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다른 누구이거나 동시에 두 사람으로 존재하는
신출귀몰한 ‘범죄의 제왕’ 팡토마스와의 숨막히는 추격전!
“팡토마스를 통제할 수 있는 힘은 존재하지 않는다.” _장 콕토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팡토마스의 무차별적 전횡,
얽히고설킨 범죄 행각들 속에서 기상천외한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시리즈 전체 500만 부 판매를 기록한 공전의 베스트셀러 팡토마스 시리즈는 피에르 수베스트르와 마르셀 알랭이 1911년 2월부터 1913년 9월까지 공동작업으로 써낸 총 서른두 권의 장편소설들로 이루어져 있다(피에르 수베스트르 사망 이후 마르셀 알랭 혼자 집필한 열한 권까지 포함한다면 총 마흔세 권이다). 전무후무한 절대 악인 캐릭터와 그를 쫓는 천재 형사 쥐브의 대결, 두 작가의 공동집필에 힘입은 신선한 전개, 자동기술법에 의한 빠른 호흡으로 전 세계를 팡토마스 열풍에 빠뜨린 팡토마스 시리즈는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1910), 레옹 사지의 『지고마르』(1910), 모리스 르블랑의 아르센 뤼팽 시리즈(1905~1939)와 함께 프랑스 대중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프랑스 범죄 추리소설의 모체라 할 수 있다.
모두가 보았으나 아무도 보지 못한 존재, 수없이 잡혔으나 단 한 번도 잡히지 않은 ‘범죄의 제왕’ 팡토마스의 등장을 알린 1권 『팡토마스』와 초특급 호화 열차, 드넓은 베르시 부두를 배경으로 한층 강력한 범죄 스케일을 선보이며 대담한 사건들을 펼쳐 보였던 2권 『쥐브 대 팡토마스』에 이어 3권 『죽은 자가 살인하다』에서는 신출귀몰한 절대 악인 팡토마스가 얽히고설키는 범죄 행각들 속에서 기상천외한 사건들을 벌이며 천재 형사 쥐브와 그를 돕는 열혈 신문기자 팡도르와의 숨막히는 추격전을 벌인다.
문학동네에서는 두 작가가 공동집필한 서른두 권의 시리즈 중에서 가장 빈번하게 다른 장르로 변화, 인용되어온 1권 『팡토마스』, 2권 『쥐브 대 팡토마스』, 3권 『죽은 자가 살인하다』, 9권 『심야의 삯마차』, 10권 『잘린 손』을 차례로 출간할 예정이다. 1권 『팡토마스』와 2권 『쥐브 대 팡토마스』는 각각 2012년 3월과 6월에 출간되었으며 4권 『심야의 삯마차』는 2014년 11월에 출간될 예정이다.
‘이런 수수께끼 같은 사건은 정말이지 보통 상식으로는 이해하기가 어렵지…… 오직 단 한 사람…… 죽은 자를 다시 산 자로 만들어낼 만큼 기발한 수완을 가진 자는 이 세상에 딱 하나뿐이거든! 그게 누구냐면…… 다름아닌 팡토마스지!’ _56쪽
예술가들을 후원해온 비브레 남작부인이 자신이 후원하던 도자기 화가 자크 돌롱의 몽마르트르 아틀리에에서 살해된다. 수사 결과 독극물에 의한 타살로 밝혀지고, 남작부인을 아틀리에로 초대했던 자크 돌롱이 피의자로 체포된다. 그러나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던 자크 돌롱이 목을 매 자살하고 그의 시신이 사라지는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진다. 수사 초부터 귓가를 맴도는 정체불명의 목소리로부터 경고를 듣던 신문기자 팡도르는 이 사건이 팡토마스의 소행이라고 확신하고 사라진 자크 돌롱의 시신을 찾아 법원에 잠입취재를 한다.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조사를 계속하던 팡도르는 법원 굴뚝에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그 굴뚝 아래로 센 강과 이어지는 하수구가 연결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통로 내벽에 묻은 핏자국, 돌벽에 엉겨붙은 머리터럭 몇 올, 피범벅된 검붉은 진흙 덩어리…… 하수구 끝에 다다를 무렵 팡도르는 뒤에서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괴한에 의해 물속으로 처박히게 된다.
