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테리아 11호
- 저자
- 셜리 잭슨
- 출판사
- 엘릭시르
- 발행일
- 2017-03-28
- 사양
- 170*240
- ISBN
- 9 772384 289005 03
- 정가
- 12,000원
- 신간안내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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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소설
《미스테리아》 11호에는 다양한 스타일의 단편 네 편이 소개된다. 듀나의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는 끔찍한 연쇄살인의 진범을 쫓았던 형사의 회고담이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드디어 진범과 마주하지만, 진범의 입에서 들을 수 있었던 이야기는 "범죄의 이유"가 아니었다. 셜리 잭슨의 「우리가 자주 하던 이야기」는 『힐 하우스의 유령』을 좋아했던 독자라면 단박 두근거리게 될 설정이다. 호러와 판타지와 미스터리가 뒤엉킨 오싹한 단편으로, 마지막 문단의 모호함이 증폭시키는 불안감이 일품이다. 국내에선 몇몇 앤솔로지에 포함된 작품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미스터리 작가 앤 페리의 단편「탈출」은, 아직 이 작가가 낯설게 느껴지는 많은 이들에게 어떤 이정표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역사 미스터리에 특히 강점을 보이는 작가의 특성답게,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속임수와 배신과 폭력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로드 던세이니의 「연설」은, 무려 67년 전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현대에까지 전혀 무리 없이 읽히는 정치 스릴러다. 신념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두 집단 간의 상이한 태도는 최후에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가? 작품을 맺는 마지막 문장이 묵직하다.
기획기사
2016년에서 2017년으로 넘어오는 시기, 한국은 두 번 다시 되풀이되어서는 안 될 참혹한 변화를 경험했다. 오랜 세월 축적된 사악한 권력 의지와 부의 재생산이 한 국가를 어느 정도로까지 망가뜨리는지 실시간으로 목도하게 된 시간이었다. 이 사건을, 이 시간을 잊지 않기 위해 《미스테리아》 11호는 50여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1960~70년대의 격변기를 돌이켜보며, 아주 다른 지점에 도달하게 된 그 "해석"의 두 가지 경우가 이번 11호의 특집이다.
첫 번째 특집은 45년 전인 1972년 2월 19일부터 28일 종료된 아사마 산장의 비극으로 막을 내린 일본 극좌파 운동에 대해, 사회를 변혁하고자 했던 뜨거운 열망이 불러온 파괴적인 결과가 미스터리 소설과 영화와 만화 등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는지 다룬다. 당시 학생운동으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은 작가로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다카하시 겐이치로 등을 즉각 떠올리게 되지만, 미스터리 소설 쪽에도 그 영향은 만만치 않았다. 다카무라 가오루, 후지와라 이오리, 사시키 조, 기리노 나쓰오 등은 제대로 해결되거나 응시되지 못한 과거가 현재와 어떻게 불화하는지, 격렬했던 학생운동의 기억이 다만 상처뿐인 패배로 남을 것인지 혹은 패배의 기억까지 인정하고 현재를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지속한다. 그 외에도 와카마쓰 고지, 이상일, 야마시타 노부히로의 영화를 비롯하여 "24년조" 만화가들과 의 크리에이터 등 일본 대중문화의 큰 흐름들이 1960년대 극좌파 운동의 그림자가 닿는 범위 내에 존재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두 번째 특집은 오십여 년 만에 처음으로 정식 출간된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맞아, 비슷한 시기의 머나먼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스웨덴을 들여다본다. 양차 세계 대전 동안 중립국을 유지했고 "국민의 가정"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포괄적인 복지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며 에른스트 비그포르스와 올로프 팔메 등이 뛰어난 정치력을 발휘했던, 그리하여 전 세계인들의 부러움을 받던 1960년대 스웨덴이 그 이면에서 어떤 식으로 부패해 갔는지 폭로하기 위한 프로젝트로서, 68혁명 직전부터 시작하여 10년에 걸쳐 소설화된 전설적인 작품이다. 공동저자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가 어떤 식으로 이 시리즈를 기획했는지, 범죄소설사에서 이 시리즈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찬찬히 살피게 될 기회다. 또한 국내 최초로 마이 셰발과의 인터뷰도 진행하였다.
