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지 않을 권리
누구보다 우리 자신을 위해 똑똑해져야 한다. 그가 책 도입부에서 내세우는 두 가지 덕목 ‘주의력(끌려다니지 않고 집중하는 능력)’과 ‘허위정보 간파(원하는 정보를 찾아내고 진위를 가려내는 방법)’는 기본적으로 인터넷에서 속지 않기 위해 개개인이 꼭 갖춰야 할 자질이다.
라인골드는 웹과 네트워크가 만들어내는 무한한 가능성을 긍정하지만, 이러한 기술이 저절로 장밋빛 미래를 가져다주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디지털 자극을 갈구하는 것은 음식이나 성관계를 탐닉하는 것과 비슷하다. 즉 이는 건강한 행동이 강박으로 비뚤어질 때 일어나는 현상들이며, 결국 그 사람의 정상적인 기능을 어렵게 만든다.(92~93쪽)
그는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과잉된 정보에 노출되고 거기에 중독됐을 때 어떤 현상들이 일어나는지를 정확히 주시한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점으로는 디지털 자극이 낳은 우리 시대의 새로운 병, ‘주의산만’이 있다. 사람들은 한 가지에 집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인간은 엄밀한 의미에서 다중작업(멀티태스킹)을 할 수 없다. 우리의 뇌는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할 수 없으며, 주의가 이쪽에서 저쪽으로 ‘왔다갔다’ 할 뿐이다. 이렇게 주의가 왔다갔다 하는 과정에서 집중력은 더 분산되며, 원래 하던 일로 되돌아가서 집중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낭비된다. ‘이메일 무호흡증’은 어떤가? 이는 린다 스톤이 고안한 개념으로, 이메일이 넘쳐나는 편지함을 확인하거나 이메일을 작성할 때 우리가 가끔씩 숨을 죽이는 현상을 명명하는 것이다. 숨을 죽이고 긴장한 상태에서 이메일을 읽는 동안 우리의 교감신경계는 활성화되고, 심장박동수는 높아진다. 한마디로 안정과 평온을 빼앗기고 스스로를 바짝 긴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 하워드 라인골드는 우선 주의력부터 회복할 것을 제안한다. 스스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은 어떤 것인지, 처음에 하려고 의도했던 것은 무엇인지 되돌아보는 습관을 형성하고, 때때로 관조하고 호흡을 조절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주의력 함양이 자기 수련에 가까운 훈련을 요구한다면, 허위정보를 간파하는 법에는 좀더 기술적인 요소들이 동원된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갖가지 소식에 반응하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퍼다 나르기에 바쁘지만 그 정보가 애초에 틀린 것이라면 빠른 전파 능력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아니, 오히려 나와 사회에 해악을 미칠 뿐이다. 라인골드는 어떤 소식이든 ‘삼각검증’을 동원한 후에 믿을 것을 제안한다. 그냥 웃고 말아도 될 유머라면 상관없지만, 재난 소식이나 논쟁이 될 만한 내용을 트위터에 올리기 전에는 적어도 믿을 만한 서로 다른 출처 셋 이상을 대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포털 사이트나 검색 엔진 사용도 생각처럼 만만한 게 아니다. 인터넷에서는 여전히 말도 안 되는 정보가 유통되는 일이 허다하다. 구글 검색창에 ‘마틴 루서 킹’을 입력하면 어떤 페이지가 상단에 뜨는지 아는가? ‘올바른 역사 검증’을 운운하는 백인우월주의자 단체가 운영하는 사이트가 뜬다. 무심코 의심 없이 상단에 뜬 검색 결과만 클릭했다가는 바보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이니 클릭 한번으로 임신 여부를 진단해준다는 사이트가 버젓이 존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속지 않을 방법은 있다. 라인골드는 도메인 소유자를 확인하고 소스를 추적하는 법, ‘인터넷 아카이브 웨이백 머신’ 등을 통해 사라진 사이트의 스냅샷까지 살펴볼 수 있는 방법, 검색 결과 스니펫(snippet. 검색 결과 페이지에 나타나는 표제 아래의 짤막한 요약 설명)에서 얻은 단어나 문구를 힌트 삼아 더 심층적인 검색에 활용하는 방법 등 수많은 전략을 제시한다. 물론 매일매일 모든 사안에 대해서 이렇게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밀히 사실관계부터 따지고 들어야 할 사안일 때,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다면 우리는 네트워크 세상에서 진정한 교양 있는 시민이 될 수 없다.