한편 비브레 남작부인의 옛 연인이었던 유명한 제당업자 토므리의 무도회에서 그의 약혼자 소냐 다니도프 대공비가 보석을 강탈당하고, 비브레 남작부인의 거래 은행이었던 바르베낭퇴유은행 역시 지하철 공사장에서 금괴와 지폐 다발을 실은 트럭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등 희대의 도난사건이 연이어 벌어진다. 범행 현장에서 채취한 지문은 놀랍게도 유치장에서 목을 맨 자크 돌롱의 것으로 밝혀진다. 법원 앞 둔치에서 ‘만물상 손님’이라는 음침한 헌옷 가게를 꾸려가는 툴루슈 할멈과 어수룩한 사내 크라나주르, 음모를 꾸미는 흉악한 ‘레 시프르 파’ 패거리, 사건의 열쇠를 쥔 자크 돌롱의 누이 엘리자베스 돌롱, 사건을 파고들수록 사건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의심스러운 인물 토므리, 죽기 전 비브레 남작부인에게 석연치 않은 편지를 보낸 두 은행가 바르베와 낭퇴유…… 살인은 죽은 자의 범행인가, 공포를 퍼뜨리는 자의 계략인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신출귀몰한 ‘범죄의 제왕’ 팡토마스와 살아 돌아온 쥐브 형사, 그리고 열혈 신문기자 팡도르의 대결이 펼쳐진다.
“아까 보낸 지문 확인은 됐겠지?”
그는 두툼한 장부를 넘기면서 계속 말을 이었다.
“9800, 9700…… 아, 9200, 여기 있군요!……”
“아, 아니…… 이럴 수가……”
“왜 그러시죠? 누굽니까?”
“그, 그게…… 자크 돌롱으로 나와 있네요……”
“그럴 리가요!”
“하지만 여기 엄연한 증거가 있습니다.”
“자크 돌롱은 죽었어요!” _149~150쪽에서
‘성서의 위상을 위협’할 수준이었던 공전의 베스트셀러 팡토마스 열풍
프랑스에서만 500만 부 이상 팔려나가며 전 세계를 팡토마스 열풍으로 몰아넣었던 팡토마스 시리즈의 인기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를 본 사람이나 그 실체를 아는 사람이 없어 유령(프랑스어로 ‘팡톰fantôme’은 유령을 뜻한다)을 연상케 하는 팡토마스는 이름만으로 온 세상을 공포에 휩싸이게 만드는 존재다. 기상천외한 발상과 치밀한 계산을 통해 마치 정교한 예술작품을 빚어내듯 대범하게 사건을 저지르는 ‘공포의 거장’ 팡토마스는 교란과 파괴를 통해서만 존재 이유를 찾듯 철저한 악의 화신으로 일관한다. 온갖 잔혹한 짓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저지르면서 별의별 술수를 자유자재로 부리는 팡토마스는 설사 악당의 정체성을 가졌어도 결국엔 사회적 규범과 선善의 가치에 적당히 타협하고 마는 당대의 소설 속 주인공들과는 판이하게 오직 악惡만을 일관되게 대변하는 참신한 안티히어로의 전형이다. 대부분의 탐정소설들이 권선징악의 교훈을 담고 있는 데 반해 팡토마스 연작은 악당들을 일망타진해서 기존의 사회질서를 수호하는 결말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기존 추리소설에서 찾아볼 수 없던 절대 악인의 캐릭터와 더불어 피에르 수베스트르와 마르셀 알랭의 공동집필에 힘입은 신선한 전개, 구술 녹음을 이용한 빠른 호흡으로 풀어낸 자유분방한 문체는 당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변호사, 신문기자 출신 작가의 치밀한 사전조사를 바탕으로 한 구체적이고 현실감 있는 내용들이 대중적으로 어필했음은 물론이고, 오로지 읽고 상상하는 재미를 겨냥한 철저히 계산된 집필 전략이 적중하여 수많은 독자들을 매혹시켰다. 끈질긴 추리와 집요한 추적으로 팡토마스와 맞서는 베테랑 형사 쥐브와 민완 기자 팡도르의 활약 또한 한몫한다. 3권 『죽은 자가 살인하다』에서는 날카로운 추리력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사건을 수사해나가는 신문기자 팡도르의 사랑 이야기와 더불어 2권 『쥐브 대 팡토마스』에서 폭발사고로 비명횡사한 것으로 알려진 쥐브 형사가 깜짝 등장하면서 작품에 흥미진진함을 더한다.
