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Max Monnehay! -잉크 대신 전갈의 독으로 글을 쓰는 작가
눈여겨볼 프랑스 신예 작가가 또 한 명 탄생했다! 2006년 ‘프르미에 로망Premier Roman’ 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막스 몬네. 그녀의 따끈따끈한 데뷔작인 『코르푸스 크리스틴』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1981년 생, 12살 때 처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였고 데뷔했을 때 나이가 25살에 불과했던 젊은 프랑스 작가 막스 몬네는 도발적인 외모와 함께 엽기적인 이야기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프랑스 내에서 아멜리 노통브와 클레르 카스티용의 뒤를 이은 또다른 여전사(女戰士)라는 평가를 얻고 있는 막스 몬네는 처음에 ‘수평으로 누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떤 남자’에 대한 착상을 시작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랑과 증오, 동경과 혐오의 차이는 없다’ 라는 독특한 주제로 쓰여진 막스 몬네의 이 이야기는 십여 페이지가 지나도록 호흡을 멈출 수 없는 힘을 지니고 있으며, 또한 직설적이다 못해 독설적이기까지 한 그녀의 문체는 잔인한 유머와 시니컬한 풍자가 동시에 뒤섞여 강한 향을 풍긴다.
우리들의 ‘유쾌한’ SM적 일상 -작품의 줄거리
만남의 발단은 동네에서 하던 조깅이었다. 멋진 몸매를 자랑하며 짧은 핫팬츠를 입고 동네를 뛰는 크리스틴을 알게 된 주인공은 끈질기게 그녀를 따라다니고, 결국 처음 대화를 나눈 날 함께 밤을 보내게 된다. 그 후 결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남자와 크리스틴은 부부로서 서로를 사랑하며 몇 년을 살게 된다. 남자가 사고를 당하는 날 아침까지는 말이다.
남자의 직업은 시청에 소속된 지붕 점검사. 건물의 지붕 상태를 점검하여 혹시라도 누가 올라갔다가 떨어질 위험이 있는지를 살피는 일이다. 어느 날, 평소와 다름없이 크리스틴과 새벽녘에 진한 사랑을 나누고 출근한 남자는 재수 없게도 점검하던 여고 체육관 지붕에서 떨어져 반신불수의 장애인이 되고 만다.
이런 억울한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사고 이후 남자는 집 안에 갇힌 채 아무 데도 나가지 못하게 되지만, 크리스틴은 그를 전혀 돌봐주지 않는다. 먹을 것도 알아서 먹어야 하고 방 청소도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하지만 하체를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수평의 상태로만 버티고 있는 남자에게는 모든 것이 힘겹기만 하다. 사고 이후 갑자기 변해버린 그녀의 태도에 남자는 배신감과 함께 이 지옥의 문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차츰 깨닫고 절망한다.
크리스틴은 심지어 남편이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하도록 냉장고나 찬장에 자물쇠를 달기도 한다. 결국 일차적인 생존 문제에 직면한 남자는 인간 이하의 삶을 감수하고 하루하루를 연명해나간다. 주위에는 도저히 치우지 못한 똥오줌이 악취를 풍기는 것은 기본, 겨우 씻기 위해 비데 물에 머리를 감다 크리스틴에게 들키는 것은 물론이요, 한 덩이의 야채나 썩기 일보 직전의 음식 찌꺼기를 간신히 손에 넣느라 온 몸에 멍이 들기도 한다. 그러다 나중에 크리스틴이 자신에게 일정량의 음식을 주자, 먹을 것을 얻기 위해 인간적인 사투를 벌이는 것조차 금지된, 그야말로 ‘사육’당하는 자신의 모습에 더욱 자괴감에 빠져든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그들의 아파트 내에서 조용히 진행되기 때문에, 외부인은 어느 누구도 그가 이런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이웃이라고는 아무리 소리를 쳐도 못 알아듣는 귀 먹은 노친네밖엔 없는 것이다! 부모님과 연락을 취할 방법도 없다. 게다가 크리스틴이 시부모님에게 어떤 악랄한 짓을 꾸미는지도 알 수 없다. 결국 남자는 여자가 가져다 준 ‘불길한’ 만찬을 먹다, 그토록 사랑하던 어머니의 것으로 추정되는 분홍색 매니큐어 칠을 한, 예리하게 잘린 엄지발가락까지 고깃국 속에서 발견하게 된다.
서로를 갉아 먹고 병들게 하는 생활의 끝은 어디일까? 남편은 결국 괴로움에 스스로 이빨로 혀를 끊는 자해까지 하게 되고, 결국엔 아내와 당당히 대결해서 집 밖으로 나갈 계획을 세우게 된다. 하지만 아내는 알쏭달쏭한 태도만 보인다. 아니, 흉기가 될 수 있는 유리 조각 같은 것을 이대로 놔두는 저의가 뭐야? 기회를 엿본 남자는 방 문을 열고 힘껏 몸을 던져 아내의 허벅지 깊숙이 칼을 찌르고, 결국 아내는 허벅지가 감염돼 썩고 눈까지 멀어간다. 남자 역시 혀가 잘려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황이다. 피가 흥건한 아파트 바닥에서 그렇게 여자와 남자는 상처 입은 몸을 헐떡이며 죽어간다. “당신,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해줄 때가 왔어.” 아내는 그렇게 남편에게 자신이 더이상 고통 받지 않게 죽여 달라고 부탁하고, 결국 남자는 여자가 원하는 대로 해준다. 그리고 남자 역시 그녀 옆에서 그녀와의 아름다웠던 사랑과 타인의 무관심을 생각하며 죽어간다.