더 나은 세상에서 함께 살아갈 권리
집중하고, 허위정보를 가려내는 능력으로 무장했다면, 이제 이 개인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네트워크에 참여할 준비가 된 셈이다. ‘참여(만들고 퍼뜨리고 함께 즐기기)’ ‘협업(부분의 합보다 큰 집단지성)’ ‘네트워크 지성(소셜 네트워크, 넓고 느슨한 유대의 힘)’을 실천해야 한다.
참여는 인터넷 문화의 꽃으로, 라인골드는 미즈코 이토가 참여 유형에 따라 분류한 ‘친목 커뮤니티’와 ‘관심사 커뮤니티’ 개념에 주목한다. 친목 커뮤니티는 페이스북처럼 오프라인과도 밀접하게 연관된 일종의 ‘놀러 다니는’ 공간인데, 이곳의 사교 생활은 현실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재미있는 것은 관심사 커뮤니티다. 거칠게 말하면 이곳은 친구들 사이에서는 그다지 인기가 없는 비주류이면서 한 가지 관심사에 파고드는 하위문화 구성원들이 모이는 곳이다. 이곳은 너드(nerd)의 요람이자 괴짜의 집합소로, 얼핏 보면 별로 잘나가지 못하는 아이들의 아지트 같지만 이러한 관심사 커뮤니티가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또한 협업에서 우리는 집단지성의 힘을 확인할 수 있다. 그가 제시한 위키 협업의 강령 중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실수를 범하는 것보다 활동하지 않는 것을 걱정하라. 의심스럽더라도 실행해야 한다. 나중에 누군가 수정해줄 것이다.(331쪽)
집단지성의 힘은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똑똑한가에 달린 것이 아니다. 집단지성을 결정하는 것은 함께하는 사람들의 신뢰와 협업이다. 수많은 기여자들의 편집과 수정으로 완성되는 위키 협업은 집단지성의 결정체다. 위키피디아 공동 설립자인 지미 웨일스가 한 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전 그렇게 똑똑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아주 다정하죠.” 지미 웨일스는 2005년 스탠퍼드 대학에서 한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백과사전을 만들고 있습니다. 중립적이고 사실적이며 매우 우수한 내용에, 이해하기 쉬운 백과사전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누어줄 것입니다. 당신 마음속에 그 공동의 목표를 향한 사랑이 가득하다면, 편집에 따르는 수많은 의견 차이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정말 중요한 무언가를 하는 것이야말로, 인류가 지금까지 가진 힘을 다해 뻗어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입니다.”(319~320쪽)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 바로 네트워크 지성을 갖추는 일이다. 우리 일상의 일부로 자리잡은 소셜 네트워크에 관한 얘기다. 트위터는 사용자의 98퍼센트가 다섯 다리만 건너면 서로 아는 사람들로 연결된 작은 세상 네트워크다. 당신은 SNS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 혹시 심심풀이용으로 사용하고 있는가? 그렇게 한다고 해서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원하기만 한다면 SNS는 훌륭한 학습 도구가 될 수도 있고, 낯선 곳으로 연결해주는 다리가 되어 뜻하지 않은 기회를 가져다줄 수도 있다. 네트워크에서 라인골드가 강조하는 것은 ‘넓고 느슨한 유대’의 힘이다.
우리 주변에는 유대가 약한 사람들과의 네트워크가 다양하게 만들어져 있다. 그라노베터는 강한 유대로 형성된 고밀도 네트워크에 자신과 비슷한 성향과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경향(동질성)이 결합될 때는, 오히려 서로에게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고밀도의 동질 네트워크에 속한 사람들은 똑같은 뉴스에 관심을 갖기 쉬우며, 같은 파벌을 이루는 구성원들이 가진 견해나 정보도 동일한 경우가 많다. 그라노베터는 경험적 연구를 통해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새로운 정보를 얻고 혁신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유대가 약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을 아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 근거로 그는 약한 유대의 방대한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있는 사람이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했다. 작은 세상 네트워크의 인간관계에 주목하라. 고밀도 네트워크에서는 작은 세상의 특징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따라서 가장 친밀한 사람들과의 네트워크 외에 일정한 거리의 무작위 커넥션들을 이을 필요가 있다.(362쪽)
하워드 라인골드는 강조한다. 아는 것이 힘이고, 네트워크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우리 또한 배워야 한다고. 네트워크 시대의 태동기에, 네트워크를 장악하는 권력의 감시를 감시하고, 인터넷을 시민의 공론장으로 가꿀 것을 그는 제안한다.
