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30여 권의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고양이 뱅스가 사라진 날』은 1967년 칼데콧 메달을 받았으며 『이른 아침의 모든 것』『톰 티트 토트』는 칼데콧 아너북에 선정되었습니다. 『고양이 뱅스가 사라진 날』은 공상에 빠져 지내는 어부의 어린 딸 이야기로, 선묘와 담채 기법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그 밖의 작품에서도 목판 기술, 실크스크린 날염법, 잉크 튀기기와 같은 뛰어난 미술 기법을 엿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으로는 『호주머니 속의 귀뚜라미』가 있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늦은 밤 잠자리에 누워 공상에 빠집니다. 공상은 실제로는 있을 수 없거나 일어나기 어려운 일을 머릿속으로 자유롭게 생각하는 일인데, 이런 현상은 현실에서 채워지지 않은 욕망에서 생기는 것입니다. 가끔 지나치게 공상에 빠져 살거나, 공상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을 두고 우리는 ‘공상가’라는 말을 쓰기도 합니다.
이 책의 주인공 샘 역시 공상가의 기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샘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들을 시도 때도 없이 상상하는 아이입니다. 샘의 세계에서는 돌아가신 엄마가 인어로, 현관문 앞에 있는 너덜너덜한 깔개는 용이 끄는 이륜마차로, 작은 황무지쥐는 아기캥거루로, 고양이 뱅스는 언제든 자유자재로 말할 수 있는 고양이로 변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샘은 엉뚱한 말을 꾸며 내어 친구 토마스를 항구에서 멀리 떨어진 푸른 바위로 보냅니다. 또다시 공상에 빠진 샘을 뒤로 하고 고양이 뱅스도 유유히 사라집니다. 그런데 갑자기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토마스와 뱅스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 날 밤, 샘은 눈물을 흘리며 사실과 공상 사이에 선을 긋게 됩니다.
샘은 분명 우리와 다른 세계를 꿈꾸는 아이입니다. 그 모습이 때론 나쁜 아이로, 때론 상식을 벗어난 아이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샘을 미워할 수만은 없습니다. 어쩌면 샘의 모습은,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우리 모두의 또다른 모습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사실과 공상의 경계에 대해
사실과 공상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어떤 선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어린이들이 이를 깨닫고 사실과 공상 사이에 선을 긋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샘 역시 아빠의 충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헛된 공상에 휩싸여 허튼 소리를 내뱉습니다. 결국 친구를 위험에 빠뜨린 뒤에야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사실과 공상, 좋은 공상과 나쁜 공상을 구별하게 되지요.
『고양이 뱅스가 사라진 날』은 수많은 아동문학상 가운데 최고의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칼데콧상 수상작(1967년)입니다. 이 작품은 라인(선묘)과 워시(담채) 기법으로 그려졌습니다. 두 가지 색으로만 표현했지만, 색의 농도가 다양하게 쓰여 여러 종류의 색을 쓴 것보다도 더 풍부한 색감이 느껴집니다. 또한 활동적이면서도 섬세한 선으로 인물의 감정까지 정확히 표현해 내고 있습니다. 공상이라는 다소 어려운 소재를 어린아이의 시선에 맞춰 심도 있게 써냈다는 점에서도 작가의 뛰어난 역량이 느껴집니다.
『고양이 뱅스가 사라진 날』은 어린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만한, 매혹적인 그림책입니다. 이 책을 만나는 동안에는 누구든 샘과 함께 용이 끄는 이륜마차에 앉아 고양이 뱅스와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입니다. 깜깜한 밤이 아닐지라도, 지그시 눈을 감고 공상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 보세요. 좋은 공상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 줄 테니까요.
“대단히 독창적이지만 현실에 잘 맞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참으로 뛰어난 작품이다.”_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옮긴이 엄혜숙
어린이책 편집자 생활을 거쳐 현재는 프리랜서로 어린이책 기획, 번역, 집필, 강의 등을 하고 있습니다. 『개구리와 두꺼비는 친구』『느끼는 대로』 『꼬마 생쥐의 새 집 찾기』『돼지가 주렁주렁』『큰고니의 하늘』『인도의 딸』 을 비롯한 많은 책을 우리말로 옮겼고, 『혼자 집을 보았어요』『비밀이야 비밀!』『구렁덩덩 새 선비』 등의 그림책에 글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