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안에 있을 때의 너는
무엇이었으며 어떻게 살아 내고 있었을까,
그 상상이 나를 또 행복하게 합니다.
나를 살게 하는 아이의 숨,
아이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나의 숨이 함께한
신비로운 순간들이 이 그림책에 담겨 있습니다.
_문지애 (프리랜서 아나운서, ‘애TV’ 유튜브 크리에이터)
- 아루야. 넌 어땠어?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말이야. 답답하지 않았어?
- 아니. 좋았어! 재미있는 거 많았어.
어느 날 저자의 삶에 눈부신 존재가 찾아왔다. 아이는 어느덧 반짝이는 표정으로 조잘대는 나이가 되었고 매 순간 한 권의 이야기처럼
네가 내쉬는 숨이 더 넓은 세상으로 갔으면 해.
네가 내쉬는 숨이 더 많은 존재들을 웃게 했으면 해.
‘숨’은 우리에게 주어진 기적이자 신비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세상이 된다. 아이가 내쉬는 숨방울들은 다양한 생명의 형태를 띠며 화면을 채워 나간다. 신비롭고, 아름다우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역동성을 지닌 공간. 이는 곧 노인경이 아이에게 안겨 주고자 하는 세상이자 아이가 만들어 나가길 바라는 세상이다.
그 세상은 또한 끊임없이 확장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아이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길, 더 많은 존재와 웃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수만 개의 점 하나하나에 담겼다. 그렇게 모이고 모인 숨이 거대한 고래를 이루고 마침내 드넓은 우주를 이루는 장면은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절경을 선사한다.
숨과 숨이 만나 또 다른 숨을 만들어 내는 기적
그 기적의 빛깔을 그려 낼 수 있는 작가
수많은 색을 품고 부드러이 흘러가는 <숨>은 색연필로 채색된 배경을 트레이싱페이퍼로 덮은 후 그려졌다. 화면을 유영하는 아이를 가로막을 거친 질감은 조금도 남기지 않았다. 이 세상에 찾아온 새로운 숨을 환대하는 부드러움과 따뜻함만이 화면에 가득하다. 트레이싱페이퍼 위에는, 헤엄치듯 자유로이 숨을 만끽하는 가족의 모습이 유연하게 이어지는 곡선으로 그려졌다. 숨을 시각화한 다채로운 빛깔의 점들은 분절되어 있으면서도 하나의 거대한 형상을 띤다. 덕분에 우리는 가까이서도, 멀리서도 ‘숨’을 들여다보게 된다. 함께하는 순간순간을, 그리고 함께해 온 벅찬 기억을 동시에 바라보게 하는 마법. 노인경이기에 그려 낼 수 있는 ‘기적의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