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시크하고 더 유쾌하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로렌 와이스버거가 돌아왔다!
2006년 국내에 소개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일대 사건이었다. 20∼30대 젊은 여성 독자들의 열광적인 관심 속에 출간되어 그해에만 50만 부 이상이 판매되며, 젊은 여성(chick)과 문학(literature)의 합성어인 ‘칙릿(chick-lit)’이라는 말을 국내에 상륙시킨 것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성공은 젊은 전문직 여성을 주인공으로 그들의 일과 사랑을 솔직하게 그려낸 ‘칙릿’ 붐을 일으켰고, 이 장르에 대한 새롭고 긍정적인 시각 역시 가져왔다. 일과 사랑 모두에서 성공하고 싶은 욕망과 무엇 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삶에 대한 고민을 거침없이 풀어내고 있는 이 소설들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 여성들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고, 독자들에 이에 폭발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러한 독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스타일』 『냉장고에서 연애를 꺼내다』 『쿨하게 한 걸음』 등 문학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이른바 한국형 칙릿이 속속 출간되었다.
이렇듯 한국 출판시장에 새로운 트렌드를 불러일으킨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작가 로렌 와이스버거가 2년 만에 새 작품을 들고 국내 독자를 찾는다. 미국에서 2005년에 출간되어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누구나 알 권리가 있다』가 바로 그것. 전작에서 통통 튀는 감각으로 패션계의 살아 숨쉬는 이야기를 위트 있고 발랄하게 묘사했던 작가는 이번에는 뉴욕 홍보업계에 돋보기를 들이댄다. 전 세계 트렌드를 주도하는 뉴욕 맨해튼. 그곳에서도 가장 잘나가는 홍보회사를 무대로 이 시대 젊은이들의 삶을 생생하고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평범한 그녀, 오늘 파파라치 사진의 주인공이 되다!
에어키스를 날리며 가십을 안주 삼아 샴페인을 즐기는 셀러브리티의 세계로 들어간 베트.
블랙 정장의 평범한 은행 직원에서 뉴욕 최고의 홍보회사 파티플래너로, 그녀의 눈부신 도약이 시작된다!
“어느 날 학교에 대기업 사람들이 나타나 엄청난 연봉과 보너스 그리고 면접을 위해 뉴욕으로 갈 비행기표를 제공했을 때, 난 주저하지 않았다. 대학 때 친구들은 거의 다 비슷한 직업을 택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스물두 살짜리가 맨해튼에서 월세를 내며 살 방법이 딱히 없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오 년이라는 시간이 눈 깜짝할 새에 흘렀다는 사실이다. 직업훈련 과정, 분기마다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 연말 보너스로 이루어진 블랙홀 속으로 오 년이 사라져버렸다. 내가 하루 종일 하고 있는 일을 지겨워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틈조차 없었다.” (1권 본문 p.31)
스물일곱 살의 베트 로빈슨.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뉴욕의 투자은행 CWK 호프만에 입사해 오 년 동안 회사에 자신의 청춘을 바친다. 하루에 꼬박 열다섯 시간씩 노예처럼 일해야 하는 건 물론이요, 점심시간조차 마음대로 쓸 수 없는 고달픈 시간의 연속이었다. 피곤하게 구는 고객과의 통화, 사소한 일로 갈구는 상사, 해도 해도 끝없는 일들… 다달이 나오는 월급과 연말 보너스 덕택에 베트는 그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고 지낸다. 심지어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지겨워한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 채. 로맨스 소설을 읽고 토론하는 북클럽, 자신이 기르는 강아지, 가끔 함께 수다 떨며 스트레스를 푸는 친구들 정도가 그녀 삶의 위안이라면 위안이랄까.
어느 날 그런 베트에게 친구 페넬로페가 폭탄선언을 한다. 오랫동안 사귀던 남자친구 에이버리와 약혼을 한다는 것. 베트는 비로소 자신이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을 실감한다. 친구의 약혼은 그녀에게 재앙에 버금가는 메가톤 급 충격을 가한다. 거기다 상사 때문에 울컥해 덜컥 회사를 그만두는 바람에 그녀는 하루아침에 백수 신세로 전락한다.