고정 연재 코너에도 언제나처럼 풍성하고 다양한 테마들이 독자들을 기다린다. 1950년대부터 시작된 위조지폐 제작의 "주술"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사진작가의 기이한 삶을 다룬 곽재식 작가의 "PULP",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살인자로 불리며 친아버지와 의붓어머니를 도끼로 살해했다는 악명을 지금까지도 떨치고 있는 리지 보든에 대한 도전적인 읽기를 시도한 홍한별 번역가의 "MIRROR", "쉴 새 없이 무언가를 먹는 소설"로서 트루먼 커포티의 를 흥미롭게 분석한 정은지 작가의 "CULINARY", 사망의 종류와 사망의 원인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하지만 동시에 그 경계선이 점점 흐릿해지는 시대에 대한 고충을 기록한 법의학자 유성호의 "NONFICTION", 1960년 3.15 부정선거에 참여했던 도시학자 손정목의 고백을 통해 역사 속 개인의 행로가 어떻게 뒤틀리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가는가를 관찰한 시각문화 연구자 윤원화의 ´MISSING LINK´ 등이 준비되어 있다. 알콜 의존증에 대한 가장 절절한 체험담인 두 편의 만화 『실종 일기 2 : 알코올 병동』과 『알코올 중독 원더랜드』에서 독자가 받게 되는 다소 오싹한 느낌의 정체를 찾아가는 이연숙 만화평론가의 비평 "TOON´과 함께, 『콘돌의 마지막 날들』.『부스러기들』, 『HHhH』, 『여왕국의 성』 등 주목할 만한 미스터리 신간에 대한 서평도 소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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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생전 악마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둥‘마녀’라는 소문이 많았던 셜리 잭슨은 20세기 영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다. 고립되고 오래된 저택에 사는 수상한 거주자들을 다루는 고딕 미스터리에 혁신적인 작품들을 남겨 고딕 호러의 선구자로 불리는 잭슨은 특유의 기괴한 필치로 호러와 서스펜스를 포함한 문학 전반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잭슨은 누구보다 인간의 평범한 행동 속에서 악의와 광기를 짚어 내는 데 능하다. 무심한 어투로 잔인하리만큼 독자의 불안을 고조시키는 수법이나 암암리에 인간의 악의를 읽어 내리는 가시 돋친 문체는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잭슨만의 특징이다. 잭슨을 단순히 오락성에 가치를 두고 장르 소설을 쓴 작가로 평가할 것인가, 장르의 틀을 넘어 뛰어난 주제 의식과 문학성까지 이룩해 낸 작가로 평가할 것인가는 평론가들 사이에서 끝나지 않는 논쟁거리이다. 영문학 교과서에 빠짐없이 실리는 잭슨의 단편 「제비뽑기The Lottery」(1948)는 영문학사상 가장 충격적인 살인 축제를 다루며 현대 사회를 날카롭게 꼬집는 명작이라 일컬어진다. 잭슨의 작품 속에 드러나는, 단순해 보여도 꼭 결말을 확인하게 만드는 이야기의 흡인력, 신경을 갉으며 긴장감을 자아내는 전개는 잭슨이 왜 20세기 현대 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인지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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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ditor"s letter
소문과 실화
list
SPECIAL 1960년대 일본 학생운동의 기나긴 그림자
*"자기반성"의 몇 가지 그림자 : 조소진
*실패한 "혁명"을 둘러싼 미스터리 : 심정명*I"ll Be Going Blood-Simple! : 오쓰카 에이지
SPECIAL 북유럽 누아르의 시작
*태초에 형사 마르틴 베크가 있었다 : 김명남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창조자 마이 셰발 인터뷰
취미는 독서
『콘돌의 마지막 날들』
『부스러기들』
『HHhH』
『아이의 뼈』
『도불의 연회』
『기울어진 세상』
『시간 망명자』
『스킨 컬렉터』
『내 무덤에 묻힌 사람』
『드래곤플라이』
『여왕국의 성』
『건축무한육면각체』
『미드나잇 저널』
TOON 『실종 일기 2 : 알코올 병동』과 『알코올 중독 원더랜드』 : 이연숙
CULINARY 미국의 아침식사, 『인 콜드 블러드』 : 정은지
NONFICTION 죽음까지도 복잡해지는 세계 : 유성호
MIRROR 그날 아침, 누가 도끼를 집었을까 : 홍한별
PULP 가짜가 진짜를 어지럽힌다 : 곽재식
MISSING LINK 내가 저지른 가장 나쁜 죄(3) : 윤원화
SHORT STORY
듀나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셜리 잭슨 「우리가 자주 하던 이야기」
앤 페리 「탈출」
