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는 세상을 바꿔보려 각 나라의 지도자를 만나러 다니면서 정치에 뛰어든다. 왕이 곧 국가였던 고대에 각국의 왕들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던 맹자. 맹자는 한 나라의 왕이 통치자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를 엿보며 그에 알맞은 정치적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더이상 나라를 올바르게 이끌 만한 지도자가 아니라는 판단이 서면 일찌감치 다른 나라의 지도자를 찾아 떠나던 맹자. 권력과 돈이 아닌 올바름을 선택하면서 아쉬울 게 없던 그였기에 그의 신선한 돌직구는 속을 뻥 뚫리게 한다. 그렇다고 매섭게 왕을 몰아세운 건 아니다. 맹자는 위로와 공감 속에서 왕의 마음을 알아주기도 하며 지도자로의 발전 가능성을 발견해낸다. 지도자들은 맹자의 비난에 기분이 상해 변명을 일삼다가도 자신을 이해해주고 칭찬해주는 말에 내심 기뻐한다. 이 책을 통해 맹자의 사상을 알고 이해하는 즐거움을 맛볼 뿐 아니라 남다른 설득의 기술을 익히는 것도 유용할 것이다.
현대판 정치에 뛰어든 맹자
21세기 한국어로 쓰인 맹자가 이렇게 쉽게 읽히다니. 맹자가 오늘날 우리에게 직접 전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맹자』를 현대적 용어와 일상적 표현으로 풀어 썼다. 또 그 당시 상황과 맥락을 알기 쉽게 설명을 더했으며, 맹자가 한 말의 의도와 속마음도 살짝 살펴볼 수 있는 재치 있는 번역을 시도했다.
맹자는 정치가 생명을 살리는 것이지 결코 생명을 죽이는 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정치로 사람을 죽이는 것 역시 살인으로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오늘날 먹고살기 힘들어진 사람들이 많아진 이유를 외부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현상인 경기 불황 탓으로 돌리며, 일자리 부족 현상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하는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있다. 맹자는 이런 상황에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의 행정을 펼친 것을 가지고 유세 떠는 지도자들에게 과연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나라의 인재와 자원을 길러내고 있는지 묻는다. 한때의 어려움으로 나라가 흔들리지 않도록 사전에 관리를 잘해온 건지 말이다.
통치자가 통치권을 얻으려면?
통치자는 정치의 기본 원칙을 따라 국민의 삶을 먼저 보장해야 한다. ‘사람을 차마 모질게 대하지 못하는 마음(不忍人之心)’으로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는 정치(仁政)’를 펴야 하는 것이다. 국민에게 일정한 소득이 보장된 생업, 즉 ‘항산(恒産)’을 제공하고 나서야 이들에게서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바른 마음을 한결같이 유지하는 것, 즉 ‘항심(恒心)’을 바라야 한다. 이런 변치 않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야 명예를 저버리면서 비리를 저지르지 않고 갑질과 아첨을 하지 않는다. 의식주 생활에 여유를 누리게 해주고 나서 학교를 세워 국민에게 윤리와 도덕을 가르치는 교육을 시행하는 게 순서다. 살기도 어려운 상황에 범죄를 저질렀다고 처벌하면 국민이 물고기마냥 법이라는 그물에 걸려들기만을 기다리는 것이라 비유한다. 또 맹자는 국민과 즐거움을 함께하는 ‘여민동락(與民同樂)’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으라고 조언한다. 혼자 음악을 들을 때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음악을 즐길 때 더 신나고, 백성을 부자로 만들어줄 때 지도자가 재물을 누리는 일을 탐욕이라 할 수 없는 법이다.
“평범한 백성들이 강한 자에게 착취당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신의 삶의 자리를 안정되고 평화롭게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이에게 백성들은 기꺼이 통치권을 내어줄 것이다.” _10쪽
나라의 뿌리인 국민의 미덕이란?
맹자야말로 관직의 자리를 얻은 것도 아니며 직언의 책임도 없었으나 왕에게 간언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데 사람들은 맹자가 간언을 더 하지 않는다며 수군거리기도 한다. 국민은 세상에 목소리를 내는 사람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기만 하며 자신은 정치에서 한발 슬쩍 빼는 자세를 취한다. 하지만 나라가 잘못 가고 있는 데에는 공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는 국민의 책임도 있다. 또 정치인들이 사람을 중심으로 한 법과 제도를 만들지 않았다고 해서 제도를 믿지 않고 법을 위반하면서 안일하게 살아가서는 안 된다. 지도자의 일을 도울 때는 정의를 기준으로 삼으며, 무조건적인 순종이 아니라 맞서는 것이 아랫사람의 미덕인 것이다.
“지도자에게 행하기 어려운 일을 요구하는 것이 진정 지도자를 공경하는 것이라고. 지도자에게 선한 방향의 직언을 해서 사악함을 버리게 하는 것이 진정 받드는 것이라고. 우리 지도자는 글렀다고 해버리고 마는 것은 지도자를 해치는 것이라고.” _194쪽
삶 말고 올바름을 선택하겠다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는 맹자는 인간의 선함을 믿는다. 그래서 맹렬한 전쟁의 시대였던 전국시대에도 결코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거나 냉소를 짓지 않는다. 전쟁통에서도 백성들이 평안하게 살아갈 날이 올 거라 믿는 그의 희망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맹자는 인간이 ‘사람에 대한 사랑과 그 사랑의 현실적 실천’, 즉 인(仁)과 의(義)를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인간 안에는 타인에게 공감할 수 있는 측은(惻隱)의 마음, 옳지 않은 행동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수오(羞惡)의 마음, 자기에게 합당한 것이 아니면 거절할 줄 아는 사양(辭讓)의 마음,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아는 시비(是非)의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간의 가능성을 가꾸고 성장시켜 매순간 ‘옳음’을 선택하는 횟수를 늘려간다면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