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단의 호평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젊은 시인
박성우는 독특한 구조를 지닌 시 「거미」로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젊은 시인이다. 그는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가난과 슬픔의 가족사를 진솔하게 녹여낸 시편들을 토대로 쓰라리게 아름다운 서정의 세계를 열어 보여준다는 시단의 호평을 받고 있는, 최근 가장 주목받는 신예시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미 두 권의 시집 『거미』와 『가뜬한 잠』으로 사물의 이면을 간파하고 껴안고 묘사하는 능력을 증명한 바 있다.
박성우는 시 쓰기의 외연을 확대해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서 동시로 등단하며 그 기량을 인정받았다. 느낌이 오면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동시만 쓴다는 그의 동시에는 슬픔과 웃음이 공존한다. 이번에 나온 첫 번째 동시집 『불량 꽃게』에서도 맑은 따뜻함과 슬픈 외로움이 한꺼번에 얼비친다. 그래서 곱씹어 읽을수록 그 맛이 더 진하게 퍼진다. 어린이 입말에 딱 맞는 앙증맞은 어투와 전라도 사투리가 맛깔나게 어우러져 잘 차린 밥상을 받은 기분이 들 정도다.
또 하나 박성우의 동시에서 눈여겨볼 만한 것은 그동안 어린이문학에서 금기시해왔던 어린이의 ‘성(性)’ 문제를 전격적으로 수용하여 형상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리를 시작하고 유방이 커지고 성기가 발기하는 등 유년과 성장의 통과의례에 대해 서슴지 않고 이야기한다. 이 역시 젊은 시인만의 패기와 도전 정신이 깃든 발견의 결과물인 것이다.
발견과 도전과 실험 정신이 돋보이는 동시집
비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이었어요/ 청개구리 한 마리가/ 내 방 창문에 따악 붙어 있었지요/
청개구리 올라온 걸 보니/ 비가 많이 오려나 보네,/ 하고 생각하면서/ 나는 청개구리를 떼어 내/
꽃사과나무 밑에 놓아주려 했어요/ 엄청난 비바람에 떨어지면 다치니까요/
그런데 청개구리 잡으려고/바짝 다가가서 보니/ 꽃사과나무 이파리였어요
―「청개구리」전문
동생 코 풀어 주고/ 얼굴 씻어 줬는데
이상하다
내 손이 보들보들 깨끗해졌네
―「손」전문
박성우의 동시를 두고 문학평론가 김남석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박성우의 동시를 아이들이 세상에 부딪치면서 겪는 발견의 과정으로 이해한다. 그의 동시에는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이 자리 잡고 있고, 아이들의 마음으로 이해한 삶의 속성이 담겨 있으며, 때로는 아이들이 꿈꾸는 자신들의 생의 미래도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세상을 알아가는 ‘발견의 과정’이고, 그 과정을 통해 얻게 되는 ‘발견의 기쁨’이다.”
엄마랑 텔레비전을 봤다
엄청 예쁜 여자랑 남자가/ 껴안고 뽀뽀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런데 갑자기/ 내 자지가 땅땅해졌다
엄마가 알까 봐/ 손으로 누르는데도 자꾸 땅땅해졌다
내 맘도 모르고/ 자꾸만 땅땅해져서 자지가 미웠다
―「텔레비전」전문
아이는 어느 순간 청소년의 단계로 접어들며 ‘자기 안의 자기’를 보게 된다. 바깥세상에서 발견의 기쁨을 찾던 아이는 이제 자기 몸 안에서 발견과 갈등의 과정을 겪으며, 자신의 몸도 또 하나의 세계일 수 있다는 것을 깨치게 되는 것이다.
박성우는 앞으로도 새로운 발견과 시심으로 우리 곁을 찾아올 것이다. 우리 동시문학의 ‘불량 꽃게’로서 앞으로 어떤 기막힌 발견을 보여줄지 그의 무한한 가능성을 기대하고 지켜봐도 좋을 듯싶다.
그동안 개인전 등 각종 전시에서만 만났던 화가 신철의 그림을 처음으로 책 속에서 마주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자유로움과 거침없음이 그대로 묻어나는 그의 그림에서는 원형적인 순수함이 가득 배어난다. 마치 처음부터 한 편의 시화였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 안에 숨은 뜻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