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빈민가에서
블루보틀의 파트너가 되기까지
테러와 드론의 나라, 예멘?
모카 커피가 시작된 곳, 예멘!
전 세계에는 예멘의 명품 커피를
커피 노동자들에게는 정당한 보수를
★ 2018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
★ 2018 아마존 베스트셀러 ★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커피 한 잔에 대한 이야기.” _워싱턴 포스트
2016년 6월 9일, 모카항 커피회사의 커피가 미국 전역의 블루보틀 매장에서 처음으로 판매되었다. 블루보틀에서 팔았던 커피 중 가장 비쌌다. 목타르 어머니의 레시피에 따라 만든 카르다몸 쿠키까지 곁들여 시키면 한 잔에 16달러였다. _본문 417쪽
2017년 2월, <커피 리뷰>에서는 모카항 커피회사의 하이마 농장산 커피에 97점을 주었다. 이십일 년 <커피 리뷰> 역사상 가장 높은 점수였다_본문 418쪽
샌프란시스코 빈민가의 예멘 이민자 청년이 ‘세계 3대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 블루보틀의 파트너가 되기까지의 모험담을 베스트셀러 작가 데이브 에거스가 소설처럼 흡입력 있게 그려낸 책 『전쟁 말고 커피』가 출간되었다. 예멘 커피의 잃어버렸던 명예와 진가를 되살려낸 청춘의 성공담과 함께 커피의 역사, 커피 산업의 이면 등 흥미진진한 읽을거리가 영화처럼 펼쳐진다.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빈민가 뒷골목을 누비며 성장해온 목타르 알칸샬리는 어느 날 우연히 예멘이 ‘원조’ 커피 수출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목타르는 예멘산 커피 수입상이 되어 예멘에도 ‘테러와 드론’만 있는 게 아님을 알리고, 예멘의 커피 농부들에게도 정당한 이윤을 돌려주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는다. 그러나 예멘 커피는 들쑥날쑥한 품질과 불안정한 정치상황으로 커피 세계에서 존재감을 잃은 지 오래다. 블루보틀에서 커피의 맛과 향에 대해, 미국 최고 커피 전문가에게 ‘커피의 세번째 물결’에 대해 배운 목타르는 그냥 ‘예멘 커피’를 파는 게 아니라 ‘예멘의 명품 커피’를 팔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내전이 한창인 예멘으로 떠난다.
모카는 커피다?
모카는 항구다!
커피가 시작된 곳, 예멘
커피에는 로부스타와 아라비카라는 두 가지 품종이 있다. 그중 맛이 훨씬 뛰어난 것으로 간주되는 품종은 아라비카이며 이 커피가 아라비카라고 불리는 이유는 바로 원산지가 아라비아, 구체적으로는 로마 사람들이 ‘아라비아 펠릭스’, 즉 ‘행복한 아라비아’라고 부르던 곳이기 때문이었다. 그곳이 바로 예멘이었다. _본문 97쪽
최초로 커피를 재배하고,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형태로 우려내고, 또 수출한 곳이 바로 예멘이다. 2대 커피 품종 중 하나인 ‘아라비카’나, 커피 음료나 디저트 이름에 자주 붙는 ‘모카’라는 표현의 기원 또한 예멘이다. ‘아라비카’는 옛날 예멘 땅을 칭하던 표현인 ‘아라비아 펠릭스’에서, ‘모카’란 예멘 커피가 가공되고 수출되던 항구도시인 모카에서 유래했다. 특유의 초콜릿향이 일품인 예멘 모카커피 때문에 초콜릿이 가미된 커피를 ‘모카’라 부르게 되었다. 예멘의 모카항을 통해 수출된 커피를 맛본 서구 열강들이 앞다퉈 커피콩을 훔쳐다 자신들의 식민지에 심었고, 이로 인해 커피가 전 세계에 퍼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예멘은 잦은 내전과 불안정한 외교 상황으로 커피 종주국의 위상을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700억 규모의 커피 시장에서 예멘 커피의 존재감은 미미해져 있었다.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도 이제는 예멘산 커피의 존재를 모르는 이들이 많았다. 전 세계적으로 ´불황을 모른다´고 알려진 커피산업에서 예멘은 제외였다. 그러던 예멘 커피가 어느새 서서히 그 명성을 되찾기 시작한 것이다. 예멘 커피는 ´모카´라는 이름을 되찾았다. 예멘 모카커피는 세계 3대 커피 중 하나라는 명성에 걸맞는 품질을 되찾는 동시에, 블루보틀 역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커피가 되었다.
