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 ‘장밋빛 마법’에 관한 아주 특별한 이야기!
“주목하라, 『심장의 시계장치』는 작은 보석이다.
소중한 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달콤한 사탕 같은 책!” _수아르
심장. 왼쪽 가슴께에 위치한 350그램의 작은 기관. 건강한 성인의 심장은 1분에 약 72회 뛰며, 70세에 이르렀을 때의 누적 박동수는 2억여 회에 이른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마음’을 나타내는 말은 ‘공교롭게도’ 이 기관을 지칭하는 단어와 같다. 한자의 마음 심(心), 라틴어의 코르(cor), 영어의 하트(heart). 그리고 심장은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가로무늬근 중 유일한 불수의근이라는 점에서 마음/감정, 그 중에서도 ‘사랑’의 속성과 일맥상통한다.
세상에서 가장 추운 날 심장이 꽝꽝 언 채로 태어난 소년 잭은 평생 규칙대로 움직여야 하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시계장치를 달고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짊어진다. 그에게는 ‘감정’이라는 것, 그 중에서도 가장 격렬한 감정인 ‘사랑’이 엄격하게 금지된다. 그러나 열 살 생일날 처음으로 세상에 나와 첫사랑을 만난 순간 그 엄중한 규칙의 세계는 무너진다. 사랑 때문에 목숨을 내놓아야 할 수도 있다는 공포와 맞닥뜨리지만, 소년은 기어이 소녀를 찾아 미지의 땅 안달루시아로 떠난다. 에든버러에서 런던과 파리를 거쳐 뜨거운 정열이 숨쉬는 안달루시아로 이어지는 여정에서 잭은 장밋빛 사랑학을 전수해줄 스승이자 벗인 멜리에스와 의기투합하고, 천신만고 끝에 서커스단의 명가수로 이름을 떨치는 소녀를 찾아낸다. 잭은 멜리에스의 가르침대로 소녀에게 사랑을 고백할 수 있을까? 과연 그의 사랑은 이루어질까?
『심장의 시계장치』는 마음(사랑)이란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음을 모티프로 한, 사랑에 관한 아름다운 성찰이자 한 조각 꿈같은 소설이다. 불가능한 운명을 거슬러 사랑을 향해 달려가는 돈키호테의 성장담을 통해 작가는 ‘사랑이란 위험을 무릅쓰는 것, 불가능한 것을 믿게 되는 마법의 순간’이라는 진리를 아름다운 시적 언어로 빚어냈다. 이 독특한 몽환적 세계를 그려낸 마티아스 말지외는 소설가라는 이력보다는 밴드 ‘디오니소스’의 리더로 유명한 뮤지션. 넘치는 재능의 영역을 음악에서 문학으로 확대한 그는 2003년 첫 소설을 발표한 후 프랑스 독자들이 다음 작품을 고대하는 작가로 자리 잡았다. 『심장의 시계장치』는 동명의 앨범과 함께 출간되어 소설과 음악이 하나의 내러티브로 연결되는 독특한 사례를 남기게 된 동시에 세계 11개국에 판권을 수출하는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이와 같은 성과에 고무되어 소설을 원작으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제작중이다. 2010년 개봉 예정이며, 이미 제작해놓은 영상을 유튜브에서 맛보기로 볼 수 있다(http://www.youtube.com/watch?v=W9QtJERu_2E).
“사랑에 빠지는 순간 심장은 어떻게 작동할까?
이 놀라운 감정, 열정을 자극하는 이 강렬한 호기심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곧 머릿속에 시계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연약하디 연약한 시계라는 장치.
그후 몇 날 며칠을 뜬눈으로 밤을 새웠어요. 내 심장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_마티아스 말지외
의미 압축적이고 시적이어야 하는 작사로 오랜 세월 훈련한 덕분일까, 『심장의 시계장치』는 아름답고 놀라운 상상력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 상상력은 뮤지컬, 마카로니 웨스턴, 고딕소설, 판타지 등의 장르 크로스오버를 통해 다채롭게 펼쳐진다. 그리고 그 사이 사이 밑줄 긋고 싶게 하는, 사랑에 관한 아름다운 명제들이 보석처럼 빛난다. 특별히 한국어판에서는 몽환적이고도 그로테스크한 일러스트를 실어 소설에 독특함 아름다움을 더했다. 꽃샘추위 속에서도 희미한 봄 향기가 코끝에 묻어나는 요즘, 겨우내 꽁꽁 얼어붙은 땅이 저 깊은 곳에서 조금씩 녹듯 『심장의 시계장치』로 굳어 있는 연애세포를 살그머니 깨워보면 어떨까.