당신을 ‘끔찍이’ 사랑해, 여보 -사랑과 증오의 경계
그렇게 끔찍한 생활의 연속에서도 남자는 날카로운 조소와 유쾌한 성격을 버리지 않는다. 소설 속에선 정작 아무하고도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는 그는 독자들에게 함부로 말을 걸기도 한다. 독자는 그의 일기를 들여다보는 정식 관객이며, 그는 독자들에게 자신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겠거나 훈계를 할 작정이면 책을 덮어버리라는 식의 비난도 서슴지 않는 것이다. 소설은 남자의 입장에서 현재 시점과 과거 시점을 번갈아가며 일기 형식으로 진행된다. 현재의 끔찍하고 비참한 생활은 과거의 좋았던 크리스틴과의 연애담이나 가족사와 상충되며 기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언뜻 보기에 남자는 자신을 학대하는 크리스틴을 증오하는 것 같지만, 시니컬하고 자조적인 말투 사이사이에서 엿보이는 것은 그녀에 대한 사랑이다. 과거의 크리스틴에 대한 사랑과 동경은 현재의 혐오와 증오와 중첩되어 그 감정의 차이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이다. 막스 몬네는 한 프랑스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이 소설에서 사랑과 증오는 단 하나의 유일한 감정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2006년 8월, <에벤 Evene>)
마지막에 남자가 독자들에게 내뱉는 “당신들에겐 크리스틴이 없다. 당신들은 지상 최고의 인물을 놓쳐버린 것이다”라는 말은 자신을 괴롭혔던 크리스틴이 없어져서 속이 시원하다는 것보다는 그렇게 유일하고 아름다웠던 크리스틴과 자신의 관계 같은 것을 다른 사람들은 절대로 이룰 수 없다는 우월감이 내포되어 있는 듯하다. 이것은 크리스틴에 대한 증오보다는 사랑에 가까운 감정이다. ‘무한한 후회의 연속’인 그 모든 사건 후에 남는 것은 결국 사랑일까, 아니면 증오일까.
코르푸스 크리스틴, 사랑스러운 그녀의 거대한 육체 -제목의 아이러니
이 소설의 제목 ‘코르푸스 크리스틴Corpus Christine’은 라틴어로 예수의 몸 혹은 성체(聖體)를 의미하는 ‘Corpus Christi’(코르푸스 크리스티)를 살짝 비튼 것이다. ‘예수’를 의미하는 라틴어 명사 Christus(크리스투스)의 소유격인 Christi(크리스티)와 비슷한 여성형 이름 Christine(크리스틴)을 제목이자 여주인공의 이름으로 지정함으로써 ‘성녀’라는 역설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제목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암시해 준다. 앞서 몬네는 사랑과 증오, 동경과 혐오가 하나의 감정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성스럽다’라는 감정은 사랑이나 동경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최상의 종교적 감정이다. 하지만 그 성스러운 크리스틴은 실제로 120킬로그램이 넘는 뚱뚱하고 악랄한 여성이다. 그 두 가지의 상반되는 감정이 상충되며 뿜어내는 이미지는 독자들에게 낯설지만 직설적인 방식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 감정은 ‘육체’라는 사실적이고 동물적인 이미지와 결합하여 더욱 구체적으로 느껴진다.
남자는 소설 전체에서 자신을 학대하는 크리스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몸을 보며 성적(性的)으로 흥분하는 것을 감추지도 않는다. 그녀를 증오하면서도 강렬하게 원하는 남자의 태도는 비정상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극도로 허기진 데다 몇 년간 한 번도 섹스를 하지 못한 남자가 성욕과 식욕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어 보이는 탐스러운 여체를 원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상대의 몸을 칼로 찌른 것이 바로 자신이면서, 상대의 고통에 함께 아파할 수밖에 없는 사랑. 서로를 괴롭히면서 서로를 사랑하는 연인들. 피와 살을 가진, 심장이 끊임없이 고동치는 몸을 가진 두 사람이 어떻게 상대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을 것인가. 『코르푸스 크리스틴』은 우리가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엽기적인 부부의 모습을 통해 사랑의 충격적인 한 단면을 들추어낸다.
해외 리뷰
새로운 문학 장르를 개척하기 위한 장미의 전쟁이 시작됐다. 커플, 그리고 지배자-피지배자에 대한 성찰을 위한 사실적인 동시에 잔인한 소설. _마가진 리테레르 Le Magazine Littéraire
이 책은 사실적인 삶의 단면보다는 알레고리에 가득 찬 신화와도 같다. 막스 몬네는 그 주제만큼이나 지독한 문체로 가득 찬 이 소설 속에서 불행의 여신처럼 ‘현실’을 비웃는다. _누벨 옵세르바퇴르 Nouvelle Observateur
폭력적인 동시에 섬세하고 구체적인 문체. 막스 몬네가 탐미하는 가장 중요한 문학적 주제인 욕망에 대한 이야기. _존 리테레르 Zone Littéraire
막스 몬네의 소설을 보면 스티븐 킹의 『미저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녀는 우리 현대 사회를 냉혹하고 격앙된 필치로 그리는 화가와도 같다. _마리안 Marian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