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시절
- 원서명
- Youth
- 저자
- J. M. 쿳시
- 역자
- 왕은철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18-09-07
- 사양
- 288쪽 | 128*188 | 양장
- ISBN
- 978-89-546-5285-8
- 분야
- 장편소설
- 수상내역
- 노벨문학상
- 정가
- 13,800원
- 신간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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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젊은 예술가의 내면을 휘젓는 모든 감정과 딜레마
"쿳시가 스스로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작가가 되기 위해, 과거와 가족의 오점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는지 보여준다." _가디언
노벨문학상 수상, 부커상 2회 수상에 빛나는 "남아프리카의 대가"이자 "우리 시대 가장 과묵한 작가" J. M. 쿳시의 자전소설 3부작 중 두번째인 『청년 시절』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혁명의 소용돌이로 혼란에 빠진 남아프리카를 떠난 쿳시가 런던에서 진정한 예술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이십대 시절을 다뤘으며, 국내 초역이다. 예술가의 소명에 대한 동경과 젊은 예술가의 내면을 휘젓는 모든 감정과 딜레마를 그려냈다. 쿳시의 실제 "삶"과 소설적 "허구"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진실"을 향해 치밀하면서도 거침없이 나아가는 스토리텔링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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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지은이 J. M. 쿳시 John Maxwell Coetzee
194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태어났다. 케이프타운대학을 졸업하고 1965년 미국으로 건너가 텍사스주립대학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8년부터 약 3년 동안 뉴욕주립대학에서 영문학을 강의하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존스홉킨스, 하버드, 스탠퍼드, 시카고 대학에서도 강의했다. 1972년 고국으로 돌아가 케이프타운대학 영문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2001년 정년퇴임했다. 이후 오스트레일리아로 이주해 애들레이드대학에서 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1974년 『어둠의 땅』을 발표하며 소설가로 데뷔한 쿳시는 두번째 소설 『나라의 심장부에서』로 남아프리카 최고의 문학상인 CNA상을 받았고, 『야만인을 기다리며』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마이클 K』와 『추락』으로 한 작가에게 두 번 주지 않는다는 전례를 깨고 부커상을 두 차례 수상했으며, 에트랑제 페미나 상, 예루살렘상, 아이리스 타임스 국제소설상 등 많은 상을 받았다. 그리고 2003년 "정교한 구성과 풍부
한 대화,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서구 문명의 도덕적 위선을 날카롭게 비판했다"는 평과 함께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밖의 주요 작품으로 『포』 『철의 시대』 『페테르부르크의 대가』 『슬로우 맨』 『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 자전소설 3부작 『소년 시절』 『청년 시절』 『서머타임』 등이 있고, 다수의 에세이와 연구서를 집필했다.
옮긴이 왕은철
전북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 클래리언 대학과 메릴랜드 대학에서 각각 영문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대문학>을 통해 문학평론가로 등단했으며 유영번역상, 전숙희문학상, 한국영어영문학회학술상, 생명의신비상, 전북대학교 학술상과 수업상을 수상했다. 현재 전북대학교 영문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피의 꽃잎들』『페테르부르크의 대가』 『마이클 K』 『연을 쫓는 아이』 『전쟁 쓰레기』 등 40여 권의 역서가 있으며, 『문학의 거장들』(한국연구재단 우수도서) 『J. M. 쿳시의 대화적 소설』(문화관광부 우수도서) 『애도 예찬』(전숙희문학상) 『타자의 정치학과 문학』 『트라우마와 문학, 그 침묵의 소리들』(생명의신비상, 세종도서 문학나눔도서)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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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청년 시절 009
옮긴이의 말 269
J. M. 쿳시 연보 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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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젊은 예술가의 내면을 휘젓는 모든 감정과 딜레마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존 쿳시 자전소설 3부작
“쿳시가 스스로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작가가 되기 위해, 과거와 가족의 오점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는지 보여준다.” _가디언
우리 시대 가장 솔직하고 잔인한 젊은 예술가의 초상
진실은 인위적인 충만함에 있는 게 아니라 현실적인 결핍과 부족과 억압에 있는 것인지 모른다. 그가 모든 것이 껍질을 벗고 알맹이와 알몸만 남은 듯한 사뮈엘 베케트의 문학에서 일말의 동질감을 느끼고 베케트에게서 심오한 영향을 받게 된 것은 어쩌면 그래서였는지 모른다. 실패와 좌절과 실의의 미학이라고나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청년 시절』에서 미래의 위대한 소설가가 절망과 고뇌 속에서 태어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만이 그런 느낌을 받는 걸까? _옮긴이의 말 중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부커상 2회 수상에 빛나는 ‘남아프리카의 대가’이자 ‘존재의 중추신경을 건드리는 작가’ J. M. 쿳시의 자전소설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쿳시 자전소설 3부작은 ‘우리 시대 가장 과묵한 작가’로 불릴 만큼 자신의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기로 유명한 쿳시가 자신의 삶과 예술가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잔인할 만큼 솔직한 서술과 절제되면서도 폭발적인 문장으로 쏟아낸 회고록이자 소설이다. 3부작 중 두번째인 『청년 시절』은 혁명의 소용돌이로 혼란에 빠진 남아프리카를 떠난 쿳시가 런던에서 진정한 예술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이십대 시절을 다뤘으며, 국내 초역이다. 예술가의 소명에 대한 동경과 젊은 예술가의 내면을 휘젓는 모든 감정과 딜레마를 그려냈다. 쿳시의 실제 ‘삶’과 소설적 ‘허구’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진실’을 향해 치밀하면서도 거침없이 나아가는 스토리텔링이 돋보인다.