4달러짜리 커피 한 잔에 담긴
커피 산업의 이면
만일 직접무역을 통해 농부가 500그램당 1달러를 더 받게 되면, 이 거래는 농부의 삶은 물론 수확꾼들과 직원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놓는다. 만일 그 농부가 공시가격의 사십 배를 받는다면,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넘기던 작업은 전문직이 된다. 그러면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존엄성과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_본문 140쪽
커피는, 어떤 커피가 되었든 농장에서 커피잔에 이르기까지 사람 손을 무수히 여러 번 거치게 된다. 누군가는 커피를 심고 돌보고 비료를 주었을 테고, 누군가는 줄지어 늘어선 커피나무에서 적절히 익은 열매만을 골라 수확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커피 열매의 껍질 여러 겹을 정성들여 제거한 뒤에 커피콩만을 골라 건조했을 것이다. 그렇게 건조된 커피콩 중에서 결함이 있는 콩을 골라내는 누군가도 있을 것이고, 커피콩을 자루에 옮겨 담고 트럭에 운반하는 누군가도 있을 것이다. 온 정성을 쏟아 커피를 로스팅하고 내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나온 커피 한 잔의 가격이 2달러나 3달러, 혹은 4달러.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커피 산업에 종사하고, 한 잔의 커피 속에 녹아든 원두 하나하나에 쏟았을 정성과 노력을 생각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이다. 그 말은 그 커피 한 잔이 나오기까지 관여된 누군가가 충분한 임금을 받지 못하며 수탈당하고 착취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였다.
커피, 세번의 물결
2달러짜리 커피에 익숙해져 있는 고객은 직접무역 에티오피아 커피에 5달러를 낸다는 생각에 깜짝 놀랄 것이다. 하지만 고객이 5달러가 그 커피에 마땅히 지불해야 할 실제 가격—그 한 잔의 커피를 만드는 데 관여한 모든 사람들이 인간적 대우를 받고 존엄성을 가진 삶을 살 기회를 갖도록 보장해주는 올바른 가격—이라는 걸 안다면, 그 고객은 주저할 것인가,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_본문 141쪽
1900년대 초, 커피 산업은 첫번째 물결을 맞게 된다. 진공포장 기술과 인스턴트커피 제조 공법의 발달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졌고, 커피는 ‘카페인을 전달해주는’ 상품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다. 첫번째 물결 커피는 값이 저렴했으나 어쩔 수 없이 설탕, 우유, 수많은 첨가물을 넣어야 할 만큼 맛이 형편없었다. 그래서 두번째 물결이 일어났다. 두번째 물결 커피는 커피의 산지와 고유의 풍미를 살리는 로스팅법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스타벅스 같은 기업들이 두번째 물결 로스터에 속했다. 그들은 커피의 원산지를 강조하며 그곳 농부들에게 더 많은 급료를 주기 위해 애썼다. 또한 카페를 일종의 사회적 공간으로, 커피를 문화적 현상으로 인식하게 했다.
세번째 물결 로스터는 대기업 체인점이 아니라 독립적인 가게 형태를 띈다. 이들은 커피의 원산지를 국가나 지역뿐 아니라 생산 농장에 따라, 농부 이름에 따라 강조한다. 또한 그 커피가 자라는 데 영향을 미친 햇빛, 토양, 고도, 그늘을 강조한다. 이들 로스터는 커피를 주로 공정무역 혹은 직접무역 방식으로 사와서 가게에서 직접 로스팅하고 곧바로 내렸다. 고객들은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단 하나밖에 없는 특별함을 누릴 수 있었다. 블루보틀이 바로 세번째 물결에 속한 로스터였다.
블루보틀에서도 인정한 최고의 커피
『전쟁 말고 커피』의 주인공이자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 모카항 커피회사의 대표 목타르 알칸샬리는 첫번째 혹은 두번째 물결에 머물러 있던 예멘의 커피 농부들을 세번째 물결로 이끌었다. 이들에게 커피 재배와 수확에 대한 지식과 노하우를 전파하고, 그렇게 탄생한 ‘명품 커피’에 걸맞는 값을 지불함으로써 가난에 허덕이는 커피 농부들에게 자긍심과 존엄성을 심어주었다.
목타르의 예멘 모카커피는 <커피 리뷰> 역사상 최고 점수를 받았고 블루보틀 창업자 제임스 프리먼으로부터 “천사가 노래하는 듯한 맛”이라는 평을, 블루보틀 바이어 찰리 해비거로부터 “이 한 잔에 담긴 이야기와 같은 맛”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커피는 뛰어난 풍미의 명품 커피이자, 예멘과 세계의 다른 국가들 사이의 장벽을 허무는 촉매제로, 예멘의 문화는 물론 커피의 역사와 문화를 온전히 담아낸 문화상품으로 기능하고 있다.