로드 던세이니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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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소설
《미스테리아》 11호에는 다양한 스타일의 단편 네 편이 소개된다. 듀나의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는 끔찍한 연쇄살인의 진범을 쫓았던 형사의 회고담이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드디어 진범과 마주하지만, 진범의 입에서 들을 수 있었던 이야기는 "범죄의 이유"가 아니었다. 셜리 잭슨의 「우리가 자주 하던 이야기」는 『힐 하우스의 유령』을 좋아했던 독자라면 단박 두근거리게 될 설정이다. 호러와 판타지와 미스터리가 뒤엉킨 오싹한 단편으로, 마지막 문단의 모호함이 증폭시키는 불안감이 일품이다. 국내에선 몇몇 앤솔로지에 포함된 작품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미스터리 작가 앤 페리의 단편「탈출」은, 아직 이 작가가 낯설게 느껴지는 많은 이들에게 어떤 이정표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역사 미스터리에 특히 강점을 보이는 작가의 특성답게,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속임수와 배신과 폭력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로드 던세이니의 「연설」은, 무려 67년 전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현대에까지 전혀 무리 없이 읽히는 정치 스릴러다. 신념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두 집단 간의 상이한 태도는 최후에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가? 작품을 맺는 마지막 문장이 묵직하다.
기획기사
2016년에서 2017년으로 넘어오는 시기, 한국은 두 번 다시 되풀이되어서는 안 될 참혹한 변화를 경험했다. 오랜 세월 축적된 사악한 권력 의지와 부의 재생산이 한 국가를 어느 정도로까지 망가뜨리는지 실시간으로 목도하게 된 시간이었다. 이 사건을, 이 시간을 잊지 않기 위해 《미스테리아》 11호는 50여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1960~70년대의 격변기를 돌이켜보며, 아주 다른 지점에 도달하게 된 그 "해석"의 두 가지 경우가 이번 11호의 특집이다.
첫 번째 특집은 45년 전인 1972년 2월 19일부터 28일 종료된 아사마 산장의 비극으로 막을 내린 일본 극좌파 운동에 대해, 사회를 변혁하고자 했던 뜨거운 열망이 불러온 파괴적인 결과가 미스터리 소설과 영화와 만화 등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는지 다룬다. 당시 학생운동으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은 작가로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다카하시 겐이치로 등을 즉각 떠올리게 되지만, 미스터리 소설 쪽에도 그 영향은 만만치 않았다. 다카무라 가오루, 후지와라 이오리, 사시키 조, 기리노 나쓰오 등은 제대로 해결되거나 응시되지 못한 과거가 현재와 어떻게 불화하는지, 격렬했던 학생운동의 기억이 다만 상처뿐인 패배로 남을 것인지 혹은 패배의 기억까지 인정하고 현재를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지속한다. 그 외에도 와카마쓰 고지, 이상일, 야마시타 노부히로의 영화를 비롯하여 "24년조" 만화가들과 <기동전사 건담>의 크리에이터 등 일본 대중문화의 큰 흐름들이 1960년대 극좌파 운동의 그림자가 닿는 범위 내에 존재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두 번째 특집은 오십여 년 만에 처음으로 정식 출간된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맞아, 비슷한 시기의 머나먼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스웨덴을 들여다본다. 양차 세계 대전 동안 중립국을 유지했고 "국민의 가정"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포괄적인 복지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며 에른스트 비그포르스와 올로프 팔메 등이 뛰어난 정치력을 발휘했던, 그리하여 전 세계인들의 부러움을 받던 1960년대 스웨덴이 그 이면에서 어떤 식으로 부패해 갔는지 폭로하기 위한 프로젝트로서, 68혁명 직전부터 시작하여 10년에 걸쳐 소설화된 전설적인 작품이다. 공동저자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가 어떤 식으로 이 시리즈를 기획했는지, 범죄소설사에서 이 시리즈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찬찬히 살피게 될 기회다. 또한 국내 최초로 마이 셰발과의 인터뷰도 진행하였다.