“시인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 시인의 나라에 가야 한다.”
196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백인 정권이 시행한 극단적인 인종분리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가 절정에 달해 있었고, 그로 인한 인종간의 갈등과 반목이 극심해진 상황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샤프빌의 경찰서 앞에서 아파르트헤이트 반대 시위를 하던 유색인들에게 경찰이 무차별 발포를 가했고, 이를 규탄하는 전국적인 시위가 일어났다. 당시 케이프타운대학교에서 수학과 영문학을 공부하던 쿳시는 대학 교내에까지 경찰 병력이 동원되고 “수학 개별지도도 평화롭게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 개탄하며, 자신의 오랜 꿈이자 소명을 실현할 때가 되었음을 깨닫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게 혐오스러워진다. 법 자체도 그렇고, 깡패 경찰, 살인자들은 요란스럽게 두둔하면서 죽은 사람들은 비난하는 정부, 너무 두려워서 머리에 눈이 달린 사람이라면 누구나 볼 수 있는 것도 나서서 말하지 못하는 언론도 그렇다. _본문 중에서
대학에 다니는 동안 그는 포드 매독스 포드, 헨리 제임스, 에즈라 파운드, T. S. 엘리엇을 흠모했고 언젠가 시인이 되겠다는 꿈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시인으로서의 미래를 그려보기에 남아프리카는 너무나 좁고 편협했으며 예술적 이상보다는 정치적 투쟁이 우선과제인 곳이었다. 그래서 그는 런던으로 떠났다. 시인의 나라 런던에서라면 위대한 시의 영감을 받아 시인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혹은 그 영감을 가져다줄 뮤즈를 만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면서.
“그가 생각하기에 자신을 아낌없이 내줄
가치가 있는 것은 사랑과 예술뿐이다.”
런던에서의 생활은 그의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당장의 생계를 위해, 추방당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남아프리카에서 그의 안녕과 성공을 애타게 바라고 있을 어머니를 위해, 그는 IBM에 입사해 프로그래머로 일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모든 것이 효율성에 따라 움직이는 IBM 생활에 환멸을 느꼈고 또 그런 생활이 자신의 영혼을 갉아먹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삶이 그를 위해 비축해놓은 모든 걸 견딜 준비를 해야 한다. 설령 그것이 망명과 천한 노동과 비방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만약 그가 예술의 지고한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고, 축복받은 재능을 타고나지 못했다는 사실이 마침내 드러나면 그것까지 견딜 준비를 해야 한다. 현재와 미래의 모든 고통에도 불구하고 역사의 준엄한 심판, 이류라는 운명을 견딜 준비를 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부름을 받지만 선택받는 건 극소수다. 사자 주변에서 앵앵거리는 모기들처럼, 일류 시인은 하나지만 이류 시인들은 구름처럼 많다. _본문 중에서
실제 삶에서 그가 잘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불행해지는 일뿐이다. 불행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는 아직도 최고다. 그가 스스로에게 끌어들여 견딜 수 있는 불행에는 한계가 없는 듯하다. 불행은 그의 천성이다. 물속의 물고기처럼 그는 불행 속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_본문 중에서
그는 시를 위해 자신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시는, 예술은, 영감은 그를 전혀 원하지 않는 듯했다. 틀에 박힌 일과, 무료한 나날이 이어졌고, 그는 외로이 예술 영화를 보러 다니거나 서점을 찾으며 영혼의 허기를 달랬다. 그는 자신에게 예술가의 소명이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었고, 위대한 시인이 되기는커녕 자신을 기다리는 것이라곤 모욕과 조롱뿐인 건 아닐까 걱정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 모든 고통과 고뇌가 진정한 예술가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을, 남아프리카의 혼란을 견뎌냈듯 이 또한 견디고 버텨야 할 통과의례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남아프리카는 그의 안에 있는 상처다.