어떤 사람들은 스마트폰과 웹 퍼블리싱의 마력에 매료되어 이 놀라운 기술이 세상을 저절로 더 좋은 곳으로 바꿔줄 거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술이 우리 손에 남겨진 과제까지 대신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똑똑한 군중(smart mobs)’이 항상 현명한 군중이라는 보장은 없다. 온라인에 모인 군중은 때로는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반응하거나 확인 없이 허위정보를 믿고 행동에 나서서 사회에 해악을 끼치기도 한다.
나는 권고한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자신이 하는 행동을 자각하고, 분명하게 주장을 펼치기를. 두려움 없이. 이른 승리와 멋진 기술에 도취되어 민주주의가 요청하는 절실한 과제를 못 본 채 지나쳐서는 안 된다.
소셜 미디어가 모두에게 유용하고 유익한 도구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자신의 주의력이 흩어지지 않도록 조절하는 방법을, 사실을 검증하고 소문에 현혹되지 않는 방법을, 온라인 기여자의 한 사람으로 참여하는 방법을,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하는 방법을, 나아가 네트워크 사회에서 시민이 되는 것이 근원적으로 어떤 의미인지를 배우고 이해해야 한다.(한국어판 서문 「신기술로 세계를 이끄는 한국이라면 그 기술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법도 가장 잘 알아야 한다」 중에서)
네트워크 시대의 다섯 가지 지성 + @
주의력: 끌려다니지 않고 집중하는 능력
인터넷에 지배당하지 않고 기술을 주도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집중력을 회복하는 일이다. ‘주의산만’은 디지털 자극이 낳은 우리 시대의 새로운 병이지만, 분명히 극복 가능하다.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내가 처음에 하려고 의도했던 것은 무엇인가?’를 시시때때로 자문하라.
허위정보 간파: 원하는 정보를 찾아내고 진위를 가려내는 방법
정보와 거짓, 제보자와 사기꾼이 뒤섞여 있는 웹에서는 허위정보를 가려내고 유용한 정보만을 골라내어 속지 않고 현명하게 이용할 줄 아는 기술이 중요하다. 덜컥 믿기 전에 검증하고, 검증하고, 또 검증하는 ‘삼각검증’ 기법을 활용하라. 좋은 정보를 제공해주는 채널이 있으면 이를 따로 관리하고 지속적으로 구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참여: 만들고 퍼뜨리고 함께 즐기기
참여는 인터넷을 번창하게 하는 네트워크 지성의 꽃이다. 가상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우리는 친목을 도모하고 전문성을 함께 키워나갈 수 있다. 블로그를 시작해보자. 거창하게 시작하기 어렵다면 콘텐츠에 태그를 달거나 북마킹을 하고 리스트를 형성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에 보탬이 될 수 있다. 인터넷에서는 때로 즐기려고 시작한 행동이 모두에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협업: 부분의 합보다 큰 집단지성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 누구도 모든 걸 다 알지는 못하지만, 조금씩 아는 사람 한 명 한 명이 협력할 때 집단지성이 탄생한다. 집단지성을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천재성이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의 신뢰와 협업이다. 수많은 기여자들의 편집과 수정으로 완성되는 ‘위키 협업’은 집단지성의 결정체다.
네트워크 지성: 소셜 네트워크, 넓고 느슨한 유대의 힘
우리는 ‘작은 세상 네트워크’로 연결된 ‘디지털 대중’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하이퍼링크, 이메일 등 어떤 것으로 연결되어 있든 사이버 공간은 몇 다리만 거치면 연결될 수 있는 작은 세상이다. 이 세상을 프라이버시 침해와 자기 전시의 공해로 채울지, 유의미한 연결과 연대로 가꿀 것인지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
+ @ 사람이 스마트해질 때 기술은 우리를 도와준다!
네트워크를 장악하는 권력의 감시를 감시하라. 헛소문이나 비방, 과열된 분열이 아닌 이성적인 토론이 활발히 오가게 하라. 그리하여 인터넷을 시민의 공론장으로 가꾸라. 네트워크 시대의 다섯 가지 지성을 꾸준히 연마하라. 아는 것이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