그런 베트에게 삼촌 윌은 새로운 일자리를 제안한다. 투자은행에 다니며 일에 찌들어 사는 베트가 내심 못마땅했던 윌은 그녀에게 뉴욕에서 제일 잘나가는 홍보회사인 ‘켈리 & 컴퍼니’를 소개시켜준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하고든 말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베트에게는 정말 딱인 그런 일이라는 것이다.
그들의 목표는 단 하나, 세상의 모든 것을 온 세상에 알리는 것!
최상의 홍보를 위한 그들의 셀러브리티 업데이트가 시작된다!
평범한 은행 직원이던 베트는 졸지에 뉴욕 최고의 홍보회사에서 파티플래너로 일하게 된다. 그녀의 임무는 자신의 고객이 주최하는 행사에 최고의 셀러브리티들을 등장시키고 언론에 노출시켜 고객의 회사와 상품을 최대한 많이 홍보하는 것이다. 브래드 피트, 안젤리나 졸리, 조니 뎁, 나탈리 포트먼, 지젤 번천, 케이트 허드슨, 커트니 콕스, 패리스 힐튼처럼 ‘몰라서는 절대 안 될 사람’에 대한 방대한 리스트를 바탕으로, 어떤 행사에 어떤 게스트를 불러오고 언론에는 어떻게 노출해야 하는지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이 바로 그들의 일이다.
“맞아요, 리스트. 한 회사의 성공을 보장할 가장 중요한 도구라고 할 수 있죠. 우리가 고객을 위해 제공할 수 있는 사람들을 빼면 우린 아무것도 아니에요. (…) 모든 사람에 대한 모든 걸 알 수 있어요. 풀네임, 집 주소, 직장 주소, 모든 전화번호, 팩스, 호출기, 이메일, 고향, 해변 별장, 해외 체류 주소, 생일, 배우자 정보, 아이들과 유모에 대한 정보까지. (…) 어떤 사람이 게이인지, 이성애자인지, 독신인지, 결혼생활에 충실한지, 바람을 피우는지, 파티나 여행을 즐기는지, 혹은 가십 칼럼에 언급되는 게 이득인지. 그 사람들의 인생에 대한 모든 걸 알고 있다면 누가 행사에 참여해야 하는지 고를 때 훨씬 수월하겠죠?” (1권 본문 p.188~189)
베트의 생활은 이제 투자은행을 다니던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다. 사람을 ‘알아야 할 가치가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분류하고, 명품 핸드백이 단지 가방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 되는 그런 세계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그러다가 베트는 우연히 지구상의 거의 모든 여자들이 열망한다는 사교계의 명사 필립 웨스턴과 만나게 된다. 필립은 영국 귀족 출신의 능력 있는 변호사로 <베니티 페어>에서 ‘밤의 아도니스’라는 명칭을 선사하기도 한 이 시대 최고의 매력남. 기네스 팰트로와 염문을 뿌리기도 했던 그가 어쩐 일인지 베트에게 관심을 보이고, 그 덕에 그녀는 하룻밤 새 가십 칼럼의 주인공이 된다. 이 남자, 어딘지 수상쩍지만 왠지 그에게 끌리는 것도 같다.
차츰 회사 일에 적응해가는 베트. 엘리 인사이더라는 칼럼니스트가 베트에 관해 노골적으로 악의적인 가십 기사를 쏟아내지만, 회사에서는 이것마저 홍보에 도움이 된다며 반기는 눈치다. 그녀에게 ‘켈리 & 컴퍼니’의 올해 가장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는 <플레이보이> 기념 파티 진행 책임이 떨어지고, 승승장구하는 베트에게 회사동료 엘리사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삶. 베트는 자신이 분명 새롭고 나아진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불현듯 예전 삶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이 뒤섞인 기묘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단짝이던 페넬로페와는 점점 거리감이 생기는 듯하고, 사람들의 오해 속에 필립과의 관계는 어정쩡하게 진행되고, 나이트클럽 ‘방갈로 8’의 경비 새미와도 이런저런 일로 얽히면서 감정에 이상기류가 형성된다. 베트는 악의적인 가십 칼럼 공세와 동료의 질투를 이겨내고 성공적으로 일을 마칠 수 있을까? 페넬로페와의 소중한 우정을 지키는 일은? 그리고 그녀가 바라는 사랑도 마침내 얻게 될까?
신랄하고 유쾌한, 우리시대 보통 여성의 매력적인 성장기!