얼마나 더 있어야 그 상처에서 피가 흐르지 않을까?”
독재와 폭력으로 얼룩진 남아프리카에 염증을 느끼고 조국도, 가족도 버린 채 런던으로 떠나온 그였지만, 남아프리카는 계속 그의 마음속에 상처로 남아 있었다. 그 상처는 시간이 흘러도 완전히 아물지 않았다. 그는 런던에서도 계속해서 남아프리카의 뉴스를 들을 수 있었고, 런던 사람들은 그에게 남아프리카의 상황에 대한 질문을 던졌으며, 어딜 가도 그에게 붙은 ‘이방인’ 딱지는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는 일주일에 한 번씩 그에게 편지를 보내 남아프리카와 가족들의 근황을 알렸고, 어머니의 편지는 그가 남아프리카를 철저히 외면할 수 없게 만들었다.
내무성에서는 누가 당신을 핍박하느냐고 물을 것이다. 무엇으로부터 달아나려 하느냐고 물을 것이다. 그는 지루함으로부터, 속물주의로부터, 도덕적 삶의 퇴폐로부터, 수치심으로부터 달아난다고 답변할 것이다. _본문 중에서
애국심, 이것이 그를 괴롭히기 시작하는 걸까? 결국 그도 나라 없이는 살 수 없는 걸까? 추하고 새로운 남아프리카의 먼지를 발에서 털어내고 나니, 여전히 에덴이 가능하던 옛날의 남아프리카가 그리운 걸까? _본문 중에서
남아프리카는 그에게 지워버리고 싶은 오점이었지만 그는 결코 그것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남아프리카에서와 마찬가지로 런던에서도 그의 피부색은 그가 완전히 배제당하지 않고 외면받지 않도록 하는 보호막이 되어주었지만 그는 이 사실 역시 괴로웠다. 남아프리카의 백인들이 저지른 악행, 독재와 식민주의와 인종차별의 역사가 자신의 새하얀 피부에 새겨진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도서관에서 조국에 관한 책을 찾아보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란다. 그는 자신의 조국에 대해 분노와 애정을 동시에 품고 있었고, 언제나 남아프리카를 벗어나고 싶어하면서도 작품 곳곳에 남아프리카를 심어두었다. 조국에 대한 이런 복잡한 감정은 그의 작품세계를 이루는 근간이 된다.
실제 ‘현실’과 소설적 ‘허구’ 사이의 ‘진실’에 대하여
『청년 시절』에 나오는 존의 삶과 작가의 실제 삶은 비슷하지만 완전히 부합하지는 않는다. 『청년 시절』에서 존은 결혼하지 않고 ‘영혼의 불꽃’을 알아봐줄 여자를 찾아, 시의 영감을 찾아 런던에서 방황하다가 또다른 ‘시인의 나라’ 미국으로 떠난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실제 쿳시는 런던 IBM 지사에서 근무하다가 다시 케이프타운으로 돌아가 결혼을 한 뒤 다시 아내와 함께 런던으로 떠났다. 그리고 다시 프로그래머로 일하다가 1965년 박사과정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로맨스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 비극도 마찬가지다. 어떤 것에든 준비되어 있다. 그로 인해 소진되어 다시 만들어진다면, 그럴 준비도 되어 있다. 결국 그것이 그가 런던에 있는 이유다. 옛 자아를 제거하고 새롭고 진실하고 정열적인 자아를 갖기 위해서 말이다. _본문 중에서
『청년 시절』에는 작가의 실제 삶과 소설적 허구가 뒤섞여 있다. 자신의 사생활을 드러내지 않기로 거의 ‘전설적인’ 쿳시가 있는 그대로의 삶을 드러냈을 리가 없다. 이 작품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작품 속 내용이 ‘작가의 실제 삶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존이 처한 ‘심리적 현실’이다. 그 심리적 현실이란 젊은 예술가의 내면을 휘젓는 모든 감정과 딜레마이자 정치적 폭력에 무자비하게 노출된 개인의 고뇌이다. 쿳시는 ‘진실’을 위해 자신의 과거를 드러내는 것도, 또한 거기에 허구적 요소를 가미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소설적 ‘허구’ 때문에 ‘사실’을 왜곡시킬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진실’만을 추구했다. 이를 통해 쿳시는 과거의 오점을 벗어던지고, 혹은 승화함으로써 진정한 작가로 자신을 재창조해나가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그야말로 ‘진실’하게 그려낼 수 있었다.
