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은 달라이 라마가 인도로 망명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1950년 2만 명의 중국 군대가 티베트를 무력 점령하고 9년 뒤 대규모 무장 폭동에서 무고한 티베트인들이 잔인하게 진압되면서 달라이 라마는 추종자들과 함께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 정착, 망명정부를 수립하고 독립운동을 시작했다. 티베트인들은 한순간에 나라를 잃었지만 이를 계기로 세계에 티베트 특유의 불교문화를 알리게 되었고, 현대문명에 지친 서양인들은 마음의 위로와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 이후 전 세계를 누비며 평화주의에 입각한 독립운동을 전개해온 달라이 라마는 1989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그 동안 달라이 라마는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달라이 라마의 마음공부』 『용서』 등 대부분 베스트셀러가 된 수많은 저서를 통해 ‘참된 행복에 이르는 길’을 제시하면서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 새 책 『리더스 웨이』는 ‘마음수련의 대가’ 달라이 라마의 혜안과 가르침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것은 물론, 티베트 망명정부의 수반이자 인류의 영적 지도자로서 새로운 리더십을 제시한 매우 특별한 책이다. 주요 세계경제 현안들을 철저히 파헤치는 한편 불교의 가르침을 바탕 삼아 구체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한 이 책은 “나는 불교도를 늘리는 데는 관심이 없다. 어떤 종교를 믿든, 종교가 없는 사람들까지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불교의 개념들을 소개하고자 할 뿐이다”라는 달라이 라마의 말처럼 종교의 차원을 뛰어넘어 인류의 행복을 위해 우리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리더스 웨이』는 달라이 라마와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인 마위젠베르흐가 새 시대를 이끌어갈 리더의 자질과 역할, 기업이 번영할 수 있는 정치ㆍ경제 체제에 대해 10년 동안 나눈 논의의 핵심을 모은 책이다. 달라이 라마와 마위젠베르흐는 이 책에서 국가나 기업 같은 거대 주체만 다루지 않고 자기 자신부터 경영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리더’는 조직의 정점에 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지위나 역할과 상관없이 어디에나 있으며,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훌륭한 리더의 자질을 갖추고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나라가 행복해지는 길을 모색할 때 진정한 세계 평화를 이룩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에게 훌륭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정적인 생각에 휘둘리지 않고, 마음 닦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분명한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달라이 라마는 말한다. 또한 현실을 직시하고 좋지 않은 과거는 최대한 빨리 지우며,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원칙에 따라 행동하되 실수를 저질렀을 때는 수치심을 가지고 바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은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조차 없다는 뜻이고, 수치심이 실수를 바로잡는 행동으로 이어진다면 긍정적인 감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달라이 라마와 마위젠베르흐는 자기 경영을 위한 기본 원칙들을 제시하는 한편, 실생활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마음수련 방법들을 소개해 ‘바른 눈과 바른 일의 이치’를 실천하도록 독려한다.
오랜 경기 불황으로 온 세계가 신음하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전 세계 금융 위기로 확산되었고, 미국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투자은행들이 도산하면서 비즈니스계는 물론 전 세계가 큰 혼란에 빠졌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주도하며 최대의 경제 대국으로 군림하던 미국이 휘청거리자 온 세계가 타격을 입고 붕괴 위기를 겪고 있다. 작고 힘없는 나라들이 가장 먼저, 가장 큰 고통을 받는다.
아주 오래전 세계는 작아졌다. 전 세계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하며 살 수밖에 없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이득이 실제로 나 자신의 이득이 되고,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으면 머지않아 우리도 똑같은 불행을 겪게 되어 있다. 모두 알고 있었지만 다함께 외면한 진실, 그것을 가벼이 여긴 대가로 오늘 우리가 이렇게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인드라의 보석그물은 상호의존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인드라는 힌두교에서 우주의 신이다. 그는 공 모양의 그물을 사용했는데, 이 그물망의 매듭은 모두 보석으로 되어 있다. 하나의 보석이 빛을 내뿜으면, 그 빛이 다른 모든 보석들에 반사된다. 이렇게 반사된 빛은 처음 빛을 내뿜은 보석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반사된다. 상상해보라. 우리들 각자는 이 보석들 중 하나다. 나와 다른 사람들과 그물 전체가 상호의존적인 시스템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리더스 웨이』에서
오늘날 세계는 수많은 난제에 부딪혀 있다. 총자산은 엄청나게 증가했고, 기적에 가까운 기술 발전은 인류에게 다양한 혜택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아직도 수십억의 사람이 절대 빈곤에 시달리고, 환경 파괴로 인한 자연 재해가 우리를 압박하고 있으며,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피 비린내 나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 동안 우리가 최상의 가치로 여겨온 것들, 최고의 미덕으로 삼아온 것들이 이제 인류의 행복과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과거와는 다른 관점과 이상과 목표가 상정되어야 한다. 우리에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리더스 웨이』의 두 저자는 세계화가 긍정적인 현상이라는 데 동의한다. 단, 기업들이 책임감 있게 행동하고 그 리더들이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전일론적인 시각을 가질 때만 그럴 수 있다. 또한 기업이 부도덕한 경제체제를 거부하게 하려면 정부가 ‘자본은 수단일 뿐 목표가 아니며 모든 사람의 자유와 번영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여전히 개인 간의 빈부격차는 존재하지만 모든 사람이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분명 가까이에 와 있다. 그 세상에 다다르기 위한 더 많은 리더들의 책임감과 공동체 의식, 열린 마음과 열정이 필요할 뿐이다. 이 책은 리더들이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공동선을 위해 조직의 목표를 재설정하고, 바른 눈과 바른 일을 행함으로써 오늘 우리가 맞닥뜨린 자본주의체제의 폐단과 딜레마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훌륭한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