첫째. 시곗바늘을 건드리지 말 것.
둘째, 화가 치밀어도 꾹 참을 것.
셋째, 절대로, 절대로 사랑에 빠지지 말 것.
사랑에 빠지면 심장시계의 긴 바늘이 몸을 뚫고 나와 시계가 고장나버릴 테니까…
“네 작은 가슴에 사랑은 너무 위험하단다…”
1874년 4월 16일, 이상 강추위에 꽁꽁 얼어붙은 에든버러의 언덕 꼭대기에서 심장이 꽝꽝 얼어붙은 사생아 잭이 태어난다. 마녀로 불리는 의사 매들린은 잭을 소생시키기 위해 심장에 뻐꾸기시계를 이식한다. 연약하디 연약한 시계장치를 단 잭에게 그날부터 일체의 감정이 금지된다. 몸이 약한 잭은 버려진 아이들을 거둬 키우는 매들린의 집에 감금되다시피 자라난다. 그러나 아이를 입양하러 오는 부부들도 심장에 시계장치를 단 이 괴상한 아이를 데리고 가려 하지 않는다. 잭의 친구들이라고는 매년 크리스마스 때마다 사생아를 출산하러 매들린의 집으로 올라오는 창녀 루나와 안나, 그리고 잭이 태어나던 날 동상으로 척추를 잃어 매들린의 집에서 악기의 척추를 이식한 전직 경찰 아서뿐이다(그리고 잭에게 꼬마 친구 하나가 있었으니 그것은 ‘커니링구스’라는 망측한 이름의 햄스터!).
열 살 생일날, 드디어 잭은 바깥세상에 나간다. 매들린의 손에 이끌려 내려간 언덕 밑 마을은 온통 신기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정신없이 거리를 누비던 꼬마 잭은 아름다운 악기 소리에 이끌린다. 소리를 따라가 이른 곳에는 작은 안경을 쓴 한 마리 새 같은 소녀 가수가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잭은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소녀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노래가 끝난 후 소녀는 발을 헛디뎌 바닥에 넘어짐과 동시에 안경이 깨져버린다. 소녀에 자태에 반한 잭은 순간 난생처음 결렬한 심장 발작을 일으킨다.
잭은 매들린의 손에 끌려 겨우 집으로 돌아오지만 소녀에 대한 사랑으로 상사병을 앓는다. 그러나 거리에서 우연히 본 소녀를 다시 만난다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만큼이나 어려운 일. 잭은 매들린의 집을 드나드는 창녀 루나를 졸라 소녀가 루나의 고향인 안달루시아 그라다나에서 왔고, 언덕 밑에 있는 학교에 다닌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그러나 극적 재회를 기대하고 간 학교에 소녀는 없다. 대신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소녀를 사랑하는 또다른 소년, 잭의 연적이 될 조. 조는 ‘미스 아카시아’는 자신의 연인이며, 두 번 다시 잭이 소녀의 이야기를 입에 올리지 못하도록 엄포를 놓는다. 설상가상으로 조와 아이들은 잭의 시계장치를 놀려대고, 틈만 나면 구타하는 등 잭을 괴롭힌다. 소녀를 다시 만난다는 꿈으로 사 년을 버티던 잭은 어느 날 조와 크게 한판 붙는다. 조가 심장시계를 모욕하자 잭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시계바늘로 잭의 한쪽 눈을 찌르고, 조는 눈에 피를 쏟으며 실신한다. 잭은 조에게 커다란 상처를 입혔다는 두려움과 죄책감에 달아나고, 그를 잡으러 매들린의 집으로 올라온 경찰을 피해 도주한다. 소년의 목적지는 소녀가 살고 있다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이다.
에든버러에서 런던으로 가는 기차간에서 잭은 그와 이름이 같은 잭, ‘잭 더 리퍼’를 만난다. 오직 죽은 여자들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는 연쇄살인마와 공포의 여행을 끝마친 잭은 런던에서 도버해협을 건너는 배를 타고 파리로 향한다. 파리에서 시계방을 찾아가 심장시계를 손보려는 잭은 문전박대 당하고, 마술사 겸 시계공이라는 멜리에스라는 자를 만나게 된다. 멜리에스는 잭의 시계장치에 매혹되고, 사랑을 찾아 안달루시아로 향하는 소년의 여행에 동행하기로 한다.
