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알콩달콩 옛날이야기 속으로
‘고양이 학교’의 작가 김진경이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할아버지가 되어 어린이들 곁을 찾았다. 이번 옛날이야기 속 주인공은 인간과 동물과 자연이다. 김진경의 기존 작품에서도 알 수 있듯 인간은 우월한 존재이거나 자연을 지배하는 자가 아니다. 인간은 동물과 공생하는 관계이며, 자연과 물아일체로 합일되는 개체인 것이다.
옛날이야기 형식을 빌려 저학년 어린이들에게 더욱 가까이 가고자 노력한 김진경의 『개구리 삼촌』은 어린이들에게 인간과 동물과 자연을 하나의 연장선상으로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 김진경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과 개구리의 깊은 인연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가는 먼 옛날 개구리가 인간의 외삼촌이었다고 한다. 옛날이야기를 어떤 논리의 잣대를 대고 따져보면 다소 황당한 이야기처럼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우리 정서와 입맛에 딱 맞는 맛깔스런 재미에 몰입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제대로 된 옛날이야기의 매력인 것이다.
화려하고 강렬한 미디어매체에 익숙해 있는 요즘 어린이들에게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알콩달콩한 옛날이야기의 맛을 느껴보게 하면 어떨까. 주인공 종인이처럼 할아버지 무릎을 베고 옛날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지도 모를 일이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다양한 색감의 그림이 풍부하게 더해져 마치 이야기그림책을 보듯 눈이 즐겁다. 그림책에 익숙해 있던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이 읽기책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개구리 외삼촌이 나타났다!
폭설이 내리는 날, 종인이네 가족이 탄 차는 눈 속에 갇히고 만다. 제설차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할아버지는 개구리와 사람의 깊은 인연이 담긴 옛날이야기를 들려준다. 여름마다 올챙이를 키우던 종인이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마치 현실인 양 받아들인다.
아주 까마득한 옛날, 산속에 삼 형제가 살고 있었다. 첫째와 둘째는 욕심도 많고 버릇도 없는 편이지만, 막내는 마음도 착하고 예의도 바르다. 그러던 어느 날 막내에게 점심밥을 얻어먹은 까마귀가 곧 큰 홍수가 날 거라는 소식을 전한다. 막내는 길에서 만난 개구리에게 깍듯이 인사하고 홍수를 피할 방법에 대해 묻는다. 그러자 개구리는 아무 조건 없이 막내를 돕기 시작하는데…….
엄청난 재난 속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막내는 홀로 길을 떠난다. 그런데 마왕들이 사는 동굴 속으로 잘못 발을 들이면서 또다시 위험에 빠진다. 그때 앞서 만났던 개구리가 어디선가 나타나 마왕에게 외친다. “그 사람은 제 외조카입니다!” 과연 개구리는 막내를 구해낼 수 있을까?
종인이는 할아버지 이야기가 끝나자 까무룩 잠이 든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눈을 떴는데 개구리 얼굴을 한 군인들이 몰려와 있다. 그들은 종인이의 삼촌을 어디론가 끌고 가려 한다. 종인이 삼촌은 겨울잠 자는 개구리를 잡아먹는 게 주특기다. 종인이는 화들짝 놀라 올챙이, 아니 개구리 외삼촌이라고 소리치는데…….
봄볕처럼 따뜻한 우리 신화와 전설의 맛
이 책에서 개구리를 외삼촌으로 등장시킨 건 나름의 이유가 있다. 작가 김진경의 말을 빌리자면 다음과 같다. “이 책이 바탕으로 삼고 있는 이야기는 금와왕 이야기의 할아버지뻘쯤 되는 이야기입니다. 금와왕 때 부여 땅에 살았음직한 이 소수 종족의 이야기에서 개구리는 외삼촌이라 불리죠. 외삼촌은 모계사회에서 집안의 가장 큰 어른입니다. 개구리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죠. 옛사람들이 개구리를 신성시한 것은 개구리가 달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달은 보름달에서 그믐달로 죽었다가 초승달에서 보름달로 다시 살아나죠. 그처럼 개구리도 겨울잠으로 죽었다가 경칩이 되면 다시 살아나 땅 위로 나옵니다. 옛사람들은 개구리 몸속에 죽었다가 끊임없이 다시 살아나는 생명의 힘이 들어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처럼 『개구리 삼촌』은 동양적 신화와 전설, 상징 등으로 만들어낸 작품이다. 개구리와 사람의 만남 사이에 까마귀가 등장하는데, 까마귀 역시 현세의 사람과 조상신을 연결해 주는 신의 하나라 할 수 있겠다. 신화나 전설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 책을 읽다보면 그것들이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 우리 생활 속에서 숨 쉬는 이야기처럼 가깝고 재미있게 다가온다.