책 속에서
시인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 시인의 나라에 가야 한다. _본문 5쪽
사랑이 찾아온다면 그를 치료해줄지도 모른다. 그는 신은 믿지 않을지 몰라도 사랑과 사랑의 힘은 믿는다. 그가 사랑하게 될 운명적인 한 사람은 이상하고 둔하기까지 한 그의 겉모습을 꿰뚫어 내면에 타고 있는 불길을 즉시 알아볼 것이다. _본문 12쪽
예술은 결핍과 열망과 고독만 먹고는 살 수 없다. 친밀감과 열정, 사랑이 있어야 한다. _본문 24쪽
흑인과 백인 사이에는 결코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있다. 양쪽 모두, 피아노를 치고 바이올린을 켜는 폴이나 그 같은 사람들이 이 땅에, 남아프리카라는 땅에 불확실하기 짝이 없는 핑계를 대며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 사실은 동정심보다 깊고, 공정한 거래보다 깊고, 호의보다도 깊은 것이다. _본문 34쪽
그는 평생 그녀의 사랑에 쌀쌀맞게 응수했다. 그녀는 그를 평생 응석받이로 키우고 싶어했다. 그리고 그는 평생 그것을 거부했다. _본문 36쪽
적어도 그녀는 무모하기 짝이 없는 바보였다. 그건 용서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얌전한 척하는 얼간이였다. _본문 54쪽
그는 자신이 비즈니스 세계에 들어와 있으며,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예의를 지킬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_본문 80쪽
그는 속으로 생각한다. 정신적인 삶. 바로 이것이 대영박물관 깊숙한 곳에 있는 나와 다른 외로운 방랑자들이 스스로를 바쳐야 하는 삶일까? 언젠가 우리를 위한 보상이 있을까? 우리의 외로움은 걷힐까? 아니면 정신적인 삶 자체가 그것에 대한 보상일까? _본문 94쪽
그는 중년 같다. 일찍 중년이 되어버린 것 같다. 아주 살짝 닿기만 해도 각질이 벗겨지는, 창백하고 지친 대머리 학자 같은 느낌이다. 더 심한 것은 그가 아직도 세상 속 자기 위치에 대해 무지하고, 두려워하고, 우유부단한 아이라는 사실이다. 살아남는다는 것이 추락하지 않으려고 꼭 붙들고 있는 것을 의미하는 이 거대하고 차가운 도시에서, 그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_본문 96쪽
“시는 감정을 풀어놓은 게 아니라 감정으로부터의 탈출이다. 시는 개성의 표현이 아니라 개성으로부터의 탈출이다. 하지만 개성과 감정을 가진 사람만이 그런 것들로부터 탈출하고 싶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안다.” _본문 103쪽
도대체 무슨 놈의 세계가 이런가? 어디로 가야 정치의 폭력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_본문 140쪽
그것이 최악이다. 그것이 그녀가 설치한 덫이다. 그가 아직 빠져나갈 길을 찾지 못한 덫이다. 그가 모든 관계를 단절한다면, 그가 전혀 편지를 쓰지 않는다면, 그녀는 가능한 한 최악을 상상할 것이다. 그 순간 그녀의 몸을 관통하고 지나갈 슬픔에 대한 생각만으로 그는 자신의 귀와 눈을 막아버리고 싶다. 그녀가 살아 있는 한, 그는 감히 죽지 못한다. 따라서 그녀가 살아 있는 한, 그의 삶은 그의 것이 아니다. 그는 그것을 함부로 할 수 없다. 그는 딱히 자신을 사랑하지 않지만, 그녀를 위해 자신을 돌봐야만 한다. _본문 162쪽
도시는 매일 그를 응징하고 꾸짖는다. 두들겨맞은 개처럼, 그는 배워가고 있다. _본문 184쪽
그는 태어날 때부터 우울하고 고통당하기로 되어 있는 그들의 자식이다. 돌에서 피를 짜내듯, 고통에서 시를 짜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있을까? _본문 188쪽
늘 자신이 게임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게임이 그들을 갖고 노는 그런 세계. _본문 240쪽