팡토마스의 성공에는 무엇보다 루이 푀야드 감독이 원작을 각색해 내놓은 ‘팡토마스 5부작’의 대히트를 무시할 수 없다. 그는 영화라는 장르를 최초로 선보인 뤼미에르 형제 그리고 실사實寫의 한계에서 영화를 해방시킨 조르주 멜리아스와 더불어, 프랑스 초기 무성영화를 대표하는 거장 감독으로서, 팡토마스 시리즈의 영화적 가능성을 눈여겨봤고 결국 서른두 권 전체 소설 출간이 마무리 단계에 이를 즈음인 1913년 5월, 1권을 각색한 영화 <팡토마스>를 발표한다. 사실적 전개와 환상적 묘사를 적절히 배합한 각색, 촬영, 연출의 성공으로 엄청난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냈으며 결국 ‘팡토마스 5부작’은 세계 영화사의 손꼽을 걸작으로 오늘날까지도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루이 푀야드 감독을 시작으로 팡토마스 시리즈는 수차례 영화화되었으며 드라마, 연극 등 장르를 달리하여 끊임없이 재탄생해왔다.
문화와 예술의 최첨단을 표방하는 아방가르드 지식인들을 매료시킨 현대적 아이콘
벨에포크 시대를 기점으로 이십여 년 남짓 전 유럽을 휩쓴 팡토마스 시리즈는 폭넓은 대중적 호응과 더불어 작가나 예술가 들을 포함한 지식인 계층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지까지 함께 누렸다. 무엇보다 새로운 현실인 초현실로 나아가고자 했던 초현실주의자들이 팡토마스 시리즈에 열광했고, 후안 그리스, 막스 에른스트, 르네 마그리트 등 당대의 전위 예술가들이 팡토마스라는 캐릭터로부터 영감을 얻어 작품을 창조했다. 전후 과거의 속박을 떨쳐내고 새로운 시대정신, 미래의 삶으로 나아가길 갈망했던 급진적인 지성의 눈에 팡토마스는 전에 없던 ‘현대인의 모델’로 인식되었다. 그들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팡토마스의 무차별적 전횡에서 하나의 이상적인 모티브를 발견했다. 그렇게 새로운 현실 세계의 창출을 갈망하는 전위예술가들의 들끓는 상상력이 법의 속박을 깨트리고 기존 질서의 체제를 비웃으며 그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매혹을 동시에 안긴 팡토마스로 하여금 기존 세계의 정신적 틀과 윤리적 속박을 혁파할 현대적 아이콘으로 우뚝 서게 만든 것이다.
“팡토마스는 규칙에 대한 철저한 반항과 지성知性을 뛰어넘는 본능적 용기로 우리 모두를 매료시킨다. 인간의 대담한 결단을 억제하고 천재의 현란한 분출을 틀어막으려는 위험천만한 지성의 농간을 훌쩍 벗어나 드높이 활공한다. 팡토마스를 통제할 수 있는 힘은 존재하지 않는다.”
_장 콕토, 팡토마스 탄생 50주년을 맞아 <르 피가로 리테레르>에 올린 기고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