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잡초를 닮았다
그것은 세계를 바꾼다
대표적 문학이론 입문서인 조너선 컬러의 『문학이론』 개정판
‘의미’는 어떻게 생기는 것인가, ‘읽는다’는 것은 어떠한 행위인가
읽기의 필수적 무기인 ‘이론’을 이 분야의 일인자가 명쾌하게 해설!
문학이론의 안과 밖을 간명하게 소개, 원서 개정판의 번역
대표적인 문학이론 입문서인 조너선 컬러의 『문학이론』 개정판이 이번에 조규형 고려대 교수(전 한국비평이론학회 회장)의 새로운 번역으로 국내에 소개되었다. 문학이론을 압축적이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는 이 책은 2011년에 나온 원서 개정판을 번역한 것이다. 문학이론은 무엇보다 문학이란 무엇이고, 무엇을 지향하며, 어떻게 구성되는가 하는 근본적 물음을 탐구한다. 이 책은 제반 이론의 복합적인 스펙트럼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 왜 ‘이론’을 알아야 하는가? 구조주의, 해체론, 페미니즘, 정신분석학, 탈식민주의 등 20세기에 등장한 다양한 이론은 우리에게 새로운 사고법을 알려준다. 의미란 무엇인가? 저자란 무엇인가? 읽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쓰고, 읽고, 행동하는 ‘나’ 혹은 ‘주체’란 무엇인가? 텍스트는 그것이 생산된 환경과 어떤 관계를 가지는가? 이 책에서 지은이는 문학은 물론이고 영화, TV, 광고, 음악 등을 소재로 이제까지와는 다른 관점에서 세계를 독해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문학이론의 지평을 ‘윤리와 미학’으로도 확장
이 책의 논의는 문학은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가에 대한 검토에서 출발하여 문화의 문제로까지 이어간다. 그리고 하나의 단위 혹은 개체로서의 문학이 갖는 정체성이나 그 지위의 문제는 그것이 본래적이고도 개별적인 속성에 따른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둘러싼 공간 내에서의 특정 역할의 수행에 의해 부여되는 것인가 하는 문제로 옮아간다. 이 책에서 개체에 대한 정체성론은 필연적으로 개체 상호 간의 관계를 설정하는 문제에 직면하며, 이는 타자에 대한 윤리의 문제, 페미니즘, 식민 및 탈식민 논의, 퀴어 이론 등으로 확대된다. 특히 이번 개정판에 추가된 ‘윤리와 미학’이라는 장에서 지은이가 거론하는 사안들은 현시점에서 논의가 가장 첨예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들이다. 이러한 논의는 생태주의와 포스트 휴먼 즉 탈인간의 문제, 그리고 동물의 문제 등으로 나아간다.
오늘의 이론 지형에서 돋보이는 주요 논점을 부각
문학이론에 대한 많은 입문서들은 다수의 비평적 ‘학파들’을 설명한다. 아울러 다양한 이론들은 각각의 입장과 명제를 가지고 경합하는 일련의 접근법들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론을 소개하려면 이론적 학파를 개괄하기보다는 공통적 질문과 주장을 논의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이 지은이의 입장이다. 한 ‘학파’를 또다른 학파와 대비하기보다는 이론적 움직임들 내에서 현저하게 견해가 갈리는 부분에 주목할 수 있는 중요한 논점을 설명하는 편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론이 상식에 도전하는 가운데 어떻게 의미가 창출되고 인간의 정체성이 형성되는지 탐문해야 한다고 지은이는 강조한다.
이론의 죽음 혹은 이론의 승리?