『누구나 알 권리가 있다』가 보여주고 있는 세계는 거침없고 신랄하다. 화려한 스타와 명품, 맨해튼의 가장 핫한 바(bar)와 음식점들이 현란하게 나열되는 속에서, 작가는 이 시대 대도시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의 속내를 발칙하게 풀어낸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자신이 정말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기도 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기도 하고, 사랑과 결혼 때문에 힘겨워하기도 한다. 독자들은 『누구나 알 권리가 있다』라는 프리즘을 통해 일견 속물적이면서도 동시에 인간적인,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가치관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장해가는 주인공 ‘베트’의 모습도 함께 지켜볼 수 있다.
이 책의 원제는 『Everyone Worth Knowing』이다. ‘누구나 알 만한 가치가 있다’ 쯤으로 번역할 수 있다. 작가는 사람을 ‘알아둘 가치가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분류하는 현실적이고 세속적인 홍보회사를 배경으로, 사실은 ‘우리 모두 알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이라는 소박한 메시지를 전한다. 데뷔작의 엄청난 성공에 함몰되지 않고,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메시지를 경쾌한 템포의 유쾌한 이야기 속에 잘 담아낸 로렌 와이스버거. 대중작가로서의 그녀의 능력을 보여주는 반짝반짝 빛나는 소설이다.
로렌 와이스버거의 소설은 반짝이는 셀로판지가 쏟아지는 놀이동산에서 두 팔을 벌리고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현기증이 난다. 이번에는 뉴욕 최고의 홍보회사가 무대다. 무엇이든 ‘띄워야 하는’ 이곳의 파티플래너들은 어떻게 사람들을 유혹해야 할지 잘 알고 있다. 작가 역시 어떻게 독자를 유혹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이번에는 경비들이 지키고 있는 VIP 룸 안쪽에서 벌어지는 비밀스러운 파티 현장. 그곳을 두루 겪고 있는 입장에서 귀띔하자면 홍보 담당자는 파티 내내 하이힐을 신고 뛰어다니면서 샴페인은커녕 물 한 모금 제대로 마실 시간이 없는 사람들이다. 스타들의 변덕에 가슴 끓이고 클라이언트의 막무가내에 가슴이 무너지면서 말이다. 뜨거운 햇빛 아래서 시원한 칵테일 한잔 마시며 친구와 수다 떨며 읽고 싶은 소설! 신유진(엘르 편집장)
해가 진 뒤의 맨해튼을 둘러보는 즐거운 여행. 데일리 뉴스
뉴욕 홍보업계를 폭로하는 마라톤 드라이브. 반스 앤 노블
반짝반짝 빛나는 두번째 소설로 돌아왔다. 와이스버거에게는 타고난 재능이 있다. 와이스버거는 쿨한 맨해튼 젊은이들의 세계에 레이저 같은 초점을 맞추었다. 더 타임스
로렌 와이스버거 Lauren Weisberger
1977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태어났다. 코넬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뉴욕에서 1999년 말부터 일 년 동안 미국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의 어시스턴트로 일했다. 와이스버거는 이때의 경험에 발칙한 상상력을 버무려 2003년 첫 소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발표했다. 톡톡 튀고 위트 넘치는 이 작품은 무려 6개월 동안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2003년 가장 많이 회자된 소설 중 하나로 꼽힌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2006년 한국에서 출간되어 50만 부 이상이 판매되며 칙릿 소설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주요작품으로는 『누구나 알 권리가 있다』(2005) 『해리 윈스턴을 찾아서』(2008)가 있다. 와이스버거는 현재 뉴욕에 머무르며 글쓰기에 전념하고 있다.
옮긴이 이다혜
197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프랑스어와 영어를 전공했다. 2000년 <한겨레>에 공채로 입사, 영화주간지 <씨네21>를 거쳐 현재 장르문학전문지 <판타스틱> 기자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스물다섯까지 해야 할 스무 가지』 등이 있다.
* 2008년 7월 25일 발행
* ISBN 978-89-546-0618-9 04840(세트), 978-89-546-0619-6 04840(1권), 978-89-546-0620-2 04840(2권)
* 128*196 | 328쪽(1권), 312쪽(2권) | 각권 9,500원
* 책임편집: 이현자, 류현영(031-955-8859/8858, raintree@munha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