콤플렉스로 풀어내는데, 파농은 이 자체가 백인 중심의 시각이라고 질타한다.
5장 「흑인의 실제 경험」은 자신이 흑인임을 자각하게 되는, 하얀 가면이 벗겨지는 체험을 통해 자신의 ‘흑인됨’과 대면하는 흑인을 다룬다. 이때 중요하게 등장하는 개념이 마르티니크 출신 시인 에메 세제르에게서 가져온 ‘네그리튀드Négritude’이다. 흑인의 고유한 문화적 주체성을 표방하는 네그리튀드에 대해 파농은 그것이 흑인의 인식을 전환하고 확장하는 데 기여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 과거 회귀성과 아프리카 본질주의와는 분명한 거리를 둔다.
6장 「흑인과 정신병리학」은 흑인 심리에 대한 정신의학적 해부이며, 7장 이후는 스스로에게서 배제되고 소외된 주체가 소외를 극복하고 자기 존재를 실현할 가능성에 대한 긍정이다.
탈식민주의 논의의 출발점이자 인종주의 심리학의 전범이 된 책, 프란츠 파농의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국내 첫 불어 원전 번역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을 쓴 알제리혁명의 투사 파농이 아니라, 백인 문명에 종속된 유색인의 정체성 자각과 정신적 해방을 모색하는 "심리학적?정신분석학적" 파농을 만난다.
1951년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이 출간되고 반세기가 넘었지만, 이 책의 논의는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오히려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흑백 인종문제의 틀을 뛰어넘어, 내재화된 식민성의 극복이라는 더욱 보편적인 화두를 제기한다. 호미 바바 등의 탈식민 비평에서 파농이 새롭게 부활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오늘날 "하얀 가면"을 쓰고 있거나 쓰고자 애를 쓰는 유색인이 더욱 만연해진 현실은 우리에게 『검은 피부, 하얀 가면』과 진지하게 다시 대면할 것을 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