그게 문명이라는 걸까? 아무리 하찮은 사람일지라도 체면을 구기지 않도록 해주는 무언의 약속이? _본문 251쪽
경험. 이것이 그가 자신을 스스로에게 정당화하기 위해 기대고 싶은 말이다. 예술가는 가장 고귀한 것에서부터 가장 저급한 것까지 모든 걸 경험해봐야 한다. 최상의 창조적인 기쁨을 경험하는 것이 예술가의 운명인 것처럼, 그는 비참하고 추하고 굴욕적인 삶의 모든 것을 떠안을 준비를 해야 한다. _본문 260쪽
그는 시간을 죽이고 있다. 월요일이 빨리 오도록, 월요일과 함께 일이 주는 안도감이 빨리 오도록 일요일을 죽이려 하고 있다. _본문 262쪽
연인으로서, 작가로서, 실패하고 또 실패할 각오와 더불어 일종의 우둔하고 둔감한 완강함을 갖추는 것 말고 무엇이 더 필요할까? _본문 265쪽
그가 더 따뜻한 사람이라면, 삶이든 사랑이든 시든, 틀림없이 모든 게 더 쉬워질 것이다. 하지만 따뜻함은 그의 본성이 아니다. 여하튼 시는 따뜻함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랭보는 따뜻하지 않았다. 보들레르도 따뜻하지 않았다. 사실, 필요한 경우에는 뜨거웠다. 삶에서도 뜨거웠고 사랑에서도 뜨거웠다. 그러나 따뜻하지는 않았다. 그도 뜨거울 수는 있다. 그런 믿음을 버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불명확한 현재로서는, 차갑다. 차갑고 냉담하다. _본문 266쪽
이 책에 쏟아진 찬사
내면에 예술가 혹은 소설가가 될 운명의 불꽃을 태우는 청년. _인디펜던트
남자의 인생에서 자기 자신과 타인들에게 가장 혐오스러운 시기를 그렸다. 잔인할 만큼 솔직하다. _뉴욕 타임스
젊은 시절 쿳시 자신의 정체성과 시인으로서의 소명에 대한 동경, 젊은 예술가의 딜레마를 그린 작품. _퍼블리셔스 위클리
엄청난 슬픔과 후회의 책. 쿳시가 자기 자신을 재창조하기 위해, 스스로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작가가 되기 위해, 과거와 가족의 오점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는지 보여준다. _가디언
어리숙한 젊은이가 진정한 예술가가 되는 모습을 확실히 보여준다. _월스트리트 저널
우울한 아름다움과 조용한 힘을 가진 작품. _오프라 윈프리 매거진
이 비참한 회고록은 쿳시의 위대한 작품 뒤에 드리워진 그림자다. 쿳시의 예술가적 상상력이 외부가 아닌 내면세계로 향하는 전환점이 된 작품. _뉴스테이츠먼
쿳시의 정확하고 간결한 문장이 청년 시절을 휘젓는 모든 감정들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_시카고 트리뷴
젊은 예술가의 내면을 휘젓는 모든 감정과 딜레마
"쿳시가 스스로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작가가 되기 위해, 과거와 가족의 오점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는지 보여준다." _가디언
노벨문학상 수상, 부커상 2회 수상에 빛나는 "남아프리카의 대가"이자 "우리 시대 가장 과묵한 작가" J. M. 쿳시의 자전소설 3부작 중 두번째인 『청년 시절』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혁명의 소용돌이로 혼란에 빠진 남아프리카를 떠난 쿳시가 런던에서 진정한 예술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이십대 시절을 다뤘으며, 국내 초역이다. 예술가의 소명에 대한 동경과 젊은 예술가의 내면을 휘젓는 모든 감정과 딜레마를 그려냈다. 쿳시의 실제 "삶"과 소설적 "허구"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진실"을 향해 치밀하면서도 거침없이 나아가는 스토리텔링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