고정 연재 코너에도 언제나처럼 풍성하고 다양한 테마들이 독자들을 기다린다. 1950년대부터 시작된 위조지폐 제작의 "주술"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사진작가의 기이한 삶을 다룬 곽재식 작가의 "PULP",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살인자로 불리며 친아버지와 의붓어머니를 도끼로 살해했다는 악명을 지금까지도 떨치고 있는 리지 보든에 대한 도전적인 읽기를 시도한 홍한별 번역가의 "MIRROR", "쉴 새 없이 무언가를 먹는 소설"로서 트루먼 커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를 흥미롭게 분석한 정은지 작가의 "CULINARY", 사망의 종류와 사망의 원인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하지만 동시에 그 경계선이 점점 흐릿해지는 시대에 대한 고충을 기록한 법의학자 유성호의 "NONFICTION", 1960년 3.15 부정선거에 참여했던 도시학자 손정목의 고백을 통해 역사 속 개인의 행로가 어떻게 뒤틀리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가는가를 관찰한 시각문화 연구자 윤원화의 ´MISSING LINK´ 등이 준비되어 있다. 알콜 의존증에 대한 가장 절절한 체험담인 두 편의 만화 『실종 일기 2 : 알코올 병동』과 『알코올 중독 원더랜드』에서 독자가 받게 되는 다소 오싹한 느낌의 정체를 찾아가는 이연숙 만화평론가의 비평 "TOON´과 함께, 『콘돌의 마지막 날들』.『부스러기들』, 『HHhH』, 『여왕국의 성』 등 주목할 만한 미스터리 신간에 대한 서평도 소개되었다.
소설
《미스테리아》 11호에는 다양한 스타일의 단편 네 편이 소개된다. 듀나의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는 끔찍한 연쇄살인의 진범을 쫓았던 형사의 회고담이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드디어 진범과 마주하지만, 진범의 입에서 들을 수 있었던 이야기는 "범죄의 이유"가 아니었다. 셜리 잭슨의 「우리가 자주 하던 이야기」는 『힐 하우스의 유령』을 좋아했던 독자라면 단박 두근거리게 될 설정이다. 호러와 판타지와 미스터리가 뒤엉킨 오싹한 단편으로, 마지막 문단의 모호함이 증폭시키는 불안감이 일품이다. 국내에선 몇몇 앤솔로지에 포함된 작품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미스터리 작가 앤 페리의 단편「탈출」은, 아직 이 작가가 낯설게 느껴지는 많은 이들에게 어떤 이정표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역사 미스터리에 특히 강점을 보이는 작가의 특성답게,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속임수와 배신과 폭력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로드 던세이니의 「연설」은, 무려 67년 전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현대에까지 전혀 무리 없이 읽히는 정치 스릴러다. 신념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두 집단 간의 상이한 태도는 최후에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가? 작품을 맺는 마지막 문장이 묵직하다.