1990년대 이후의 다양한 이론적 논의 가운데 주목할 만한 일은 이론의 죽음을 선언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론의 죽음을 알리는 선언은 대부분 그것이 드러내고자 하는 것을 이루려는 시도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은이는 지적한다. 이제 이론은 더이상 최신의 것도 아니고, 놀랍고 흥분되는 현상도 아니다. 이론은 이제 새로움이든 악명이든 그 매력을 상당 부분 잃어버렸다고 지은이는 진단한다. 오늘날 우리는 모든 지적 작업이 어떤 형태로든 이론적 기초 위에 있으며, 이론이 인문학 가운데 가장 흥미롭고 사회적으로 적절한 탐구 영역 가운데 하나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것을 이론의 죽음이라 해야 하는가, 이론의 승리라 해야 하는가? 이론은 자신만의 생각에서 벗어나 자기 생각의 위치를 확인하고 이해하려는 불가능한 욕망에 의해 추동되지만, 더욱 넓은 식견을 가지고 자기반성적으로 변화하고자 하는 욕망에 의해서도 발전한다고 지은이는 강조한다.
책 속으로
상식 비판이자 대안 개념의 모색으로서의 이론은 문학 연구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와 가정을 의심하고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을 수 있는 어떤 것을 흔들어놓는 활동을 포함한다. 의미란 무엇인가? 저자란 무엇인가? 읽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쓰고, 읽고, 행동하는 ‘나’ 혹은 ‘주체’란 무엇인가? 텍스트는 그것이 생산된 환경과 어떤 관계를 갖는가? (16쪽)
문학과 비문학을 구분하는 것은 무엇인가? 문학을 인간의 다른 활동 혹은 소일거리와 구별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을 하는 것은 어떤 책이 문학이고 또 어떤 책이 문학이 아닌가를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지 의문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오히려 우리는 무엇이 문학으로 여겨지는지 이미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 또다른 어떤 것을 알고 싶기 때문이다. 그것은 “문학작품만이 공통적으로 갖는 어떤 근본적인 구별점이 있는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43∼44쪽)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제시되는 이유는, 앞서 제시한 바와 같이, 우리가 문학을 역사로 착각하거나 포춘 쿠키의 쪽지를 시로 착각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비평가와 이론가가 무엇이 문학인가를 말함으로써 자신들에게 가장 적절한 비평 방법을 채택하는 한편, 문학의 가장 기본적이고 분명한 양상들을 살피지 않는 방법들을 퇴출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론의 장에서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문제되는 이유는 이론이 모든 종류의 텍스트에서 문학적 특성을 감지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78쪽)
문학 연구에서 거의 간과되는 것으로, 기본적으로 다른 두 작업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언어학적 방법을 따르는 것으로, 의미를 모종의 설명되어야 할 것으로 여기면서 어떻게 이런 의미가 가능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와 달리 텍스트로부터 출발하여 이를 해석하고자 하면서, 그 의미가 진실로 무엇인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문학 연구에서 이는 ‘시학’과 ‘해석학’ 사이의 구별로 이어진다. 시학은 확실한 의미와 효과에서 출발하여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묻는다. 반면 해석학은 텍스트에서 시작하여 텍스트의 의미를 물으면서 새롭고 더 나은 해석을 찾고자 한다. (112쪽)
문학은 항상 주체성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고, 문학작품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묵시적 혹은 명시적 대답을 구상해왔다. 특히 서사문학의 등장인물들은 스스로를 정의하기도 하고 또 자신의 과거, 선택, 그리고 사회적 힘의 다양한 결합에 의해 정의되는 것처럼, 서사문학 자체도 이러한 인물들의 운명을 추적해왔다. 인물들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가, 아니면 지배받는가? (199쪽)
혼란의 한 원인은 자주 이 분야의 논쟁 구도를 형성하는 하나의 주장, 즉 어떻든 주체의 내적 분열이 행위 능력과 책임 있는 행동의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주장에 있다. 간략히 말하자면, 그것은 행위 능력을 더욱 강조할 것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신중한 행위가 세계를 변화시킬 것임을 이론이 강조하기를 바라지만 이내 이것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에 실망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행위가 의도한 결과보다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더 낳을 가능성이 많은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2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