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가 부재한 모든 역사에는
정의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
★ 2012 전미도서상, 2013 미네소타 도서상 ★
★ 2012 아마존 올해의 책, 퍼블리셔스 위클리 올해의 책 ★
‘아메리카 원주민 문학의 르네상스’를 이끈
루이스 어드리크의 신작 『라운드 하우스』
첫 장편소설 『사랑의 묘약』으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고, 영문학자 토마스 C. 포스터 선정 ‘미국을 만든 25권’과 아마존 선정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도서 100선’에 꼽히며 평단과 덩료 작가와 언론으로부터 ‘아메리카 원주민 문학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는 찬사를 받은 작가, 2014년에는 “지속적인 작업과 한결같은 성취로 미국 문학계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에게 수여되는 펜/솔 벨로 상을 수상한 작가 루이스 어드리크. 그의 열네번째 책이자 2012 전미도서상 수상작 『라운드 하우스』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라운드 하우스』는 2009년 퓰리처상 최종 후보작이었던 『비둘기 재앙』의 자매편 격인 작품이다. 『비둘기 재앙』에서 보호구역 부족판사와 부족민 등록 전문가로 만나 늦은 나이에 결혼식을 올린 안톤 바질 쿠츠와 제럴딘 밀크가 아들을 낳았는데, 그 아들 조가 『라운드 하우스』에서 화자이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등장인물들 일부가 겹치기는 하지만, 두 작품은 주제와 서술방식도 다른 완전히 독립적인 별개의 책이다. 『비둘기 재앙』이 미로와도 같은 복잡하고 치밀한 플롯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독자들의 혼을 쏙 빼놓았다면, 『라운드 하우스』는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것처럼 빠른 사건 전개로 마지막까지 책장을 덮을 수 없게 한다.
1982년 단편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어부」로 넬슨 올그런 상을 받으며 데뷔한 이후 30년 넘게 아메리카 원주민의 삶을 문학으로 표현하는 데 천착해온 루이스 어드리크는 『라운드 하우스』를 통해 아메리카 원주민 여성의 현실과 원주민 보호구역에서의 법적 관할권 문제에 집중한다. 그동안의 소설들에서 수동적인 역사 수집가이자 기록자의 모습이 강했던 어드리크가 이 소설에서는 당대의 사회문제에 팔을 걷고 나선 적극적인 행동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일이 널 괴롭히겠지, 이 일이 널 망가뜨릴 수도 있어
그래도 망가지지 마, 조
이야기는 주인공 조가 아버지와 함께 정원에서 어린나무를 뽑고 있던 4월의 어느 일요일에서 시작한다. 텔레비전 연속극 <스타트렉>의 대사를 흉내내고, 어른들 몰래 친구들과 슬쩍슬쩍 술과 담배를 하고, 외숙모의 커다란 젖가슴에 대책 없이 반하기도 하는 영락없는 열세 살 소년 조의 평온한 일상이, 바로 그 일요일 오후에 산산조각나버린다. 부족민 사무소에서 일하는 어머니가 어딘가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고 나간 뒤 한참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그날 저녁 어머니는 폭행의 흔적을 온몸에 안고 집으로 돌아온다. 곧바로 병원에 실려가 수술을 받고 퇴원한 어머니는 침실로 들어가 꼼짝 않고 잠만 자며 남편과 아들에게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
조에게서 다정다감했던 어머니를 앗아가버린 그 사건이 일어난 장소는 ‘라운드 하우스’ 부근. 19세기에 연방정부가 원주민의 주식량을 없앰으로써 그들을 보호구역으로 몰아내기 위해 버펄로 사냥을 장려한 뒤로 미국 전역을 뒤덮었던 버펄로떼가 모조리 사라졌고 마지막 남은 버펄로 여인의 희생과 지혜를 담아 지은 곳이 라운드 하우스이다. 그래서 원주민에게는 신성한 장소다. 하지만 이 부근의 땅은 부족의 신탁 토지와 주州 토지와 개인 사유지가 맞닿은 곳이기 때문에, 사건이 일어난 정확한 지점을 알지 못하면 연방법, 주법, 부족법 중 어느 법을 적용할지 알 수 없다. 게다가 보호구역 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원주민이 아닐 경우 부족 법원은 재판을 하고 죄인을 처벌할 형사 관할권이 없다.
조의 어머니 제럴딘은 사건이 일어난 정확한 장소를 알지 못하고, 가해자에 대해서는 무슨 까닭인지 함구한다. 조의 아버지 바질은 용의자를 찾기 위해, 과거 보호구역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다룬 판례문들을 다시 검토한다. 조는 아버지를 도와 함께 판례문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원주민에게 불평등한 현실과 ‘부족판사’라는 아버지의 일이 얼마나 무력한지 깨닫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맞서기도 한다.
아빠는 권한이 전혀 없어요. 없어도 정말 없어요. 아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그런데 뭐하러 하시는 거예요?
