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이다.”_『화엄경』
한 스푼의 경전으로 맛보는 불교 경전의 백미
옛 그림으로 수행하는 한 폭의 마음 인문학
왜 사람들이 절을 찾고 부처의 가르침에 귀 기울이는 것일까? 조금이라도 ‘더 많이’, ‘더 빨리’ 욕망하는 오늘날, 불교 경전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세상살이가 녹록지 않다. 사회안전망의 부실과 치열한 생존 경쟁으로, 비정규직이니 워킹푸어니 삼포세대니 하는 관용구가 연일 언론을 도배한다. 오죽하면 ‘달관 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으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에 벌어진 세월호 참사는 전 국민을 슬픔에 빠트렸다. 국가의 존재 이유와 개인의 생존권을 의문에 부쳤고, 그 이후에도 여전히 ‘땅콩회항’ 사건, ‘정치권의 리스트’ 파문 등 사건사고가 줄을 이었다. 좀체 숨 쉴 만한 틈이 보이지 않는다. 사회 곳곳에 짙게 깔린 불신과 불안 심리는 가시지 않았고, 사람들은 마음 둘 곳을 찾아 ‘힐링’을 부르며 ‘멘토’들의 강연장을 찾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은이는 어두운 밤에 불빛을 찾듯이 불교 경전과 마주한다. 오랜 세월 인류의 갈증을 달래준 경전은 ‘뿌리 깊은 나무’이자 ’샘이 깊은 물’이다. 지은이는 초기 경전에서 대승경전까지, 그리고 중국의 경전까지 정독하며 삶의 지혜를 찾고 마음을 닦는다. 여기에 곱게 나이를 먹은 우리 옛 그림이 동행한다.
경전공부는 마음공부다
지은이는 경전을 통해 옛 그림을 만나고, 옛 그림을 통해 경전 이해에 깊이를 더한다. 그런데 이 이질적인 만남이 더없이 자연스럽다. 그것은 지은이가 자신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전과 옛 그림을 빌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먼저 자신의 상처를 기꺼이 드러내 옛 그림에 빗대어 현재를 똑바로 바라보고, 불교 경전에 비추어 그 문제를 해결한다. 곧 별개의 것으로 보이는 세 가지 이야기는 감쪽같이 한데 묶인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자신을 노출하는 지은이의 개인사는 이 책의 추임새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불교 경전과 옛 그림을 통해 흐트러진 자신을 다시금 곧추세우는 지은이의 모습에 자꾸 마음이 간다. 결국 독자도 지은이처럼 경전과 옛 그림을 통해 자기 삶을 행복하게 가꿔 보라는 무언의 메시지인 것이다. 온전히 내 길이 되도록, 이 길만이 지금 내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고, 스스로 행복해지는 길임을 깨닫도록 말이다. 그래서 경전공부는 어디까지나 마음공부다.
옛 그림으로 만나는 부처의 가르침
언어로는 도저히 전할 수 없는 살아 있는 깨달음을 전하기 위해, 수많은 이야기가 결집된 경전의 숨은 참뜻을 전하기 위해, 지은이는 산수화 ․ 인물화 ․ 풍속화 ․ 사군자 ․ 병풍화 등 옛 그림과 자신의 이야기를 곁들여 경전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경전을 알면 곧 부처의 가르침도 알게 된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은이는 자신의 삶과 경전의 이야기를 빗대어보기도 하고, 부처의 가르침과 옛 그림을 연결해 그 뜻을 전하기도 한다. 때로는 옛 그림에 자신을 투영하여 삶의 지침으로 삼을 만한 바른 법이 무엇인지 질문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부처의 가르침인 법보의 참된 의미를 엿볼 수 있다. 지은이의 개인사를 통해 듣는 경전과 옛 그림 이야기는 곧 나 자신의 이야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