사랑에 빠진 순간, 심장 소리를 들어보았나요?
“아픔을 두려워할수록 아플 가능성은 더 높아지는 법이란다. 줄타기 광대들을 보렴. 그들이 외출 위를 걸어갈 때 떨어지면 어쩌지, 하고 생각할까? 아니야. 그들은 위험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그것을 감수함으로써 즐거움을 맛보는 거야. 어떤 일에도 상처받지 않으려고 조심하면서 평생을 보내면, 사는 것이 끔찍하게 지루할 거다. 알겠니? 내가 알기로 무모한 것보다 재미있는 건 없어! 너만 봐도 그렇지 않니? ‘무모함’이라는 말에 눈을 빛내잖아!” _멜리에스(마술사 겸 시계공)
“난 말이야, 오래전부터 사랑에 대해 연구했단다. 늘 듬뿍 사랑받진 못했지만 때로는 사랑을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어. 나는 이 분야의 뛰어난 전문가는 아니란다. 어떤 손님이 규칙적으로 오면 바로 그 손님에게 빠져버리고, 그렇게 되면 내게 돈을 줘도 받지 않거든. 매일 오는 손님은 자주 선물을 갖다주기도 하지. 하지만 결국 그들은 싫증을 내고 만단다. 내 쪽에서 달아오르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되더구나. 하지만 불가능한 것을 믿게 되는, 우스꽝스럽지만 멋진 순간은 항상 있단다.” _안나(창녀)
잭에게 사랑을 가르쳐주는 멜리에스와 창녀 안나의 이야기는 사랑의 여러 얼굴에 대해 생각게 한다. 사랑하던 여자가 있었지만 결국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에 대해 멜리에스는 말한다. “오직 그녀만을 위한 달나라 여행을 시켜주고 싶었지만, 시켜줘야 했던 건 이 지구상에서의 진짜 여행이었어. 그녀에게 청혼하고, 내 낡은 작업실이 아닌 좀더 안락한 집을 구하는 일도…… 그런데 난 그런 걸 할 줄 몰라……” 영화 특수효과의 선구자였던 멜리에스에게도 사랑은 현실의 문제였던 것이다. 그녀를 위해 온갖 아름다운 발명품을 만들어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안락한 집’과 ‘안정적 직업’이라는 것. 과연 그가 꿈과 사랑을 모두 손에 넣게 되었는지는 책 말미에 가서야 밝혀진다. 창녀 안나는 외사랑의 쓸쓸함을 이야기한다. 오는 손님을 받을 뿐 선택권이라고는 없는 삶, 상대가 싫증을 느끼면 내팽개쳐지는 사랑. 그럼에도 그녀는 이야기한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을 믿게 되는 우스꽝스럽지만 멋진 순간은 항상 있단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한번 사랑에 몸을 던진다. 우리에게 살아갈 힘을 주는 그 마법의 순간에.
몽환적이고 매혹적인 소설.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으며, 감미롭고 시적이다. _피가로
사랑의 열정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다를 권리’, 그리고 소수자에 관한 아름다운 성찰. _부아 뒤 뤽상부르
얼마나 큰 기쁨인가! 꽁꽁 얼어붙은 어둔 세상이 한 편의 사랑 이야기로 따뜻해지다니. 마법 같은 펜끝에서 프랑켄슈타인과 에드워드 가위손, 피노키오 그리고 돈키호테가 한 데 모여 독자들에게 멋진 순간을 선사한다. _아마존 프랑스 독자
일러스트 박혜림
이화여자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다. 2008년 SSE프로젝트 ‘바디 스내처’ 온라인 개인전을 열었고, 같은 해 ‘Ouip 크리스마스를 만나다’ 아트토이 커스텀 전에 참가했다. www.popson.net
옮긴이 임희근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제3대학교(소르본누벨)에서 불문학 석사,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여러 출판사에서 해외도서 기획 및 저작권 분야를 맡아 일했으며, 현재 출판 기획·번역 네트워크 ‘사이에’ 대표로 일하고 있다. 『고리오 영감』 『D에서 보내는 편지』 『에콜로지카』 『독재자와 해먹』 『잠의 제국』 『포도주 예찬』 『불행의 놀라운 치유력』 외에 많은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