(중략)
이것이 나와 많은 부족 판사들이 내리려는 판결이야. 허무맹랑한 의견이 덧붙지 않는 탄탄한 판결. 우리가 뭘 하더라도,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세심하게 공을 들여야 해. 우리의 자주권을 위해 탄탄한 기반을 세우려는 거야. 우리에게 허용된 한계를 뚫고 한걸음 더 나아가려 애쓰는 것. 언젠가는 우리 기록을 연방의회에서 면밀히 검토할 것이고, 우리 관할권을 확장하는 문제에 대해 결정을 내릴 거야. 언젠가는. 우리가 바라는 것은 본래 우리 경계 안에 속한 모든 토지에서 모든 인종의 범죄자를 기소시킬 수 있는 권리란다. 내가 법을 엄중하게 다루는 이유도 그거야, 조. 지금 내가 하는 일은 미래를 위해서야. 지금 네 눈에는 시답잖고 하찮고 어쩌면 재미없어 보일 수도 있겠지만. (340~346쪽)
얼마 후 어머니를 폭행한 범인이 붙잡히지만 기소되지 않고 석방된다. 설상가상으로 슈퍼마켓에서 범인과 마주친 아버지가 범인과 싸우다가 심장마비를 일으켜 거의 죽을 뻔한 일까지 벌어진다. 어른들 힘으로도, 법의 힘으로도 정의가 실현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조는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기만의 정의를 실행하기로 결심한다. 그런 조의 곁에는 절친한 친구들, 캐피와 잭과 앵거스가 늘 함께한다.
조가 결국 자신의 정의를 실현시킬 수 있을지, 그후 조와 친구들은 어떻게 될지, 소설은 마지막까지 독자의 시선을 단단히 붙들어놓는다. 그러면서 독자들의 마음속에 ‘정의란 무엇이고 어떻게 실현해야 하는가?’라는 묵직한 질문 하나를 남겨놓는다.
책 속으로
우리는 이제 막 성장을 시작했고, 커서 어떤 사람이 될지 궁금했다. <넥스트 제너레이션>에서 우리는 깡마르지도, 괴롭힘을 당하지도, 가난하지도, 엄마가 없지도, 무섭지도 않았다. 우리가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는지 아무도 몰랐기 때문에 우리는 멋져 보였다. (38쪽)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에 새겨진 불안한 기억은 시간이 흘러도 소멸되지 않고 기억이 되살아날 때마다 더 깊이 각인된다. (214쪽)
내가 진짜 어머니로 알았던 그 어머니. 언젠가는 진짜 어머니가 다시 나타날 거라고 믿었었다. 예전의 어머니를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문득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빌어먹을 놈이 어머니의 일부를 훔쳐갔다. 어머니의 따스한 부분이 사라져 영영 돌아오지 않을지도 몰랐다. 이 낯설고 무서운 어머니에 대해 알려면 시간이 걸릴 텐데, 나는 열세 살이었다. 내게는 그럴 시간이 없었다. (291~292쪽)
더 깊은 잠 속에 빠져들면서 나는 뭔가 배웠음을 깨달았다. 공포가 무엇인지 알았고, 그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도 알았다. 공포의 힘은 그토록 세지만 나를 거머쥔 그 힘은 풀릴 것이다. 지나갈 것이다. (399쪽)
잘못된 곳에 뿌리를 내려도 그리 강하게 자랄 수 있다니 얼마나 재미있고 신기한가. 신념도 그렇지, 나는 중얼거렸다. (442쪽)
이 책의 시간적 배경은 1988년이지만, 여러 보호구역에서 일어난 강간 사건의 기소를 가로막는 법의 혼란은 여전히 존재한다. 국제사면위원회가 2009년에 발표한 보고서 「정의正義의 미로」에는 다음 통계가 포함되어 있다. 북미 원주민 여성은 일생 동안 세 명 중 한 명꼴로 강간을 당한다(북미 원주민 여성은 강간을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실제 수치는 틀림없이 더 높을 것이다). 북미 원주민 여성에 대한 강간과 성폭행의 86퍼센트는 원주민이 아닌 남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기소되는 일은 거의 없다. 2010년에 노스다코타 주 상원의원 바이런 도건이 ‘부족의 법률과 명령에 관한 법Tribal Law and Order Act’을 지지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 법에 서명하면서 이 상황을 “우리의 국가적 양심에 대한 폭력”이라고 불렀다. (‘감사의 말’에서)
해외 추천사
‣ 흥미진진한 미스터리와 우리 사회의 다층적인 초상이 엮여 깊은 감동을 주는 성장소설. O: 오프라 매거진
‣ 어드리크는 한 인간의 가장 어두운 이야기를 파헤쳐 한 사회 전체의 기반이 되는 진실을 두드린다. 뉴욕 타임스
‣ 조는 눈부실 만큼 솔직하고 놀랍도록 사랑스러운 화자다. 조는 슬프고 고립된 범죄를 성장에 대한 이야기로 전환시켜 성장 과정에서 부모와의 관계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그려내고 우리를 새로운 형태의 사랑과 고통으로 인도한다. 워싱턴 포스트
‣ 지혜롭고 긴장감 넘친다. 이 소설에는 어드리크의 통찰력, 상상력, 목소리가 완전히 녹아 있다. 어드리크는 정의를 향한 소년의 열정을 직관이 넘치는 훌륭한 솜씨로 그려내 독자를 그녀의 고향 땅이 있는 북미로 데려간다. 시카고 트리뷴
‣ 윌리엄 포크너,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토니 모리슨을 연상시키는 놀라운 언어로 가득한 작품. 매우 감동적이며, 어드리크의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될 것이다. USA 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