해외 언론 서평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커피 한 잔에 대한 이야기. 워싱턴 포스트
진한 커피 한 잔처럼 꾸밈없으면서도 마음을 사로잡는다. USA 투데이
500여 년 전 세계 최초로 커피 재배를 시작한 예멘, 그러나 한동안 세계 최악의 커피로 알려져온 예멘 커피, 예멘 커피의 옛 위상을 되찾기 위한 여정. 그리고 커피를 생산하는 국가와 소비하는 국가, 샌프란시스코의 젠트리피케이션에 관한 이야기. 뉴욕 타임스
커피 애호가와 비애호가 사이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커피의 산지는 물론 커피의 역사를 강조함으로써 커피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바꿔버린다. 바리스타 매거진
예멘 커피의 역사와 용기와 열정에 대한 살아 숨쉬는 이야기.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책 속에서
그는 재빨리 블루보틀로 들어가더니 안에서 일하는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고 내게 에티오피아산 커피 한 잔을 가져다준다. 그러고는, 커피는 식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셔야 한다고 고집이다. 커피란 너무 뜨거울 때 즐기는 음료가 아니란다. 너무 뜨거우면 열기 때문에 미뢰가 움츠러들어 맛이 가려진다는 얘기다. _본문 12쪽
목타르는 밤낮없이 대놓고 이루어지는 마약 거래에 익숙해졌다. 냄새—사람의 똥과 오줌, 대마초—에도 익숙해졌다. 성인 남녀와 아기들의 울부짖는 소리에도. 주삿바늘과 토사물을 밟는 데에도 익숙해졌다. 나이든 남자와 젊은 남자가 골목길에서 섹스를 하는 데에도. 마약을 하는 어떤 육십대 여자에게도.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노숙자 가족에게도. 지나다니는 자동차들 한가운데에 서 있는 늙은 마약 중독자에게도._본문 39쪽
주류 판매점만 서른한 곳 있을 뿐 아이들이 놀 만한 안전한 장소는 별로 없는 동네였지만 아이들 수천 명이 그 절망적인 블록들에 살며 빠르게 자랐다. _본문 41쪽
“돈은 덧없다는 뜻이야. 돈은 이 사람 저 사람에게로 옮겨다니는 거란다.” 할아버지가 말했다. “돈은 도구야. 절대 돈이 네 마음이나 영혼에 들어가게 놔두지 말거라.”_본문 56쪽
샌프란시스코에서 카페라니? 임대료는 높고 수익은 낮다. 고객들도 골칫덩이가 될 것이다. 얼굴에 억센 털이 가득한 남자가 테이블 하나에 여섯 시간씩 노트북을 끼고 앉아 이윤이 글쎄, 20센트쯤 되는 커피 한 잔을 들이켠다? 될 리가 없었다. _본문 117쪽
커피는 불황도 견디는 상품이었다. 휘발유를 제외하면 커피는 모든 상품 중 가장 불황을 덜 타는 상품일지 몰랐다. 기계를 위한 연료, 사람을 위한 연료. 본문 118쪽
커피는, 어떤 커피가 됐든 농장에서 커피잔에 이르기까지 사람 손을 최소 스무 번은 거쳤을 것이다. 그런데도 커피 한 잔의 가격은 겨우 2달러나 3달러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여했는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잔 속에 녹아든 원두 하나하나에 관심과 전문성을 아낌없이 쏟았는지 생각하면 4달러짜리 커피라도 기적이었다. 사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전문성이 들어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커피값이 4달러라도 제조 과정에서 누군가—혹은 많은 사람, 수백 명의 사람들—가 수탈당하고, 충분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착취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_본문 134쪽
에티오피아의 농부 중 이십 년 동안 500그램에 1달러 하는 공시가격에 종속된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그래서 그가 피고용인들과 함께 가난의 멍에를 쓰고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만일 예외적 품질의 커피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면, 그 농부는 지역 수준 혹은 세계 수준의 경쟁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이때 커피가 높은 등급을 받는다면 농부도 시카고의 인텔리전시아 커피 & 티 혹은 포틀랜드의 스텀프타운 커피 로스터 같은 세번째 물결 로스터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 그다음에는 뭔가 특별한 일이, 직접무역이 가능해질 수도 있었다. _본문 139쪽
그는 그날 짓밟힌 듯한 기분으로, 하지만 한편으로는 꿈이 주는 부담감에서 자유로워진 기분으로 사나를 헤매고 다녔다. 그에게는 꿈이 있었으며 꿈이란 무거운 존재, 지속적인 돌봄과 가지치기를 필요로 하는 존재였다. 꿈이 사라진 지금, 목타르는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처럼 거리를 걸어다녔다.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아무것도 안 할 수도 있었다. _본문 195쪽
이제는 700억 달러 규모의 커피 시장이 생겼고 모두가 커피로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예멘인들, 애초에 이 사업을 시작한 예멘인들을 제외한 모두가. _본문 214쪽
잘 살아온 걸까? 목타르는 생각했다. 확신이 서지 않았다. 불완전한 삶이었다. 이 모든 커피사업을 더 일찍 시작했어야 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일 년만 일찍 시작했더라면 폭탄이 비처럼 쏟아지기 전에 최소한 무언가를 해내고, 무언가를 완수했을 것이다. 이제 그는 모스크에서 죽게 생겼다. 어쩌면 가족은 목타르가 죽은 곳이 모스크라는 점에 약간 위안을 얻을지도 몰랐다. 폭탄이 또하나 떨어졌다. 이번에는 더 가까웠다. _본문 29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