기획기사
2016년에서 2017년으로 넘어오는 시기, 한국은 두 번 다시 되풀이되어서는 안 될 참혹한 변화를 경험했다. 오랜 세월 축적된 사악한 권력 의지와 부의 재생산이 한 국가를 어느 정도로까지 망가뜨리는지 실시간으로 목도하게 된 시간이었다. 이 사건을, 이 시간을 잊지 않기 위해 《미스테리아》 11호는 50여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1960~70년대의 격변기를 돌이켜보며, 아주 다른 지점에 도달하게 된 그 "해석"의 두 가지 경우가 이번 11호의 특집이다.
첫 번째 특집은 45년 전인 1972년 2월 19일부터 28일 종료된 아사마 산장의 비극으로 막을 내린 일본 극좌파 운동에 대해, 사회를 변혁하고자 했던 뜨거운 열망이 불러온 파괴적인 결과가 미스터리 소설과 영화와 만화 등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는지 다룬다. 당시 학생운동으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은 작가로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다카하시 겐이치로 등을 즉각 떠올리게 되지만, 미스터리 소설 쪽에도 그 영향은 만만치 않았다. 다카무라 가오루, 후지와라 이오리, 사시키 조, 기리노 나쓰오 등은 제대로 해결되거나 응시되지 못한 과거가 현재와 어떻게 불화하는지, 격렬했던 학생운동의 기억이 다만 상처뿐인 패배로 남을 것인지 혹은 패배의 기억까지 인정하고 현재를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지속한다. 그 외에도 와카마쓰 고지, 이상일, 야마시타 노부히로의 영화를 비롯하여 "24년조" 만화가들과 <기동전사 건담>의 크리에이터 등 일본 대중문화의 큰 흐름들이 1960년대 극좌파 운동의 그림자가 닿는 범위 내에 존재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두 번째 특집은 오십여 년 만에 처음으로 정식 출간된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맞아, 비슷한 시기의 머나먼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스웨덴을 들여다본다. 양차 세계 대전 동안 중립국을 유지했고 "국민의 가정"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포괄적인 복지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며 에른스트 비그포르스와 올로프 팔메 등이 뛰어난 정치력을 발휘했던, 그리하여 전 세계인들의 부러움을 받던 1960년대 스웨덴이 그 이면에서 어떤 식으로 부패해 갔는지 폭로하기 위한 프로젝트로서, 68혁명 직전부터 시작하여 10년에 걸쳐 소설화된 전설적인 작품이다. 공동저자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가 어떤 식으로 이 시리즈를 기획했는지, 범죄소설사에서 이 시리즈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찬찬히 살피게 될 기회다. 또한 국내 최초로 마이 셰발과의 인터뷰도 진행하였다.
고정 연재 코너에도 언제나처럼 풍성하고 다양한 테마들이 독자들을 기다린다. 1950년대부터 시작된 위조지폐 제작의 "주술"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사진작가의 기이한 삶을 다룬 곽재식 작가의 "PULP",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살인자로 불리며 친아버지와 의붓어머니를 도끼로 살해했다는 악명을 지금까지도 떨치고 있는 리지 보든에 대한 도전적인 읽기를 시도한 홍한별 번역가의 "MIRROR", "쉴 새 없이 무언가를 먹는 소설"로서 트루먼 커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를 흥미롭게 분석한 정은지 작가의 "CULINARY", 사망의 종류와 사망의 원인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하지만 동시에 그 경계선이 점점 흐릿해지는 시대에 대한 고충을 기록한 법의학자 유성호의 "NONFICTION", 1960년 3.15 부정선거에 참여했던 도시학자 손정목의 고백을 통해 역사 속 개인의 행로가 어떻게 뒤틀리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가는가를 관찰한 시각문화 연구자 윤원화의 ´MISSING LINK´ 등이 준비되어 있다. 알콜 의존증에 대한 가장 절절한 체험담인 두 편의 만화 『실종 일기 2 : 알코올 병동』과 『알코올 중독 원더랜드』에서 독자가 받게 되는 다소 오싹한 느낌의 정체를 찾아가는 이연숙 만화평론가의 비평 "TOON´과 함께, 『콘돌의 마지막 날들』.『부스러기들』, 『HHhH』, 『여왕국의 성』 등 주목할 만한 미스터리 신간에 대한 서평도 소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